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행운의 집’과 ‘Bodyscape’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이 개인전 ‘Bodyscape’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서 깊은 건물인 ‘팔라초 카보토’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이건용은 동명의 회화 연작에 집중했다. 

팔라초 카보토는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탐험가 지오바니 카보토가 아들 세바스티아노 카보토와 함께 1480년대 후반까지 거주한 생가다. 가리발디가 위치한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은 1400년에 지어졌다. 베니스 시민들은 이 집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선 긋기

갤러리현대는 ‘행운의 믿음’을 간직한 이곳에서 한국 작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건용은 이번 전시에서 1976년 발표한 이래 무수한 회화적 실험으로 변신해온 Bodyscape의 가장 현재 모습에 몰두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20여점과 Bodyscape 연작의 독창적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는 제작 과정 영상, 그동안 작가가 펼친 퍼포먼스 아카이브 영상도 함께 공개됐다. 

이건용은 Bodyscape 연작에 신체와 장소, 관계에 대한 독창적 미학과 사유의 정수를 담았다. 이 연작은 신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회화의 가장 기초적 언어인 선 긋기를 신체의 지각과 존재의 확인이라는 철학적 사유로 확장했다.


1976년 처음 발표
시대를 거듭한 연작

연작은 제작 과정에서 엄중한 통제와 우연성의 개입이 충돌과 조화를 이룬다. 동시에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회화적 색감과 표현으로 진화했다. 이건용은 Bodyscape 연작이 ‘상호작용’의 현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화면 속의 선은 밖에서 들어간 것이지 내부에서 이뤄지거나 구성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평면에 선을 긋거나 임의의 흔적을 만드는 행위는 사용된 매체인 연필과 물감, 기타 신체 행위가 화면 속으로 들어가 그어지거나 섞이거나 흘러내려 상호 간에 작용해 드러나는 현상으로서 발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용은 1976년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회 ST전에서 총 9가지의 Bodyscape 연작 중 7가지를 ‘그리기의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후 나무판과 펜, 연필 등 단순한 재료를 택해 몸의 움직임과 그 흔적을 화면에 명료하게 기록했다.

회화적 표현보다는 ‘선 드로잉’에 가까운 엄격하고 절제된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 측정기가 된 듯 제한된 신체의 조건과 작업의 내적 논리가 지닌 투명성을 강조했다. 

신체와 장소, 관계 다룬
독창적 미학·사유의 정수

1980년대 들어 이건용은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과 붓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동감 넘치는 회화적 표현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시기다.


1990년대 Bodyscape 연작은 삶과 문화, 역사에 대한 작가적 인식과 해석을 주제로 삼은 ‘인간항’ 연작과 긴밀하게 결합했다. 한 화면에 Bodyscape의 방법론과 민족, 문화사적 기호들이 중첩되면서 총체적인 회화로 진화했다. 

2000년대 Bodyscape 연작 화면은 사회적 이슈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됐다. 지하철의 여성,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장소 등의 사진을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Bodyscape 방법론을 펼쳐 예술가의 신체와 장소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했다.

2010년대에는 신체를 제약하는 방식과 화면의 크기를 변주해 변형된 시리즈를 완성했다.

상호작용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선을 그리는 독특한 리듬, 점을 찍는 에너지와 열정적 움직임, 자연스러운 색의 만남과 뒤섞임, 신체의 가용범위에 따른 캔버스 크기의 다양한 변주 등 이건용의 흥미로운 회화적 실험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7월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건용은?]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1만여권의 장서를 읽으며 문학·종교·철학·인문학 등에 관심을 가졌다.

배재고등학교 재학 시절 듣게 된 논리학 수업을 통해 현대철학을 접했다. 

1960년대 말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대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1969년 S.T(Space and Time 조형학회)를 조직, 현대미술에 관한 글을 번역해 토론하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후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전개했다. 

1970년대 중반 ‘이벤트-로지컬’이라는 주제와 제목으로 발표한 논리적이며 개념적인 일련의 퍼포먼스, 1980년대 나무나 돌 등 자연 재료에 개입해 사물의 본래 속성을 미세하게 변주한 설치조각 등을 선보였다.

1990년대 개인적‧문화적‧역사적 서사를 배경으로 한 연극적 퍼포먼스, 한 화면에 구상과 추상적 요소를 결합한 포스트모던 대형 회화 작품, 개인적 일상 오브제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은유한 설치미술, 2000년대 이후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Bodyscape’ 연작까지 그의 아방가르드 정신은 매체에 국한 되지 않고 시대와 호흡하며 지속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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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