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칼 물고 퇴장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어설픈 공격…지금부터 반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3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일요시사>와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전 전 위원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고맙고, 고생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녔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로 낙인찍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평소 조곤조곤한 성격이지만, 여러 난관들을 거치면서 ‘투사’적인 면모도 돋보였다. 

“차라리 잘 됐다.” 인터뷰 내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여러 고발과 의혹 제기가 전 전 위원장을 괴롭혀왔던 탓이다. 끝까지 버텼던 그는 “이제 반격할 차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일요시사>가 전 전 위원장을 만나 임기를 보내며 느낀 점, 감사원의 감사 관련, 포상금 문제, 앞으로의 행보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가 끝났다. 어떤 느낌이 드나?

▲시원하고,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든다. 일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서 굉장히 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치열하게 일해왔다. 이런 점은 시원하다. 또 일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 싶었던 것들을 숙제로 남겨둬 서운하기도 하다. 권익위 직원들을 굉장히 고생시켰는데, 좀 미안하다.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가?

▲새벽에 간부들에게 전화해 업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 나는 일에 빠지면 정신없이 몰두하고 집중하는 성격이다. 일하는 도중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못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었다. 시간을 모르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이 미안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근태’를 문제 삼은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실제로 나는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권익위는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였나?

▲해왔던 모든 경험을 농축해서 최상의 결과를 녹여낼 수 있는 자리라 천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익위원장은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부패 방지 총괄 기관으로서, 행정심판법에 관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민원 해결에 있어 본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치료해줘야 하니 의사로서의 자질도 갖춰야 하는 곳이라고 늘 생각했다. 부처에 권고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조도 중요하다.

-다수 언론서 문제 제기한 부분은 역대 권익위원장 중 실적이 낮다는 점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실제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들 말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서 10년 만에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사안이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접속 수가 700만건에 그쳤지만, 이후에는 약 1300만건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업무들도 있었다.

일반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청렴 윤리경영 브리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권익위의 국민적 인지지도 높였다. 취임할 때만 해도 구독자가 3000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만명이 넘는다. 

경험 농축해 최상 결과 녹여낸 자리
비판 아닌 비난 하면서 사퇴 압박해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서 진보를 이뤘다는 건가?


▲그렇다. 행정심판 인용률을 높인 부분만 해도 알 수 있지 않나? 국민권익제도에 좀 더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위원장님들도 훌륭하지만,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성과가 낮다는 건 몇몇 국회의원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단지 양적인 수치 몇 개로 여론전을 펼쳐선 안 된다. 제도 개선들은 프로젝트로 보통 6개월서 1년 가까이 걸린다. 또 장기적이고 많은 기관들과 연관돼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도 국민적 측면서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효과를 본 프로젝트였다. 

-반면 감사도 꽤 오랜 기간 받았는데?

▲감사원,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조나 도움이 없는 상황이었다. 1년 동안 갖은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국무회의서 배제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업무보고를 하지 말란 소리다.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지난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이라 거기에 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을 위하는 기관은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가 더 중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인물을 임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물러나라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 그런데도 버텼다

▲국민의힘서 참 많이 물러나라고 말해왔다. 10명 이상으로 기억한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도 직원들과 간부들을 불러서 사퇴 압박을 했다. 권익위원장이 뭔가 허위로 내부에 거짓말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감사와 수사 요청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예 공개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탄원서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기관들이 이걸 확보하지 못하니까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권익위에 탄원서를 내놓으라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다.

감사원 행태 보니 분노 참을 수 없어
“가짜 소설 차라리 정교하게 던졌으면”

-감사원 감사 결과 불문 결정이 내려졌다. 어떻게 보나?

▲감사원 감사는 빈손 감사로 한마디로 실패했다. 처음에는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비위가 있다면서 감사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막상 10달 동안 감사한 결과는 권익위원장 개인 비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완전 실패다. 단 하나 탄원서를 써준 부분을 문제삼았는데 이것도 개인 비위가 아니다.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놨다. 감사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 공직자들이 공권력을 낭비하면서 손발을 묶고 일도 못 하게 했다. 임기가 정해진 권익위원장을 정권과 발맞춰 감사한 것 아닌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기관을 자기들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평소 격양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화가 많이 난 듯하다

▲조곤조곤 말하려 한다. 원래 투사형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세를 가지려는 성격이다. 감사원의 행태를 보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원에선 주심 패싱 논란도 일었다

▲조직이나 통상 국가기관의 결재 라인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현장 질서 문란이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뭐라도 있다고 포장해야 하는데 감사위원들이 불문 결정을 내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뭐라도 채워서 감사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감사위원들을 패싱하고 자신있게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법원으로 따지면 감사 결과 보고서 판결문의 최종 권한은 명백히 판사에게 있으며 법원 서기에게 있는 게 아니다. 이 같은 행태는 사무처가 마치 판결하는 판사나 주심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수처에 감사원을 고발했다


▲공수처에 표적 감사 및 직권남용 조작 감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나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게 확인됐다. 조작 감사 부분도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면 공수처서 자신들의 후속 감사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정권 입맛대로 법치주의 무너뜨렸다”
“바다의 딸 경험 강력하게 발휘할 것”

-최근에는 포상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치권서 문제삼고 있는데…

▲신고자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기자회견을 보니 내가 그 신고자라는 사람과 기획해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자작극, 조작 행위로 이 역시 직권남용,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생각이다.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배후가 있다는 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돼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관여된 국회의원들도 함께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포상금 제도는 어떤 시스템인가?

▲우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포상금 지급은 권익위의 보상금 심의위원회서 결정한 뒤 전원위원회서 결정하는 구조로 위원장은 관여할 수가 없다. 이건 증거가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다. 차라리 잘됐다. 다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 카르텔’ 등의 용어를 써서 자꾸 키우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허무맹랑한 소설이다. 어설프게 던지려면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교하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위원장이니 결정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입할 이유 자체가 없는 게 이 신고가 접수된 건 내가 취임하기 이전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결탁해 포상금을 줄 이유가 뭔가?

전원위가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보고되는 게 아니다. 신고 사건이 이렇게 처리됐다는 보고는 최종적으로 올라온다. 지급하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건가?

▲이미 고소, 고발을 다 했다. 이 건은 막판에 자신들을 고발해달라고 들어왔으니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게 맞다.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당당하게 못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압박해 집권여당 대통령과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서 임명한 인사들은 임기 말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곤 하는데…

▲일반 행정부처들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맞다. 가급적이면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이 필요하다. 예외 기관이 있는데 선관위원장,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이 그렇다. 해당 기관들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도 지난 정권에 임명했었는데 왜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만 물러나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하고 충성을 맹세하니까 봐주는 건가? 기관을 정권 입맛대로 자신들의 잣대로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차기 권익위원장 내정자가 벌써 하마평이 돈다. 차기 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차기 위원장님께서 내가 열심히 지키려던 권익위의 독립성, 중립성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번 정권서 임명하지만, 위원장으로 오는 순간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 권익위 법에 정해져 있는 원칙 그대로,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워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는 권익위의 제일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국민 권익 구제 기능, 민원 해결, 제도 개선 이런 데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데 현장에 자주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퇴임 이후 일정은?

▲바다서 나고 자라 바다의 딸로도 불렸다. 경험과 경륜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국민이 나를 필요하다고 명령한다면 국민이 부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일단은 오염수 저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건 차후 수순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총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는 않았다. 정치가 모든 해결 방법의 마지막 길은 아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 가능한 방법에는 포함되지만 다양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날 계획이 있나?

▲저를 권익위원장에 임명하신 분에게 퇴임 시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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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