<단독> ‘10년 전쟁’ 정지훈 빌딩 보증금 분쟁 풀스토리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팀] 양동주·김희구·강운지 기자 = 정지훈(활동명 비)이 소송에 휘말렸다. 지긋지긋한 악연에서 비롯된 사안이 10년 넘게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깊어진 갈등의 골을 감안하면 타협점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홍콩 교포인 크리스틴 박(한국명 박영숙)은 정·재계 인사가 참석하는 연회를 기획하고, 고급 주택 인테리어 자문 역할을 맡으며 홍콩 상류층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한때 홍콩 상류층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그의 감각은 뛰어났다.

싼 게
비지떡?

홍콩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박씨는 2000년대 중반 국내에 화랑을 열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물색했다. 마침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빌딩이 눈에 들어왔고, 박씨는 2019년 8월 해당 빌딩 1층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조건 자체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기존 임차인이 매월 77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한 반면 박씨는 월 400만원대 차임을 지불하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009년 8월19일부터 2011년 3월31일까지 약 20개월이었고, 계약 종료 1개월 전까지 사전 통보가 없을 시 1개월씩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조건이었다.

이는 빌딩의 소유주였던 가수 겸 배우인 정지훈씨가 2011년 3월31일 이후 해당 빌딩을 재건축하고자 했던 계획을 고려한 조항이었다. 정씨는 2008년 약 168억원에 빌딩을 사들인 바 있다.


화랑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2개월에 걸친 단장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화랑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고가의 그림을 비롯한 각종 예술작품이 화랑 내부를 수놓았고, 박씨에게는 ‘홍콩에 이어 국내에서도 성공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화장실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연거푸 발생한 데다, 2010년 7월 빌딩 2층에서 촉발된 누수로 화랑 소장품 상당수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박씨의 화랑은 운영상 차질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되자 박씨는 정씨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2010년 9월부터 차임 지급을 거부했다. 정씨 역시 그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3개월 이상 차임을 연체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2011년 1월 박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1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웃은 건 정씨였다. 2011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한영환 부장판사)는 “박씨는 정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누수로 인해 보관 중이던 고가의 미술품이 훼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박씨가 차임 지불과 퇴거를 거부한 채 제기한 반소는 기각했다.

해당 판결은 2심과 3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고, 2012년 9월20일자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유지·보수 의무를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 계약 내용은 재판부가 정씨의 손을 들어 준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영업활동상 필요한 ▲유지·보수비 ▲전기료 ▲상·하수도비 등 제공과금과 영업행위로 발생되는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었다.

명도소송에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민사를 넘어 형사 건으로 이어졌다. 2015년 10월 정씨는 ▲명도소송 당시 사문서 위조 주장(무고) ▲허위사실 직시(명예훼손) ▲빌딩에 설치된 차단막 무단 절단(재물손괴) 등을 이유로 박씨를 형사고소했다.


그 결과 박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그렇게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끝난 듯
안 끝난다

그러나 박씨는 멈추지 않았다. 정씨의 승리로 끝맺음한 명도소송이 이번에도 또 다른 잡음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10년 전 결론 난 사건이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소송으로 연결된 형국이다.

취재 결과 박씨는 지난해 6월 정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소송(원고소가 1억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첫 변론이 열렸으며, 최근 박씨의 변호사 선임을 계기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예고된 모양새다.

박씨는 명도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를 정씨가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1년 12월 재판부가 정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씨에게 받은 임대차보증금 1억원 중 밀린 임대료를 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10년이 지나도록 정씨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도소송에 관해 재판부는 박씨에게 “2009년 12월1일부터 2010년 8월31일까지는 월 40만원(부가세), 그 다음날부터 건물의 인도 완료일까지는 월 440만원(월세+부가세)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에서 1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화근이 된 갤러리 오픈
끝없이 이어지는 줄다리기

재판부가 인도 완료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에 근거해 금액을 산정하면 정씨가 박씨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6120만원이다. 보금증 1억원 가운데 박씨가 차임에 대한 견해 차이로 9개월간 미지급했던 부가세 360만원과 2010년 9월1일부터 계약서상에 명시된 계약만료일(2011년 3월31일)까지 매달 440만원씩 7개월간 지급해야 했던 352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만약 3개월 이상 박씨가 차임 연체를 이유로 정씨가 계약해지 의사를 표시한 시기(2011년 1월31일)를 인도 완료일이라고 규정하면, 정씨가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7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정씨가 10년이 넘도록 반환 결정을 불이행한 사실이 반영될 시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박씨는 “당시 재판부가 분명히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음에도, 지금껏 정씨 측은 재판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이는 상대적 약자인 본인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처사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씨 측은 반환할 보증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계약만료일을 한참 넘긴 2012년 6월13일이 돼서야 해당 빌딩에서 물품을 뺐다는 게 기본 골자다. 즉, 이 시기를 인도 완료일이라고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정씨의 아버지이자 대리인인 A씨는 정씨가 무고·명예훼손·재물손괴 혐의로 박씨를 형사고소한 사건에 2016년 4월20일 증인으로 참석해 “보증금은 임대료 미납 부분과 부가세 미납 부분으로 이미 소진된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

흥미로운 점은 보증금 반환 불이행에서 시작된 불씨가 정씨 측의 박씨에 대한 폭행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향후 박씨가 문제제기에 나설 경우 진위 여부에 따라 해당 사안이 생각지 못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박씨는 항소가 기각되자, 항소 기각 판결에 대해 상고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6월7일 피고인이 5280만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강제집행정지를 결정했지만, 이후 박씨가 공탁금을 내지 못하자 정씨의 위임에 따라 집행관이 2012년 6월13일 박씨의 점유를 해제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박씨는 강제집행 절차는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강제퇴거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2014년 7월31일 지인들과 함께 빌딩 내부에 들어섰고, 곧바로 양측은 충돌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정씨 측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씨 측에서 폭행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사람이 바로 A씨다. A씨는 박씨가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정씨를 대신해 계약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해당 빌딩과 관련한 사무를 책임지다시피 해왔다. 빌딩 관리를 소유주 본인이 아닌, 아버지가 직접 해왔다던 정씨의 수차례에 걸친 법정 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씨와 동행했던 강모씨와 김모씨 역시 현장에서 박씨가 A씨로부터 직접적인 폭행을 당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김씨의 경우 정씨가 박씨를 형사고소한 사건에 2016년 6월20일 증인으로 출석해 “박씨가 폭행을 당해 굉장히 아픈 상태였고, 응급차를 불러 증인이 함께 병원에 바래다 준 사실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박씨에 대한 형사소송 건에 증인으로 참석해 폭행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4월20일 형사소송 건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해 “(박씨)손을 비튼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요원한
타협점

한편 정씨는 해당 빌딩을 지난해 중순경 495억원에 매각한 상태다. 매입가격과 매각가격만 단순 비교하면 327억원의 차익이 예상된다. 정씨는 건물을 매입한 후 오랜 기간 보유해오다가 2017년 9월 신축 작업에 돌입해 2019년 하반기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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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