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막가는 리더십 막후

‘독불장군’ 막 휘두르는 잣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의 선관위·권익위 감사가 시끄럽다. 위원들의 견해 차이가 있으나 유병호 사무총장의 월권 논란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유 사무총장이 최재해 감사원장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내부 직원들 사이서조차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유 사무총장이 ‘감사원 실세’라고 불리는 이유다.

감사원은 본래 조용한 사정기관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에 자주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을 잘한다’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보다 앞서 나가는 스타일로 부담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무리한 감사
후폭풍 자초

유 사무총장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위법·부당 행위를 확인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지난 1일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전 위원장에 대한 사무국 감사 결과를 논의한 끝에 8개 핵심 쟁점 ‘불문’ 조치를 결정했다.

위법·부당 행위 및 개인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감사원이 조사한 전 위원장의 혐의는 총 8개로 ▲출·퇴근 포함 근태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한 쟁점 3개 항 ▲서해공무원 사건 유권해석 관련 1개 항 ▲전 위원장의 감사 방해 2개 항 ▲갑질 간부에 대한 탄원서 제출 등이 있다.


감사위는 8항의 탄원서 제출 쟁점을 두고 “부적절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 주의 조치도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기관 경고조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항 출·퇴근과 탄원서 쟁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항에 대해 전 위원장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추 전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된 2항의 보도자료와 3항의 보도자료는 같은 해 9월16일 권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이다.

2항과 3항 보도자료는 추 전 장관의 직무와 아들(군 복무 중 휴가 논란) 수사 건에 대한 직무상 이해충돌에 관한 권익위 입장이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충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실관계 해석을 거쳐 유권해석을 했고, 그 해석도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 전 장관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지휘권 등을 행사했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굴하지 않고 전 위원장이 실무진에게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수렴한 권익위 회의 내용을 실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면서 ‘보도자료(위원장님 작성)’라고 제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다”며 “그 자료는 해당 실무자의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위 보도자료에선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는 부분서 ‘전적으로’라는 표현이 쟁점이 됐다. 감사위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논의로 ‘방침’을 결정했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감사원 사무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감사위 “전현희 위원장 부패·위법 없다”
따로 노는 사무국…간접적으로 인정 안 해


다만 감사위는 3항 보도자료 작성 부분에 관해 전 위원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감사보고서에 관련 사실만 기술했다.

4항은 전 위원장이 추 전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 건을 두고 라디오 방송 시사프로에 ‘담당국장’을 시켜 허위로 인터뷰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담았다. 그러나 감사원은 담당국장을 제외한 다른 관련 직원에게 “허위로 인터뷰하게 했다”는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다.

결국 이 부분도 담당국장의 허위 진술로 확인됐다.

5항은 지난해 7월27일, 국회 정무위 출석 후 점심식사 당시 일어난 사건이다. 이날 국회 정무위서 서해 사건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의 질타에 대해 전 위원장은 “권익위가 사건의 사실관계를 잘 몰라 (유권)해석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해당 결정을 전 위원장이 했고 담당국장에게 강요했다며 강요 미수로 고발했다. 이는 담당국장의 일방적 주장이었다.

감사원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지난 2일, 출입기자들에게 “감사위원회는 제보 내용을 안건별로 심의하며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관해 권익위원장에게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며,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 등은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 문자에서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감사위원회 결정은 개인 조치는 ‘불문’이고, 기관 주의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끝이다. 감사위 결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실패한
전 잡기

유 사무총장은 대변인실이 입장을 밝힌 날 지휘서신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들은 유 사무총장이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기관에 대해 중대 감사로 취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통상적으로 수사 요청 이전에 감사위 의결을 거친다. 예외는 ▲(감사 대상자)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당사자 본인 조사가 어렵거나 ▲범죄 혐의가 있거나 ▲긴급성이 있을 때만 둔다.

감사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감사원 사무국이 수사기관의 수사 이전부터 전 위원장을 범죄자로 봤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무국이 직권으로 사전에 무리수를 뒀다. 내부서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행태를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며 최 원장 등을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4월4일 공수처 조사에 앞서 경기 정부과천청사 민원인 안내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정치적 감사에 공수처가 수사로 경종을 울려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공수처는 당시 구체적인 고발 경위 조사를 위해 6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감사원의 보고서 발표 이전에는 수사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며 “특별수사본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잡기’에 실패한 유 사무총장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 회의서 최 원장의 발언을 끊거나 제지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이어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감사원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본인이 최 원장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권과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최근까지 보여준 태도는 선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독불장군’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위원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모습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멈출 줄
모른다


지난해 유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고성이 오간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최 원장과의 질의서 문재인정부 시절 공공기관 감사국장이었던 유 사무총장의 직속 부하였던 A 과장이 유 사무총장을 비위 의혹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감사원 직원들도 대부분 몰랐던 내용이다.

A 과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뒤 유 사무총장이 ‘문정부서 공공기관 평가 비위를 봐준 의혹이 있다’며 직위 해제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상사가 유 사무총장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A 과장과 함께 당시 공공기관을 감사했던 4명의 감사관에 대해서도 직위해제와 동시에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그런데 A 과장이 최 원장에게 유 사무총장의 비위를 신고한 것이다.

유 사무총장을 향한 감사원 직원들의 불만이 언급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감사청구가 제기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의혹을 조사하던 감사원 B 과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고, 배경으로 유 사무총장의 ‘감사 중단 압력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CBS 구용회 논설위원은 ‘대통령실 감사 연장 불승인, 유병호 압력설 사실인가’ 칼럼서 “감사 업무를 총괄하던 행안 1과 B 과장이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B 과장은 유 사무총장에게 대통령실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B 과장은 ‘(대통령실 감사를)손을 봐 놓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제대로 정리를 해 놔야 한다’는 취지로 유 사무총장에게 감사 연장을 수차례에 걸쳐 요청한 것도 확인됐다”고 썼다.

이어 “하지만 유 사무총장은 감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유 사무총장은 ‘더 이상 건들지 말라’며 ‘여기서 끝내라’는 취지로 감사 연장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감사원 규정에 의하면, 감사 연장 승인 여부 결정권은 감사원 사무차장에게 있다고 한다. 연장 승인권이 사무차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 사무총장이 ‘중단 압력’ 결정을 내렸다면 이는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한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5개의 청구 항목 중 2개를 인용하고 3개를 기각·각하했다. 이후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의 부패 행위 및 불법 여부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건축 공사 등과 계약 체결의 부패 행위 여부 등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유, 고집 안 꺾인다”
정부여당 뒷배 믿고?

참여연대는 기각·각하 결정이 난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 낭비 의혹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도 진행했다.

참여연대는 해당 칼럼에 대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헌법과 감사원법으로 독립적 권한이 보장된 감사원서 사무총장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이 청구한 대통령실 감사를 중단토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국민감사를 방해한 중대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일단 전 위원장 건은 묻어두는 분위기다. 감사위 결과를 불복한 데 이어 논란을 자초하면 어깨의 짐만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충돌로 여유가 없기도 하다.

현재 선관위는 헌법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 거부 입장을 피력했고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근거로 감사를 거부하면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이를 갈고 있다. 이들 헌법기관의 충돌은 자녀 채용 특혜라는 현안과 보수 진영서 쌓여온 선관위에 대한 불만, 유 사무총장이 이끄는 감사원의 강성 성향, 헌법기관 위상을 지키려는 선관위의 판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금도 선관위는 일반 행정(조직·운영)이나 회계 분야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정기감사를 받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사안이 불거졌을 때 벌이는 직무감찰이다. 역사상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한 적은 없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서 불거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감사원은 직무감찰을 주장했지만 선관위가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이 선관위에 직무감찰 권한이 있다는 근거로 든 조항은 감사원법 24조 3항이다. 직무감찰 범위 대상 공무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감사원은 1995년 법 개정으로 제외 대상을 기존 국회·법원서 헌법재판소까지 확대했는데, 이때 국회서 논의 끝에 선관위를 넣지 않은 것은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한은 있지만 선관위를 존중해 직무감찰을 자제해왔다고 주장한다.

‘황소고집’
불만 폭발

감사원은 여권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지금이 선관위의 벽을 깰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권익위 조사, 선관위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감사원까지 직무감찰을 고집하는 건 유 사무총장의 또 다른 무리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여권과 유 사무총장은 ‘한 몸’이다. 감사원이 검찰 다음 가는 ‘용산 하청기관’이라고 불리고 있다. 유 사무총장의 한 명의 고집으로 인해 무리한 감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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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