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년 전쟁’ 정지훈 빌딩 보증금 분쟁 풀스토리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팀] 양동주·김희구·강운지 기자 = 정지훈(활동명 비)이 소송에 휘말렸다. 지긋지긋한 악연에서 비롯된 사안이 10년 넘게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깊어진 갈등의 골을 감안하면 타협점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홍콩 교포인 크리스틴 박(한국명 박영숙)은 정·재계 인사가 참석하는 연회를 기획하고, 고급 주택 인테리어 자문 역할을 맡으며 홍콩 상류층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한때 홍콩 상류층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그의 감각은 뛰어났다.

싼 게
비지떡?

홍콩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박씨는 2000년대 중반 국내에 화랑을 열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물색했다. 마침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빌딩이 눈에 들어왔고, 박씨는 2019년 8월 해당 빌딩 1층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조건 자체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기존 임차인이 매월 77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한 반면 박씨는 월 400만원대 차임을 지불하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009년 8월19일부터 2011년 3월31일까지 약 20개월이었고, 계약 종료 1개월 전까지 사전 통보가 없을 시 1개월씩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조건이었다.

이는 빌딩의 소유주였던 가수 겸 배우인 정지훈씨가 2011년 3월31일 이후 해당 빌딩을 재건축하고자 했던 계획을 고려한 조항이었다. 정씨는 2008년 약 168억원에 빌딩을 사들인 바 있다.


화랑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2개월에 걸친 단장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화랑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고가의 그림을 비롯한 각종 예술작품이 화랑 내부를 수놓았고, 박씨에게는 ‘홍콩에 이어 국내에서도 성공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화장실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연거푸 발생한 데다, 2010년 7월 빌딩 2층에서 촉발된 누수로 화랑 소장품 상당수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박씨의 화랑은 운영상 차질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되자 박씨는 정씨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2010년 9월부터 차임 지급을 거부했다. 정씨 역시 그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3개월 이상 차임을 연체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2011년 1월 박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1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웃은 건 정씨였다. 2011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한영환 부장판사)는 “박씨는 정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누수로 인해 보관 중이던 고가의 미술품이 훼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박씨가 차임 지불과 퇴거를 거부한 채 제기한 반소는 기각했다.

해당 판결은 2심과 3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고, 2012년 9월20일자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유지·보수 의무를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 계약 내용은 재판부가 정씨의 손을 들어 준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영업활동상 필요한 ▲유지·보수비 ▲전기료 ▲상·하수도비 등 제공과금과 영업행위로 발생되는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었다.

명도소송에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민사를 넘어 형사 건으로 이어졌다. 2015년 10월 정씨는 ▲명도소송 당시 사문서 위조 주장(무고) ▲허위사실 직시(명예훼손) ▲빌딩에 설치된 차단막 무단 절단(재물손괴) 등을 이유로 박씨를 형사고소했다.


그 결과 박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그렇게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끝난 듯
안 끝난다

그러나 박씨는 멈추지 않았다. 정씨의 승리로 끝맺음한 명도소송이 이번에도 또 다른 잡음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10년 전 결론 난 사건이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소송으로 연결된 형국이다.

취재 결과 박씨는 지난해 6월 정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소송(원고소가 1억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첫 변론이 열렸으며, 최근 박씨의 변호사 선임을 계기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예고된 모양새다.

박씨는 명도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를 정씨가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1년 12월 재판부가 정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씨에게 받은 임대차보증금 1억원 중 밀린 임대료를 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10년이 지나도록 정씨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도소송에 관해 재판부는 박씨에게 “2009년 12월1일부터 2010년 8월31일까지는 월 40만원(부가세), 그 다음날부터 건물의 인도 완료일까지는 월 440만원(월세+부가세)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에서 1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화근이 된 갤러리 오픈
끝없이 이어지는 줄다리기

재판부가 인도 완료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에 근거해 금액을 산정하면 정씨가 박씨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6120만원이다. 보금증 1억원 가운데 박씨가 차임에 대한 견해 차이로 9개월간 미지급했던 부가세 360만원과 2010년 9월1일부터 계약서상에 명시된 계약만료일(2011년 3월31일)까지 매달 440만원씩 7개월간 지급해야 했던 352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만약 3개월 이상 박씨가 차임 연체를 이유로 정씨가 계약해지 의사를 표시한 시기(2011년 1월31일)를 인도 완료일이라고 규정하면, 정씨가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7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정씨가 10년이 넘도록 반환 결정을 불이행한 사실이 반영될 시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박씨는 “당시 재판부가 분명히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음에도, 지금껏 정씨 측은 재판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이는 상대적 약자인 본인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처사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씨 측은 반환할 보증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계약만료일을 한참 넘긴 2012년 6월13일이 돼서야 해당 빌딩에서 물품을 뺐다는 게 기본 골자다. 즉, 이 시기를 인도 완료일이라고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정씨의 아버지이자 대리인인 A씨는 정씨가 무고·명예훼손·재물손괴 혐의로 박씨를 형사고소한 사건에 2016년 4월20일 증인으로 참석해 “보증금은 임대료 미납 부분과 부가세 미납 부분으로 이미 소진된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

흥미로운 점은 보증금 반환 불이행에서 시작된 불씨가 정씨 측의 박씨에 대한 폭행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향후 박씨가 문제제기에 나설 경우 진위 여부에 따라 해당 사안이 생각지 못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박씨는 항소가 기각되자, 항소 기각 판결에 대해 상고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6월7일 피고인이 5280만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강제집행정지를 결정했지만, 이후 박씨가 공탁금을 내지 못하자 정씨의 위임에 따라 집행관이 2012년 6월13일 박씨의 점유를 해제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박씨는 강제집행 절차는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강제퇴거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2014년 7월31일 지인들과 함께 빌딩 내부에 들어섰고, 곧바로 양측은 충돌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정씨 측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씨 측에서 폭행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사람이 바로 A씨다. A씨는 박씨가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정씨를 대신해 계약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해당 빌딩과 관련한 사무를 책임지다시피 해왔다. 빌딩 관리를 소유주 본인이 아닌, 아버지가 직접 해왔다던 정씨의 수차례에 걸친 법정 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씨와 동행했던 강모씨와 김모씨 역시 현장에서 박씨가 A씨로부터 직접적인 폭행을 당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김씨의 경우 정씨가 박씨를 형사고소한 사건에 2016년 6월20일 증인으로 출석해 “박씨가 폭행을 당해 굉장히 아픈 상태였고, 응급차를 불러 증인이 함께 병원에 바래다 준 사실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박씨에 대한 형사소송 건에 증인으로 참석해 폭행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4월20일 형사소송 건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해 “(박씨)손을 비튼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요원한
타협점

한편 정씨는 해당 빌딩을 지난해 중순경 495억원에 매각한 상태다. 매입가격과 매각가격만 단순 비교하면 327억원의 차익이 예상된다. 정씨는 건물을 매입한 후 오랜 기간 보유해오다가 2017년 9월 신축 작업에 돌입해 2019년 하반기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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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