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합법화 외치는 사람들,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0 1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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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성욕 해소…집창촌 있어야 성범죄 준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인면수심의 아동 상대 범죄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법망을 피해 몰래 성매매를 하던 여성이 피살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는 ‘성매매 금지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가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인 지 8년.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범죄는 흉포화 되고 불법 성매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성매매 집결지가 문을 닫게 되면 성범죄가 더 증가하고, 성문화도 문란해질 것이다. 없애는 것보다 관리감독이 가능한 공간에 모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한 경찰관이 남긴 말이다. 오는 23일이면 특별법이 발효된 지 꼭 8년이다. 그의 예상대로 극악무도한 성범죄 발생, 음성형으로 진화한 불법 성매매의 온상 속에서 우리사회는 큰 충격과 혼란을 겪고 있다.

홍등가 폐쇄
성범죄 더욱 기승? 

성욕을 억제 못해 저질러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강현준 전국한터연합(성매매 여성과 업주들의 모임) 대표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폐지하면 잇따라 발생하는 성폭행 흉악범죄를 막을 수 있다”며 “특별법 폐지가 성폭력 범죄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문화를 개혁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더 많은 범죄자를 양성할 뿐 성매매와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성폭력 등 흉악범죄에 대해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성범죄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2004년에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성폭력 범죄가 더 빈번해지고 있는 것을 일반인들은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극악무도 성범죄와 성매매특별법 상관관계 주목


포주들 “강간범 무서우면 당장 공창제 도입해야”

한터연 관계자는 “성매매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던 성 욕구를 특별법으로 인해 해소 하지 못하니 충동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은 결국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성 욕구를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성범죄 증가와 성매매특별법의 상관관계를 무조건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특별법 폐지가 강간범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제정된 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성매매 알선과 광고로 벌어들인 재산은 전액 몰수하도록 했으며 성 구매자도 적발되면 무조건 입건하도록 했다.

이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개방형인 성매매 집결지가 줄어들고 집창촌이 그 세를 잃어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 메신저 등 극히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서 이뤄지는 성매매의 음성화로 인해 각종 범죄 양산 등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지만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성범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 속 또 다른 
부작용만 낳을 뿐

그렇다면 이들이 ‘성매매특별법 폐지’와 함께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굳이 ‘성욕해소 도구’로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우리사회는 성매매로부터 절대 자유로워지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매매는 인간의 본성이 확립될 때부터 존재해 왔으며 이러한 본성을 무조건 법으로 제제하고자 했던 것이 애당초 문제였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성이 상품화 되지 않은 나라는 그 어느 나라도 없고, 매춘이 없는 나라도 없는 것처럼 이제 현실적인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해외의 사례를 강력한 증거로 삼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성매매는 합법적인 일이다.

성매매의 음성화로 인해 에이즈와 성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별법 이전에는 당국에서 성매매 여성의 위생관리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므로 위생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피스텔 등에서 소규모로 윤락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나 불법 취업한 외국인 성매매 여성, 프리랜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관리는 전무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한때 강남 일대 유흥가를 중심으로 성병, 에이즈 등의 각종 괴담이 퍼지기도 했다.

전 세계에 매춘 없는 나라 없다
독일·네덜란드 등 성매매 합법 

이에 대해 한 유흥업 관계자는 “집창촌에서는 검사를 안 받으면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아가씨들이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면서 “그렇지만 요즘엔 오히려 검사를 받았다간 불법영업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 두려워서 검사를 꺼리는 추세다. 결국 넓게 보면 오히려 특별법이 낳는 부작용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 속엔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있다. 성매매를 합법화 한 나라들 역시 여성들의 인권을 내세웠다. 그러나 성매매가 합법화 되었다고 해서 성적 노예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성노동을 비범죄화 하고 성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차별, 착취,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취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생존권, 직업결정권은 당연한 얘기고 굳이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에 대한 예방과 현실적인 성문화를 위해서라도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창제 도마 위
진정한 대안인가

물론 ‘특별법 폐지’ 및 ‘성매매 합법화’가 불법 성매매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지 20년이 된 호주에서 온 쉴라 제프리 멜버른 대학 교수가 지난 2008년 여성인권중앙센터 주관의 ‘성매매방지법 시행 강연’에서 “성매매 합법화로 성매매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남성이 여성을 살 수 있는 성적 권리가 제도화되면서 성매매 산업과 이를 둘러싼 연계 산업들은 점차 확산됐다”고 증언한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서울 종암경찰서장 재직 당시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제한적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12일 한 종편채널 토크쇼에 출연해 거대한 성매매 인구,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 부재, 경찰력의 한계 등의 현실을 들며 “제한된 지역에서 성매매를 인정해주는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배은경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창제도는 결국 성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만연하는 성범죄에 대해 신상공개 소급적용, 화학적 거세, 공창제 도입, 특별법 폐지 등 각종 대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신중히 접근해야

혹자는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사고파는 성 약자들만 죽이는 악법’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정부의 졸속 행정’ ‘솜방망이 처벌’을 탓한다. 이제는 실효성 없는 대책보다 실질적인 단속과 처벌 관리가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 8년간의 법 시행으로 일부 확인 됐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매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넘어 좀 더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금지주의로 일관해온 성매매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처럼 비범죄화를 통해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는 성매매만큼은 양성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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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