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최정아갤러리에서 조각가 정현의 ‘정현 드로잉 개인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신작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정현의 드로잉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관람객에게 신작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정현은 평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조각 못지 않은 육중함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을 만든다. 폐 침목이나 버려진 아스팔트 등 폐자재를 재료로 절제되고 응축된 추상에 가까운 인체를 조각한다. 날것의 재료를 통해 예측불허의 우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현은 수천장의 드로잉을 남기곤 했다.
2차원 평면
조각 작업에 앞서 머리와 가슴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거친 콜타르를 이용해 종이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을 신체에서 꺼내 내던져놨기에 정현의 드로잉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정현이 드로잉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석유 원유 제조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는 찌꺼기인 콜타르다. 콜타르는 주로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녹여 도로에 깔린다. 정현은 이 검은색 유상 액체를 목재나 헝겊, 붓 등에 묻혀 떠오르는 감정을 스케치한다.
폐기물에 부여하는 존재감
틀에 갇히지 않은 사유방식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산업부산물을 가져와 작품의 재료로 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존재감을 부여해 다시 쓸모를 주기 위함이다. 또 그렇게 제작된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에게 틀에 갇히지 않은 그의 사유방식을 전하는 시도다.
정현의 드로잉은 2차원 평면에 표현한 3차원 조각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드로잉의 개념을 넘어서 조각작품 못지 않은 평단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드로잉의 재발견’ ‘한국 드로잉 30년’ 등 다수의 미술관에서 개최한 드로잉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끊임없는 반복과 집중에서 탄생하는 정현의 드로잉은 날것의 재료와 신체의 호흡으로부터 나온다. 거침없이 직감적으로 표현된 선은 팽팽한 긴장감과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강렬한 조형적 자극을 선사한다.
드로잉이라는 평범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정현의 작품이 주는 존재감은 크고 묵직하다. 관람객은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리기보다 작품에서 전이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 또한 정현의 드로잉이 가진 힘이다.
거침없는 선으로
긴장감과 에너지
최정아 대표는 “정현 작가의 드로잉은 신체로부터 시작한다.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것은 내재돼 있다. 선비의 명필처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현은 내면의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수없이 드로잉을 한다. 작업실 한 층에 가득한 드로잉은 엄청난 반복을 대변한다. 수시로 반복된 몸의 기억으로부터 거침없이 직감적으로 표현된 선이 팽팽한 긴장감과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3차원 조각
최정아갤러리 관계자는 “정현 작가의 드로잉은 그가 선택한 작업 재료를 통해 ‘새로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버려진 것에 대한 애착으로 탄생한 작품이기에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현의 작가적 태도와 사유방식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정현은?]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8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소과 졸업(1986)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조소과 졸업(1990)
▲개인전
인천아시아아트쇼(2021)
아트리에 閑- 벨버디어(2021)
‘정현 개인전’ 금호미술관(2018)
‘서 있는 사람’ 생 클루 국립공원(2017)
‘서 있는 사람’ IBU 갤러리(2016)
‘서 있는 사람’ 팔레 루아얄 정원(2016)
‘정현 개인전’ 권진규아틀리에(2015) 외 다수
▲수상
제11회 우현예술상(2017)
제28회 김세중조각상(2013)
제1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 대상(2009)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작가들’ 10인 선정(2008)
‘2006 올해의 작가’ 선정(2005)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