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칼 물고 퇴장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어설픈 공격…지금부터 반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3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일요시사>와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전 전 위원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고맙고, 고생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녔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로 낙인찍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평소 조곤조곤한 성격이지만, 여러 난관들을 거치면서 ‘투사’적인 면모도 돋보였다. 

“차라리 잘 됐다.” 인터뷰 내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여러 고발과 의혹 제기가 전 전 위원장을 괴롭혀왔던 탓이다. 끝까지 버텼던 그는 “이제 반격할 차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일요시사>가 전 전 위원장을 만나 임기를 보내며 느낀 점, 감사원의 감사 관련, 포상금 문제, 앞으로의 행보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가 끝났다. 어떤 느낌이 드나?

▲시원하고,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든다. 일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서 굉장히 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치열하게 일해왔다. 이런 점은 시원하다. 또 일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 싶었던 것들을 숙제로 남겨둬 서운하기도 하다. 권익위 직원들을 굉장히 고생시켰는데, 좀 미안하다.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가?

▲새벽에 간부들에게 전화해 업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 나는 일에 빠지면 정신없이 몰두하고 집중하는 성격이다. 일하는 도중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못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었다. 시간을 모르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이 미안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근태’를 문제 삼은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실제로 나는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권익위는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였나?

▲해왔던 모든 경험을 농축해서 최상의 결과를 녹여낼 수 있는 자리라 천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익위원장은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부패 방지 총괄 기관으로서, 행정심판법에 관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민원 해결에 있어 본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치료해줘야 하니 의사로서의 자질도 갖춰야 하는 곳이라고 늘 생각했다. 부처에 권고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조도 중요하다.

-다수 언론서 문제 제기한 부분은 역대 권익위원장 중 실적이 낮다는 점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실제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들 말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서 10년 만에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사안이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접속 수가 700만건에 그쳤지만, 이후에는 약 1300만건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업무들도 있었다.

일반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청렴 윤리경영 브리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권익위의 국민적 인지지도 높였다. 취임할 때만 해도 구독자가 3000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만명이 넘는다. 

경험 농축해 최상 결과 녹여낸 자리
비판 아닌 비난 하면서 사퇴 압박해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서 진보를 이뤘다는 건가?


▲그렇다. 행정심판 인용률을 높인 부분만 해도 알 수 있지 않나? 국민권익제도에 좀 더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위원장님들도 훌륭하지만,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성과가 낮다는 건 몇몇 국회의원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단지 양적인 수치 몇 개로 여론전을 펼쳐선 안 된다. 제도 개선들은 프로젝트로 보통 6개월서 1년 가까이 걸린다. 또 장기적이고 많은 기관들과 연관돼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도 국민적 측면서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효과를 본 프로젝트였다. 

-반면 감사도 꽤 오랜 기간 받았는데?

▲감사원,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조나 도움이 없는 상황이었다. 1년 동안 갖은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국무회의서 배제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업무보고를 하지 말란 소리다.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지난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이라 거기에 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을 위하는 기관은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가 더 중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인물을 임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물러나라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 그런데도 버텼다

▲국민의힘서 참 많이 물러나라고 말해왔다. 10명 이상으로 기억한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도 직원들과 간부들을 불러서 사퇴 압박을 했다. 권익위원장이 뭔가 허위로 내부에 거짓말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감사와 수사 요청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예 공개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탄원서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기관들이 이걸 확보하지 못하니까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권익위에 탄원서를 내놓으라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다.

감사원 행태 보니 분노 참을 수 없어
“가짜 소설 차라리 정교하게 던졌으면”

-감사원 감사 결과 불문 결정이 내려졌다. 어떻게 보나?

▲감사원 감사는 빈손 감사로 한마디로 실패했다. 처음에는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비위가 있다면서 감사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막상 10달 동안 감사한 결과는 권익위원장 개인 비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완전 실패다. 단 하나 탄원서를 써준 부분을 문제삼았는데 이것도 개인 비위가 아니다.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놨다. 감사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 공직자들이 공권력을 낭비하면서 손발을 묶고 일도 못 하게 했다. 임기가 정해진 권익위원장을 정권과 발맞춰 감사한 것 아닌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기관을 자기들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평소 격양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화가 많이 난 듯하다

▲조곤조곤 말하려 한다. 원래 투사형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세를 가지려는 성격이다. 감사원의 행태를 보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원에선 주심 패싱 논란도 일었다

▲조직이나 통상 국가기관의 결재 라인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현장 질서 문란이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뭐라도 있다고 포장해야 하는데 감사위원들이 불문 결정을 내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뭐라도 채워서 감사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감사위원들을 패싱하고 자신있게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법원으로 따지면 감사 결과 보고서 판결문의 최종 권한은 명백히 판사에게 있으며 법원 서기에게 있는 게 아니다. 이 같은 행태는 사무처가 마치 판결하는 판사나 주심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수처에 감사원을 고발했다


▲공수처에 표적 감사 및 직권남용 조작 감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나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게 확인됐다. 조작 감사 부분도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면 공수처서 자신들의 후속 감사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정권 입맛대로 법치주의 무너뜨렸다”
“바다의 딸 경험 강력하게 발휘할 것”

-최근에는 포상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치권서 문제삼고 있는데…

▲신고자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기자회견을 보니 내가 그 신고자라는 사람과 기획해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자작극, 조작 행위로 이 역시 직권남용,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생각이다.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배후가 있다는 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돼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관여된 국회의원들도 함께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포상금 제도는 어떤 시스템인가?

▲우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포상금 지급은 권익위의 보상금 심의위원회서 결정한 뒤 전원위원회서 결정하는 구조로 위원장은 관여할 수가 없다. 이건 증거가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다. 차라리 잘됐다. 다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 카르텔’ 등의 용어를 써서 자꾸 키우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허무맹랑한 소설이다. 어설프게 던지려면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교하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위원장이니 결정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입할 이유 자체가 없는 게 이 신고가 접수된 건 내가 취임하기 이전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결탁해 포상금을 줄 이유가 뭔가?

전원위가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보고되는 게 아니다. 신고 사건이 이렇게 처리됐다는 보고는 최종적으로 올라온다. 지급하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건가?

▲이미 고소, 고발을 다 했다. 이 건은 막판에 자신들을 고발해달라고 들어왔으니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게 맞다.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당당하게 못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압박해 집권여당 대통령과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서 임명한 인사들은 임기 말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곤 하는데…

▲일반 행정부처들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맞다. 가급적이면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이 필요하다. 예외 기관이 있는데 선관위원장,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이 그렇다. 해당 기관들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도 지난 정권에 임명했었는데 왜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만 물러나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하고 충성을 맹세하니까 봐주는 건가? 기관을 정권 입맛대로 자신들의 잣대로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차기 권익위원장 내정자가 벌써 하마평이 돈다. 차기 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차기 위원장님께서 내가 열심히 지키려던 권익위의 독립성, 중립성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번 정권서 임명하지만, 위원장으로 오는 순간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 권익위 법에 정해져 있는 원칙 그대로,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워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는 권익위의 제일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국민 권익 구제 기능, 민원 해결, 제도 개선 이런 데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데 현장에 자주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퇴임 이후 일정은?

▲바다서 나고 자라 바다의 딸로도 불렸다. 경험과 경륜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국민이 나를 필요하다고 명령한다면 국민이 부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일단은 오염수 저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건 차후 수순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총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는 않았다. 정치가 모든 해결 방법의 마지막 길은 아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 가능한 방법에는 포함되지만 다양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날 계획이 있나?

▲저를 권익위원장에 임명하신 분에게 퇴임 시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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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