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제 골프장들의 그린피가 소폭이나마 하락한 모양이다. 한국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3월31일 발표한 내역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들이 지난 1월과 비교해 그린피를 8%가량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료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수용한 결과로 비춰진다.
회원제 골프장 평일 그린피가 1.4%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요금 인상을 자제한 듯한 양상이다. 상당수 골프장이 그린피 인하에 동참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 시국에…
하지만 최근 들어 또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기업 규제 완화 정책을 예고하자, 회원제 골프장들이 그린피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대중제 골프장들이 급격히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회원제 골프장들의 입장을 수긍하기도 한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회원권 혜택 축소가 역력한 마당에 몇몇 회원제 골프장이 상식선을 넘어선 요금 인상안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회원권 보유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피해 떠안는 회원권 보유자
‘슈퍼 갑’ 불통 밀어붙이기
일례로 강북권의 한 골프장은 회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부터 정회원 기준 그린피를 109% 내지는 181% 수준으로 인상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곳은 대중제 골프장들이 그린피 인상으로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해에 몇몇 매체로부터 그린피 올리지 않은 ‘착한 골프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골퍼들 사이에선 명문 골프장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해당 골프장은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제세금 부담과 원자재 가격의 인상을 그린피 인상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회원들은 인상폭이 너무 높아 골프장 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회원권 보유자들은 이용요금 부담은 물론이고, 회원권 가격 급락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대중골프장이용요금심의위원회’ 설치를 위한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시법)’ 개정안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개정안의 취지는 대중제 골프장이 이용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세제 혜택 규모만큼 요금 인하를 반영했는지 또는 적절한 수준인지를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도적으로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대중제, 여론 수용 가격↓
회원제, 인상 카드 만지작
업계에서는 자율 경쟁을 지향하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반자유시장 및 위헌적인 요소, 비현실적 조치라며 해당 법안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미 ‘슈퍼 갑’의 위치에 올라선 골프장이 대중의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도리어 아직까지는 정치권의 표적과 여론의 관심은 대중제 골프장에 국한돼 있지만, 회원제 골프장까지 가세해 무차별적인 그린피 인상이 확대된다면 회원제 골프장도 언제든 자승자박의 처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춘 그린피 폭등과 회원 혜택 축소, 입회금 반환 조치 등 재산권 침해로 점철된 최근 회원권 시장의 현주소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은근슬쩍
골프장 경영의 소관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산하기관을 통해 회원제 뉴서울 골프장을 운영 중인 만큼, 이 같은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도리어 과거 분양했던 무기명 특별회원권 처리 문제와 대표이사 선임 및 부킹청탁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새 정부 쇄신의 차원에서라도 집안 단속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불공정한 업계의 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경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