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윤석열 한가위 대반전 플랜

팍팍 치솟는 물가 푹푹 꺼지는 인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추석에는 풍요로움이라는 단어가 늘 함께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석을 맞아 국민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부족해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써먹던 카드를 다시 꺼내든 탓이다. 이와 함께 인적 개편까지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여의도 라인이 몰락하고 검찰 라인 힘만 더 키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고 물가 상승도 가파른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올랐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5월 최저 수준인 0.50%로 낮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오른 결과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빅스텝 인상이 결정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속적인 상승 추세다. 올해 3월부터 4%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5.4%대를 기록했고, 지난 6월과 7월에는 6%대를 기록한 바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향하는 추세지만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8월 물가상승률 역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조사에서 신선 채소는 6월 대비 17.3%, 1년 전보다는 26% 정도 상승했고, 상추는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올랐다. 원인은 올해 상반기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최종상품 가격에 반영된 탓이다.

또 최근 폭우 등으로 국내시장의 수급이 불안정해진 여파도 있다. 경제권에서는 고물가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정부도 이 같은 위기를 느낀 모양새다. 지지율 회복이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 이후 점차 하락했다. 출범 초기 50%에 달하던 지지율은 지난달 중순 25%까지 떨어지면서 반 토막이 났다. 

지지율 회복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는 여러 민생대책과 인사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추석을 맞아 지지율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고물가 상황에서 추석이 다가오자 ‘민생안정대책’도 꺼냈다. 우선 윤정부는 민생과 관련해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마트 등을 찾아 민생 행보를 늘렸다.

농축산물 수급·물가 동향을 직접 챙겼다. 지난달 11일에는 양재동 하나로마트 회의장에서 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민생을 안정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시민에게 물가상승에 따른 고충도 직접 들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이 즐비한 대구서문시장도 방문했다. 대구는 보수의 본거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부쩍 시민을 향한 스킨십을 늘리는 모양새다. 전국의 많은 시장들 중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유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정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민생 스킨십 늘려 지지율 올리기
지난해와 다를 것 없는 명절 대책?

이렇듯 정부가 이번 추석 대책의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물가다. 이외에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교통, 코로나 대책 등으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긴박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협의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해 2시간30분가량의 회의를 통해 추석 대비에 열을 올렸다. 

당정은 추석을 앞두고 추석 민생대책의 차질없는 이행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우선 최대 규모 수준의 성수품을 23만톤가량 공급하기로 했다. 또 650억원 규모의 할인쿠폰을 지원하는 등 전방위 조치에 나섰다. 

배추, 사과, 달걀 등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에 근접하도록 관리하기로 했으며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 가능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은 20%~30% 할인율로 1인당 최대 4만원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기존 대비 25% 증가한 2000명의 방역 지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며 경기 안성휴게소 등 휴게소에서는 고령층 등에게만 시행하던 무료 PCR 검사를 전 국민으로 확대 시행한다. 

고속버스 운행은 23% 증편하고 임시 갓길차로 운영, 서울·수도권 대중교통을 2시간 연장 운행해 연휴 기간 수송 능력을 최대치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연휴 기간 동안 면제된다. 현대·기아 등 5개 자동차 회사 2000여개 서비스 센터에선 무상점검 서비스도 제공된다. 

코로나 방역에 있어 국민 일상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대응체계를 가동해 코로나 확산을 막고, 다중이용시설, 사적 모임 등에도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의료 대응체계 역시 동네의 병·의원, 대면진료와 지정 병상·일반 의료체계 입원을 병행한다. 연휴 기간 신속한 검사와 진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3000개소 이상의 원스톱 진료기관을 연다. 의료상담센터도 평시 대비 80% 이상인 145개를 운영할 예정이다.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이밖에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지원책,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책 등 다양한 대책을 공개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자금을 위해 42조원 이상의 자금이 공급된다. 지난해보다 1조9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온누리상품권의 구매한도를 100만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석 특별대책들이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물가 대책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새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할인쿠폰 등은 매년 시행했던 제도다. 또 사실상 시민이 물가안정을 체감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계산대에서 자동할인이 적용되지만 전통시장은 그렇지 않다.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전국 상인연합회가 지정한 시장 상점뿐이다. 


설령 전통시장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연령층이 대부분 고령층이다 보니 가입을 꺼리고 할인받을 수 있는 품목도 사실상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정부는 대형마트 규제를 누리집 1호 국정과제 안건으로 선정한 바 있다.

즉각 소상공인들이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민심 악화를 우려해 일단 재검토를 결정했다. 이런 탓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거의 백지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대형마트는 2012년 이후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으로 월 2회(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휴업을 한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이 불가하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2017년 추석부터 2020년 설까지 명절마다 반복해왔다. 이를 없앤 이유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 때문이었다.

겉으로만 풍성
까보니 텅텅∼

이렇듯 윤정부는 추석 최대 플랜으로 민생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 건드린 부분은 민생뿐만 아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추석 전에 손을 볼 예정이다. 인사 논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홍보·인사·총무 등은 대통령실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인사 개편과 쇄신은 취임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이후 띄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석 전까지 비서관급 참모진을 대거 교체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주요 개편 대상은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다. 내부감찰까지 단행하면서 비서관급 참모진 교체가 점쳐지고, 칼날이 수석비서관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사법부에서 인용된 점, 국민의힘의 내홍이 끊임없는 점 등에서 정무라인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정무수석실에 근무하는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선임행정관, 행정관, 행정요원 등 총 23명 중 6명이 짐을 쌌다. 선임행정관과 행정관 등 3명은 권고사직 형태,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 등은 스스로 물러났고, 실무진 중에서는 1명이 물러났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인수위 기간 자신 있게 내세웠던 시민사회수석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민사회수석실에 근무하는 5개 부처(국민통합·시민소통·종교다문화·디지털 소통·국민제안) 비서관 중 3곳이 공석이다. 시민사회수석실은 보안사고를 비롯해 인사개입, 국민제안제 어뷰징 사태 등 논란이 이어져왔다.

각종 의혹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셈이다. 조만간 시민사회수석실은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수시 개편이라는 기조를 내세워 최대 80명까지 교체된다는 말도 들린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인원 중 20%에 달한다.

대통령실 대거 인적 쇄신 칼바람
여의도 라인 밀어내는 검찰 라인

이번 교체는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다만 일선에서 물러난 이들의 공통분모는 여의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여의도 세력간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인적 쇄신의 칼을 쥔 세력이 검찰 라인이라 여의도 세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탓에 내부에서조차 인사기용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이후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담당 소관부처는 법무부다. 이때 함께 신설된 게 법무부 산하의 인사정보관리단이다.

윤정부의 인사검증은 3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인사기획관실에서 여러 인물을 올린다. 1차 검증은 지난 6월 선보인 법무부 산하 인사정부관리단에서 진행한다. 이후 분야를 나눠 후보자의 정보를 수집한 뒤 문제점을 파악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인원을 추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돼 2차 검증을 진행하는 절차를 밟는다. 

해당 단계까지 통과하면 부속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인사검증 등에 있어 상호견제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를 두고 검찰 라인이 인사를 담당하는 특성상 개편에도 검찰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인적 쇄신을 단행해도 검찰을 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당장 야당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인사 대참사에 대한 직접 책임이 있는 법무비서관, 인사비서관, 감찰에 책임이 있는 기강비서관 등 검찰 출신 육상시에 대한 문책이나 경질은 언급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어 “최근 대통령실 감찰과 인적 쇄신을 검찰 출신 참모가 주도하는데 적반하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가 육상시로 표현한 인물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다. 이들은 검찰 출신 참모진이다. 대통령실의 대대적 쇄신으로 여의도 라인이 휩쓸려나간 뒤 앞으로 인사가 고민일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제외한 다른 여의도 라인이 대통령실에 합류한다고 해도 검찰 라인의 텃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인적 쇄신 등을 수시로 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인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추락
잡아야 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 때 인적 개편과 쇄신을 단행한다고 한 게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의문”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인적 개편뿐 아니라 인사시스템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추석 선물은? 

 

전남 순천 매실액이 다가올 대명절인 대통령실 추석 명절 선물 세트 구성품으로 선정됐다.

순천시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순천엔매실은 순천 매실액 2만병을 대통령실로 납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매실액, 매실 장아찌 등 가공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순천엔매실은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등을 획득한 가공 사업장이다.

대통령실에 납품된 순천 매실액은 대통령 추석 명절 선물로 각계각층에 보내질 예정이다.

작년 추석 문재인정부에서는 충주의 청명주와 팔도쌀 등 지역 특산물을 추석 선물로 선정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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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