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스승과 제자' 양태숙·지유라

다시 불어오는 봄, 바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하나에 하나를 더한다고 꼭 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합은 무한대의 시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 양태숙 작가와 지유라 작가의 앙상블이 코로나19로 움츠러든 현실에 다시 ‘봄 바람’을 불러왔다. 

초등학교 5학년, 열두 살의 지유라가 양태숙 화실의 문을 열었을 때 두 작가의 인연은 시작됐다. 회화과를 졸업한 양태숙은 임용고시 탈락 후 동네에 작은 화실을 열었다. 초현실주의 어두운 그림으로 가득했던 화실에서 지유라는 4B 연필로 선 긋기부터 배웠다. 이후 지유라는 양태숙과 같은 길을 가는 유일한 제자가 됐다.

첫 그림 선생님

첫 그림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두 사람이 ‘사제전’을 준비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누아갤러리에서 15일에 시작된 ‘봄 바람’ 전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후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봄의 기억이 사라졌다. 두 작가가 준비하던 사제전도 코로나 여파로 대면활동이 제한되면서 미뤄졌다. 지유라는 “(사제전을)몇 년 전부터 계획했는데 전시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을 듣고 아트디렉터 한명일 선생이 전시를 기획했다. 권도현 누아갤러리 관장도 이번 전시를 의미 있다고 여겨 흔쾌히 초대전을 열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전시에는 코로나 광풍이 사그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 봄의 기운을 전하려는 두 작가의 의지가 담겼다. ‘봄의 꽃바람을 맞으러 나가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드러내고자 전시 제목도 ‘봄 바람’으로 정했다.


유화 작품을 주로 그리는 양태숙은 일상 속의 자연, 자연 속에 스민 우주의 질서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6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생활 소재인 찻잔과 자연의 조합으로 구성한 화면의 평면 회화다. 

초등학생과 화실 선생님으로
오랜 인연의 결과 ‘사제전’

양태숙은 “생활 반경 안에서 ‘가까이 들여다보기’ 방식으로 자연을 체감하고 있다. 소박한 마당에서 경이로운 자연의 창조력을 찾아내고 거기에 상상력을 보태는 발상법으로 그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생명인 나무와 잎사귀를 의인화하기도 하고 찻잔에 하늘과 별을 담기도 한다”며 “세세한 잎맥에 스며 있는 하늘과 땅의 기운, 그 의미가 찻잔 속에 담겨 우리의 숨결처럼 구름을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날들을 그린다”고 덧붙였다.

지유라는 집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여행에서 만난 집, 추억의 집, 꿈꾸는 집 등 집 이야기를 나뭇조각 위에 그린다. 이번 전시에도 엄마의 봄과 봄에 만난 집 시리즈를 준비했다. 지유라는 “유독 봄을 좋아한다. 특히 따스한 햇볕과 연둣빛 새순, 코끝에서 나는 봄 바람 냄새에 설렘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와 달리 엄마의 봄은 늘 분주했던 것 같다. 아이의 새 학기를 위해 준비물을 챙기고 겨우내 묵은 청소, 이불 빨래, 화단 가꾸기 등 엄마의 봄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고단하지 않았나 싶다”며 “엄마의 봄도 봄꽃처럼 화사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엄마의 봄’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가까이 들여다 본 자연
엄마 그리고 기억의 집


이어 “일전의 봄 여행에서 만난 유럽의 집은 사진 속 한 장면처럼 기억돼있다”며 “처음 집을 봤을 땐 새로워서, 10년 뒤 다시 가서 봤을 땐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에 반가웠다. 그 기억의 장면을 ‘봄에 만난 집’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는 “현대인의 각박한 감성에 부드러운 봄 바람처럼 다가가 시각으로부터 마음의 환기를 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양태숙) “스승과 제자의 오랜 인연이 빚어낸 자연과 집의 이야기를 보고 주변의 인연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를 본 후 기억나는 인연이 있다면 안부 인사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지유라)라고 말했다. 

“올해는 꽃바람, 봄 바람을 마스크 없이 느끼는 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같은 길을 가는 동지가 된 두 사람이 그 봄을 준비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집과 그 집을 감싸는 자연의 조화처럼 우리의 일상이 더욱 여유 있게 펼쳐지길 바라봅니다.”(양태숙)

유일한 제자

한편 양태숙은 올 여름 소품전을, 지유라는 5월 조형 아트페어와 7월 목포 아트페어, 그리고 12월 대전 작가들과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양태숙은?]

1980년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9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여러 단체의 그룹전과 개인전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해까지 16회의 개인전, 90여회 이상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지유라는?]

예고를 나와 현재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1회의 전시를 진행했다.

단체전 40여회, 해외 아트페어 등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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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