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태클' 이준석 이중플레이 논란

앞에선 까고 뒤에선 달랬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합치자”는 말 한마디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이야기다. 앞에서의 태도와 뒤에서의 태도가 다른 탓이다. 현재는 폭로전까지 이어지며 네 탓 공방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는 등 야권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단일화가 결렬됐다. 지난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더 이상의 단일화 논의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굳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단일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정치권에서는 지난 27일 사실상 단일화 논의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반대?

단일화 결렬의 원인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 후보의 갈등 때문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두 인물의 악연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이어져왔다. 두 인물은 같은 당에도 있었다. 본격적인 악연 구도는 2016년 총선이 있던 노원병 선거가 시발점이다.

당시에는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이 대표보다 앞섰다. 현재는 그 양상이 뒤바뀐 형태를 띤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당과 벌인 합당 협상 과정에서도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왔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여전히 이 대표는 안 후보를 압박해오면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 이용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가 연일 안 후보를 향해 수위가 넘는 발언으로 저격하자 당 내부에서도 적당히 하라는 말이 나왔다. 단일화 공식 결렬 이후 최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는 갈등이 재차 촉발됐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단일화 이야기만 나오면 몸서리를 칠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윤석열 자강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강했다.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끌어온 야권 단일화도 이 대표가 있는 한 불가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서로 책임을 두고 폭로전을 벌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폭로전의 시작은 이 대표가 국민의당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며 신호탄을 쏴 올리면서부터 불이 붙었다.

국민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를 시작했다. 이 대표가 겉으로만 안 후보를 저격하면서 뒤로는 합당을 추진하자고 했다는 이중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이슈 자체보다는 이 대표의 태도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극렬히 반대했지만 뒤에서는 합당에 긍정하는 태보를 보여온 탓이다. 

이 본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협상을 제시한 측은 국민의힘이었다. 2월 초 비공개로 이 대표를 만났고 단일화가 아닌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또 안 후보가 사퇴한 뒤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당 의사를 반영하는 특례조항을 만들자고 제안을 해왔다는 것. 

이어 열정열차에 안 후보와 윤 후보가 함께 탑승해 여수에 도착한 뒤 야권 단일화를 선언하는 이벤트를 제시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주장이다. 비판을 해오던 태도와 다른 행동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끊임없이 안 후보의 말 한마디와 행보에 강한 태클을 걸어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조롱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안 후보를 향한 비판에 수위가 너무 지나쳤다는 이유다. 

현재까지도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위해 제대로 된 만남조차 갖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된 뒤 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언급조차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이 대표에게 단일화 결렬에 대한 책임이 가해질 가능성이 생겼다. 

책임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자 이 대표는 유세 일정을 급히 중단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에 나섰다. 배신자가 국민의당 내에 있다는 점도 재차 언급했다. 

국민의당에 배신자 있다?
‘윤핵관’ 다시 등장한 탓?

그는 만남은 단일화가 아닌 합당을 위함이었으며 오히려 국민의당 측에서 안 후보를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다고 방향을 먼저 제시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단일화 결렬 책임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은 당 대표로서 합당에 대한 제의만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단일화에 대해 이 대표가 전혀 다른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여겨진다. 단일화는 대선후보의 영역이고, 합당은 당대표의 영역으로 간주해 언제든 합당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서다.

국민의힘 당규상 대선후보는 우선적으로 당무우선권을 갖도록 돼있어 이 대표는 단일화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단일화는 윤 후보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 대표가 단일화에 대해서 윤 후보가 결정권을 가진다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과 태도가 야권 통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폭로전을 하는 이유를 두고 단일화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본다.

동시에 결렬 책임을 피하기 위한 폭로전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폭로전으로 인해 이 대표와 안 후보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선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운명의 시간을 앞두고 새 리스크가 터진다면 회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편에서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 안 후보를 제외하고 실무자들끼리만 물밑접촉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이 본부장이 비공개로 만났다는 사실이 이 본부장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장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으로 불리며 선대위 갈등을 초래한 인물 중 하나로 거론돼온 만큼 단일화가 막판 윤 후보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가능성이 다분해졌다.

선거 막판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현재의 판도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단일화를 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야권이 결집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터지게 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너무 오래 끌고 가고 있는 점도 야권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지층을 비롯해 중도층의 피곤함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내부에서 조차 이 대표를 향한 비판적인 의견이 드러난다.  

찬성?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당 대표는 정권교체에 막중한 책임을 가졌다”고 언급했으며 홍준표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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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