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을 호소하는 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창 혈기왕성해야 할 젊은이들의 무기력은 학교·회사 내에서 문제가 될뿐더러, 개인의 측면에서는 생산성 저해 이상의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초식남’ ‘건어물녀’ 등을 일컫는 ‘연애·결혼·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일본 젊은이가 겪는 대표적인 무기력 현상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사회 문제화되어 왔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전 연령층에서 무기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서는 수업 중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누군가와 사귀는 것 자체가 귀찮고 번거롭다’며 집 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특별한 것도 없는 일상이다. 회사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곤 코앞에 닥친 일만 겨우 해낸다. 생생한 활력과 새로운 의욕을 가진 얼굴을 발견하기 어려운 사회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며 무기력을 통감하는 이들은 주위 도처에서 발견된다. 자녀들이 성장한 후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들, ‘은퇴하고 화초나 돌보며 할 일 없이 지내게 되자 금세 노인이 되어버렸다’는 한탄을 일삼는 노년층에게도 무기력의 짙은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무기력이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은 무기력과 그 반대 개념인 효능감에 관한 본격 심리학 연구서다. 여기에는 놀라운 사실과 묵직한 화두가 많이 등장한다.
‘무기력은 학습된 것인가, 타고난 기질인가?’‘타인에게 보수를 받거나 평가를 받으면 원래 있었던 흥미나 향상심이 오를까, 반대로 사라져버릴까?’‘사람과의 관계가 무기력에 이르게 할까, 무기력에서 탈출하게 할까?’등이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심리학 여러 분야에서 다뤄져 왔다. 인지, 특히 노력의 효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의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설득하는 개념은 새롭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이 현재 자신이 맞닥뜨린 불편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지하면 자신의 노력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되거나 ‘어차피 나는 안 돼!’라는 체념적 태도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책 1장에서 3장까지는 이 개념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다.
무기력의 반대 개념은 효능감이다. 효능감은 어떻게 획득될까? 자신의 노력으로 도망쳤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가 해결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효능감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효능감이 지속돼 유능감을 갖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즉, 유능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것, 그 이상의 것들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중심으로 특히 자율성의 감각, 타인과의 따뜻한 교류, 숙달(熟達)과 자아 기능과의 관련 등에 대해 4장에서 6장까지 다루었다.
7장에서 9장까지는 효능감을 키우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10장에서는 무기력과 효능감에 대해 성취 지향 사회인 미국과 친화 지향 사회인 일본을 비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