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신작 게임의 부진으로 곤혹을 치렀던 엔씨소프트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리니지W’가 나름 흥행에 성공했지만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확대는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에 주가마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52억원으로 전년 8248억원보다 55% 급감했다. 매출은 2조3088억원으로 전년 2조4162억원에 비해 4% 감소했다.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사상최대를 달성하며 워낙 좋았던 것을 감안해도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폭은 도드라지게 컸다.
영업익 급감
엔씨소프트 영업이익 감소에 원인으로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영업비용의 증가가 꼽힌다. 특히 4분기 신작 리니지W 출시를 앞두고 광고비 등 마케팅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인력 증가와 신작 게임 성과 보상 지급 등으로 인건비마저 증가하면서 4분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연간 영업비용도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여기에다 기존 주력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4%, 23% 줄어들었고 블레이드&소울2 매출은 544억원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W는 서비스 2개월여 만에 357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그나마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엔씨소프트는 52주 신저가를 또 경신했다. 지난 7일 엔씨 주가는 전일 대비 1만2500원(2.86%) 하락한 42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엔씨 주가가 42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2월 100만원대를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60% 가까이 떨어졌다.
끝없이 떨어지는 엔씨소프트의 주가를 바라보며 전문가들도 제각각의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리니지의 지적재산권(IP)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과 더 이상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 리니지 시리즈는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고,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는 매출 중 97%를 차지했다. 한국 시장 매출 비중이 80%가 넘어 내수 의존도가 크다.
리니지 IP의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시하는 게임마다 획일화된 리니지식 비즈니스모델(BM)와 과도한 과금(P2W) 구조가 유저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W는 기존 BM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발표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출시한 트릭스터M는 ‘아기자기한 리니지’, 블소2는 ‘껍데기만 바꾼 리니지’라는 혹평을 받았다. 블소2는 리니지의 핵심 과금유도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름만 바꾼 유사 시스템을 적용해 유저들의 분노를 샀다.
마케팅·인건비 부담에 영업이익 급감
52주 신저가 또 경신…반등은 언제쯤?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의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이용자의 의견을 개발 과정에서 수렴해 IP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리니지W 제2권역(북미, 유럽 등)에 NFT를 접목할 계획을 밝혔다.
이마저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다른 게임 담당 연구원은 “리니지 IP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겠다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MMORPG에 집중돼있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국내와 달리 해외는 MMORPG의 인기가 적어 리니지W에 NFT를 도입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 말했다.
‘리니지 IP’의 힘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게임 담당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 전환기에 엔씨소프트는 소극적이었지만, 결국엔 모바일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우위를 차지했다”며 “견고한 핵심 IP가 있는 이상 NFT 및 P2E 시장에서도 타사보다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내수 의존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들의 자연감소가 지속되고 있으나, 리니지W의 국내외 매출이 견조하고, 3분기 중 북미·유럽 등 제2권역 출시가 예정돼있어, 매출 및 영업이익(률) 상승이 예상된다”며 “특히, 제2권역 출시되는 리니지W는 NFT 방식의 게임으로 출시 예정이어서, 그동안 부진했던 북미·유럽 지역의 흥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3분기 중 북미와 유럽 등 제2권역에서 출시되는 리니지W와 4분기 글로벌 동시 출시 목표인 TL(Throne and Liberty)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을 가속한다.
특히 리니지W에는 NFT가 적용될 계획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유저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내부적으로 확고하다”며 “처음부터 P2E라는 개념을 가지고 NFT 게임에 접근하지 않았으며 NFT 투자자나 코인 투자자에게 가치를 주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작 공개 방식에도 변화를 시도한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론칭 직전 쇼케이스 등을 통해 신작 정보를 공개했으나 앞으로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이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홍 CFO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다작 론칭 모드를 진행한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신작을 시장에 보여드리고 그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턴어라운드
엔씨소프트는 올해를 턴어라운드 시점으로 삼고 실적과 수익성 개선에 힘쓸 방침이다. 지난해 지출이 컸던 마케팅비를 매출액의 10% 수준으로 낮추는 등 비용 관리에 중점을 둔다. 홍 CFO는 “올해를 실적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턴어라운드 시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계획을 현실화해 주주와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와 응원이 턴어러운드 될 수 있는 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