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경매로 주택을 사려면?

[Q] 경매로 주택을 사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A] 법원이 제공하는 법원경매에 관한 정보는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에서 검색 가능합니다. 검색은 ’경매물건-부동산-법원/소재지-물건상세검색-소재지 및 내역-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사건상세조회와 관심물건등록’ 순입니다. 회원 가입 후 ‘나의경매’에서 ‘매각예정물건’을 소재지(시/구/읍·면·동)별로 물건을 찾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건정보는 ①물건기본정보 ②기일내역 ③목록내역 ④감정평가서 요약 ⑤인근매각물건사례 ⑥유의사항 등으로 구성돼있고,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및 감정평가서(매 매각기일 1주 전부터 조회 가능) 등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황조사보고서에 첨부한 주민등록등·초본은 비치하지 않습니다[부동산등에 대한 경매절차 처리지침(재민 2004-3) 제8조]. 

경매공고에서 매수할 주택을 골랐다면 관심물건으로 등록해두면 편리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매수신청을 하려면 먼저 매수할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을 해야 합니다. 권리분석이란 경매로 인해 매수인(경락인)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있는지를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권리분석을 하려면 우선 ’매각물건명세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권리분석은 주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이 매수인에게 인수되는지,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 또는 가처분이 있는지, 매각에 따라 설정된 것으로 보는 지상권이 있는지, 매수인이 부담해야 할 유치권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권리분석은 향후 권리별로 구분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현장에 가봐야 합니다. 경매목적물 인근 부동산사무소에 가서 점유자 및 임대차 관계, 시세 등을 알아보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연체한 관리비 등이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점유자에 대해서는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인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유치권자의 점유인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보통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이 매수인에게 인수될 수 있다’ 혹은 ‘유치권 신고가 있으나 그 성립여부는 불분명하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법원이 부동산을 팔면서 이런 걸 조사해서 임차보증금의 인수 여부나 유치권의 성립 여부를 명확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툼이 있으면 재판을 해봐야 알고, 재판이 3심까지 갈 수도 있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경매에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유치권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유치권자는 목적부동산이 경매될 경우 유치권이 있음을 증명하고 집행법원에 신고해야 경매절차에서의 이해관계인으로 됩니다.

유치권자가 집행법원에 유치권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유치권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할 뿐 여전히 유치권자로서 매수인(경락인)으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은 등기부에 기재되는 권리도 아니고,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돼있지 않거나 경매절차에서 권리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배당을 받는 권리가 아니므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는 없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경매목적물에 대한 점유자 확인을 통해 점유자를 확인해보고, 점유자가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 그 유치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지  등을 매수신청 전에 분석해봐야 합니다.

다음은 유치권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므로 이를 소개합니다.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먼저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점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점유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경비회사를 통하거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그 임차인으로 하여금 점유하게 하는 간접점유도 포함합니다. 

점유는 유치권의 성립요건일 뿐 아니라 존속요건이므로 유치권자가 점유를 상실하면 원칙적으로 유치권도 소멸합니다(민법 제328조).

다만 점유가 제3자에 의해 불법 침탈된 경우에는 유치권자가 점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해 점유를 회수하게 되면 점유를 상실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민법 제204조, 제192조) 유치권이 소멸하지 않은 것으로 됩니다.  

유치권과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둘 다 주택의 점유라는 요건을 필요로 하므로, 임차인이 유치권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유치권자의 직접점유자로서 점유하는 경우 외에는 두 점유는 양립할 수가 없습니다.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없지만, 유치권자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인에게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민법 제324조 제2항 참조), 소유자의 승낙 없는 유치권자의 임대차에 의해 유치권의 목적물을 임차한 자의 점유는 매수인(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5마2025 결정). 

또한 유치권은 목적물을 유치함으로써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을 본체적 효력으로 하는 권리인 점 등에 비추어, 그 직접점유자가 채무자인 경우에는 유치권의 요건으로서의 점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다27236 판결).

유치권자의 점유에 대해서는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해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대법원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된 뒤에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사람은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5마2025 결정).

민사유치권은 유치목적물에 대한 점유뿐만 아니라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것’이어야 하고, 상사유치권(피담보채권이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인 경우)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해’ 생긴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민사유치권의 경우에는 목적물의 소유권이 자기 물건만 아니면 누구에게 속하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 비해, 상사유치권은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무자 소유’일 것으로 제한돼있습니다(민법 제320조, 상법 제58조).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는 ‘목적물에 관해’ 생긴 채권인지에 관해 대법원은 ‘갑이 건물 신축공사 수급인인 을 주식회사와 체결한 약정에 따라 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의 건축자재를 공급한 사안에서, 갑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할 뿐 건물자체에 관해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1다96208 판결).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해 이미 선행저당권이 설정돼있는 상태에서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2010다57350판결, 2012다94285).

채무자 소유의 건물에 관해 증· 개축 등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채무자에게서 건물의 점유를 이전받았다 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공사를 완공해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함으로써 그때 비로소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에는 수급인은 유치권을 내세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1다55214 판결).

유치권은 임차인이 지출한 필요비·유익비에 대해서도 성립할 수 있지만, 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관계 종료 시에는 건물을 원상으로 복구해 임대인에게 명도하기로 약정한 것은 건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 또는 필요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볼 수 있어 임차인은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73다2010 판결).

또한 ‘필요비와 유익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특약이 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돼있어 일률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적용되도록 예정돼있는 것이라도 계약체결 시 다른 의사 표시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조항의 취지는 통상 존재하고 예상할 수 있는 필요비나 유익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89다카5628 판결 참조).


다음으로 채무자가 연체한 관리비를 매수인(경락인)이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판례는 미납 관리비 중 공용부분(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에 대해서는 매수인에게 인수되지만, 전용부분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부담하지 않으며(관리규약에 전 입주자의 체납관리비를 양수인에게 승계시키도록 규정돼있더라도 이는 입주자들의 자치규범인 관리규약 제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특별승계인이 그 관리규약을 명시적, 묵시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이상 효력이 없다),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집합건물의 관리비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5다65821 판결). 

낙찰 받은 부동산이 인근에 혐오시설이 있다거나 우범지역에 위치한 주택인지를 모르고 샀다면서 낙찰을 불허가 해달라고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유는 매각불허가사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현장 확인은 매수인이 해야 할 몫입니다. 그러므로 현장에 가서 이 같은 문제가 있는지를 미리 살펴봐야 합니다.

매각기일은 보통 10시에 입찰을 실시하는데, 당일 연기되거나 취하되는 사건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입찰법정 게시판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확인한 후 입찰에 참가하면 됩니다.

매수보증금 납부로는 현금 또는 자기앞수표, 보증서 제출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관이 용이하고 간편한 자기앞수표가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자기앞수표는 지급제시기한이 5일 이상 남아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민사집행규칙 제64조). 매수보증금은 최고가매수신고인이나 차순위매수신고인이 되지 못하면 입찰법정에서 바로 반환해 줍니다. 

입찰은 시작하고 나서 1시간 이내에는 개찰을 실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입찰표를 신중하게 기재한 후 찬찬히 살펴보고 입찰함에 넣어야 합니다. 혹시 1억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0‘을 하나 더 붙여서 10억원으로 잘 못 써서 입찰함에 넣고 말았다면 입찰을 마감하기 전에 입찰표를 하나 더 제출하면 둘 다 무효가 됩니다.

보통 위임장에 날인한 인감인영이 인감증명서와 다른 경우와 매수보증금을 적게 납부한 경우, 여러 개의 물건이 있는 경우에는 물건번호를 기재해야 하는데, 이 기재를 빠뜨리는 등의 실수를 많이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모두 무효처리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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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