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원장 위에 총장? 2인자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감사원의 하반기 감사 계획을 놓고 ‘보복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는 현 사태를 각각 전‧현 정부 탓으로 규정하고, 연일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실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좌천 뒤 영전한 유 총장의 ‘복수혈전’에 중립·정중동이 사명인 감사원 전체가 흔들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5일 임명됐다.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직으로 사실상 좌천당한 지 5개월 만에 차관급인 사무총장으로 영전한 셈이다. 두 정권은 불과 반년 사이 유 총장에게 상반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정부 바뀌고
다시 돌아왔다

유 총장은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1997년 감사원에 전입해 이후 25년간 근속한 ‘감사통’이다. 그동안 공공기관감사국장·심의실장·지방행정감사1국장·국방감사단장·IT감사단장 등 감사원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평가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유 총장 임명 당시 “국가‧사회적 현안 관련 또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감사를 주도적으로 지휘해 문제를 해결해와 감사원의 신뢰를 높였다”며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감사 증거 은폐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이 졸속으로 평가돼 조기 폐쇄 결정됐음을 밝혀 원칙주의자로서의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서울교통공사 등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친인척 채용 실태를 파헤쳐 위법부당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사례 등 원칙과 상식에 벗어난 공공기관 인사에도 제동을 건 바 있다”며 “확고한 소신과 함께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감사원을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 정부 때와는 정반대의 평가다. 감사원이 언급한 두 사건은 모두 문재인정부 때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을 정조준한 감사였다. 유 총장은 25년간 감사원에 근무하면서 두 번의 좌천을 맛봤다. 각각의 사건을 파헤친 뒤, 유 총장은 비(非)감사 부서로 보내졌다.

그는 2019년 9월 지방행정감사1국장 시절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비리’를 밝혀내고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유 총장은 같은 해 12월 심의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듬해 4월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의해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복귀했다. 난항을 겪고 있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전 감사에 구원 등판한 것.

유 총장은 전면 재감사를 단행했고, 그해 10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했다. 담당 국장 중징계 처분 요구와 포렌식 복구 절차가 이어졌다.

유 총장은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또다시 좌천당했다.

‘인사보복’이라는 비판이 일자, 당시 감사원은 “본인이 원해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 총장은 “‘희망을 당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며 인사보복이 실재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 총장은 지난 6월15일 취임식에서 “새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대한민국호가 물가 등 경제적 난제, 사회통합 등의 격랑을 헤치고 미래로 순항할 수 있도록 우리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중심으로 밥값(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문화개혁’을 천명했다. 그는 “앞으로 전략과 방법론, 고민 없는 계획서·보고서 등이 얼렁뚱땅 결재·시행되는 일이나 그렇게 일하는 간부가 감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우물쭈물할 이유가 없다. 특히 간부가 제대로 감사지휘를 하지 못한 채 현재나 미래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순리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감사원 안팎에서는 “개원 이래 가장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유 총장이 지난달 초 간부회의에서 “악폐 진상규명을 시리즈로 해나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고 밝힌 일화가 흘러나오면서다. 

감사원 25년 근속…요직 거친 ‘감사통’ 
문정권서 두 번 좌천, 윤정권에선 영전

일전에 유 총장은 문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 관한 잘못을 덮었다는 의혹을 ‘악폐’로 규정한 바 있다. 연루된 감사원 간부와 직원 5명은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 총장의 ‘시리즈’ 발언은 전 정권 의혹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총장은 “향후 인사에서 감사교육원 공간을 빌려 (국·과장이)재충전과 성찰을 하도록 할 것이고, 성찰한 순서대로 (감사 부서로)복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유 총장 뜻에 따라 국·과장 100여명 중 능력이 애매한 간부를 최대 30명까지 재교육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복귀 기준으로 제시한 ‘성찰’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를 들어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선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유 총장은 “전 간부, 전 직원이 곧 인사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안 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심한 경우 형사처벌로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유 총장 말대로, 이달 초 감사원은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국·과장급 간부 인사는 승진 59명, 전보 90명 규모다. 

이 같은 유 총장 방침에 대한 감사원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히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과 “공포 통치 수준”이라는 비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감사원은 끊임없이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에선 감사원을 ‘윤정부 최전방 공격수’로 지칭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 초기 ‘죽은 권력’을 향해 ‘칼춤’을 추는 주체는 대대로 검찰이었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규모 피바람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검수완박으로 직격탄을 맞은 윤정부는 검찰 대신, 감사원을 ‘칼잡이’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총장 영전 뒤에는 이 같은 맥락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전 정권 정조준
중립 위반 시끌

게다가 최재해 감사원장의 실언이 논란을 키웠다. 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받던 중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권은 이 발언을 빌미로 감사원 중립성 논란 맹공에 나섰다.

일각의 지적대로, 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이후 전 정권 관련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관해 국방부와 해경을 시작으로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해양수산부·통일부 등 9개 정부 부처·기관을 현장 감사 중이다.

문정부 인사가 남아 있는 국민권익위에도 강도 높은 감사가 시행됐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 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개인 SNS에서 “권익위 직원에 대한 괴롭히기식 불법 감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상습 지각 등 제보’라는 억지 이유로 시작된 감사가 부위원장들과 수행원들 근태, 권익위 직원과 권익위 업무 전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는 처음부터 고래 잡기를 작정하고 망신주기나 겁박으로 사표를 내도록 압박하거나 임기 포기를 종용하는 사퇴 겁박용 표적 감사”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고래’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되거나 규모가 큰 사건을 의미한다. 감사원에서 통용되는 은어는 아니지만, 유 총장이 자주 쓰는 말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올린 게시글에선 “(권익위 감사에)감사원 컴퓨터 포렌식 조사까지 동원됐다”며 “먼지 한 톨이라도 찾아낼 기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익위 업무가 마비됐다. 직원들이 4주째 감사에 대응하느라 사실상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직원 사이에 두려움이 소리 없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감사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과 국민권익위 모두 문정부 인사가 수장으로 있었거나 정권교체 후에도 남아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병무청,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선관위 감사가 입방아에 올랐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시간에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걷어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자료수집 등 본격적인 감사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 대신
칼춤 추나

감사원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회계 집행뿐 아니라 선거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하반기 감사 운영 계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감사 계획에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코로나 백신 수급 등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 포함됐다. 앞서 무분별한 추진으로 잡음이 일었던 태양광 사업 및 백신 도입 지연 사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문정부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 1년 반 만에 감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례 없는 전방위 감사가 예고되면서 편파·표적 감사 의혹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앞서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감사위원이 특정 정책이 불과 1년 반 만에 다시 감사 대상에 오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유 총장은 ‘보복 감사’ 논란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 총장은 지난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왜 그랬는지 사실관계를 엄밀히 밝혀야 하지 않나. 감사원은 원리·원칙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기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게 있으면 벌주는 게 왜 보복인가.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것과 같다”며 “안 하는 게 직무 유기다.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총장은 “한국의 중요 이슈에 대해 감사원은 해야 할 일, 잘하는 일을 하는 거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본래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에 이은 조직 내 2인자 자리다. 하지만 정·관계는 유 총장을 ‘원장까지 제친 실세’로 보고 있다. 최근 단행된 감사원 내부 개혁과 전 정권 감사 드라이브를 모두 유 총장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유 총장이 감사원 내 특별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것이 감사원 ‘집안싸움’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정중동’ 칼자루 입맛따라?
표적 수사·특별 감찰 논란

최 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 총장에 대한 특별감찰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유 총장이 공공기관 감사국장 시절 행동강령 위반으로 신고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고서가 접수된 걸로 알고 있다.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2020년 당시 유병호 공공기관 감사국장의 직속 부하들이 유 총장을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기업 경영평가, 실태감사를 하면서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고 배경은 ‘맞불 감찰’이다. 유 총장은 감사원 K 과장 등 5명을 지난달 초 직위해제하고 이들을 감찰해왔다. 유 총장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봐주기 감사, 즉 ‘악폐’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었고, 결국 K 과장이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이다. 

‘유 총장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 총장의 고압적인 태도는 내부 직원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익명 비판을 입막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초 내부망에 익명게시판 ‘감나무숲’을 개설했다.

내부 문제를 직원끼리 자유롭게 논의하라는 취지였다. 지난 6월 유 총장이 취임한 이래로, 감나무숲에 조직 운영 방향을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 게 발단이 됐다.

비판 글은 유 총장이 회의 때 “(감나무숲의)명예훼손 글은 디지털 포렌식을 해서 고발하겠다”고 발언한 뒤 그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측은 “유 총장은 ‘익명성에 기댄 비방을 자제하고,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요청하면 법률 지원 등을 하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오해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유 총장과 감사원을 둘러싼 정치권 충돌 역시 날로 격화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행보를 겨냥해 ‘정치 보복성 감사’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비판이 사실 왜곡이라며 감사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권익위·방통위 같은 전 정권의 임기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표적 감사는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며 “고발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더니, 윤석열정권에서 권력기관은 법보다 충성이 먼저인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같은 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감사원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전면 대응에 나설 것이다. 감사원은 민주당의 집중 감사 대상”이라며 “특히 (감사원 실세)유 총장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은, 강경 발언의 연속이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서 “문정부가 마땅히 했어야 할 감사를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윤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정기관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한통속?
폭풍전야

그는 “백신 수급도 제대로 못한 코로나 대응,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은 공수처, 대선 때 소쿠리 투표함을 내민 선관위까지 모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얼마나 지은 죄가 크면 감사원의 상시적 업무까지 경기를 일으키고 발목 잡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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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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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