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하나투어가 적자 경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년 연속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반등의 계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영업을 책임져온 대표이사마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을 결정했다. 혼자 남겨진 점령군 측 수장에게는 정상화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는 매년 흑자를 달성했던 우량 회사였다. 2009년(-25억원)을 제외하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9년 연결기준 이익잉여금만 1000억원에 육박하던 상태였다.
위기 봉착
하지만 2020년에 접어들자 상황은 급격히 뒤바뀌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출입국 제한 조치가 취해졌고, 곧바로 하나투어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2.2% 감소했다. 5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불과 1년 새 1147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하나투어는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000명 이상이었던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을 내보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소재 하나빌딩 대지와 건물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파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내놓은 자구책은 한계가 명확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9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2020년 3분기 기준 1329억원에 달했던 누적 순손실을 1년 새 362억원까지 줄였다는 게 위안 삼을 일이다. 다만 본사 사옥을 1170억원에 매각한 결정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일시적 효과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회사 경영을 이끌던 한 축이 갑작스럽게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향후 하나투어 경영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하나투어는 기존 김진국·송미선 각자 대표 체제에서 송미선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답 안 나오는 코로나 후폭풍
임기 남고 돌연 물러난 수장
각자 대표 체제에서는 김 전 대표가 영업 등 바깥 업무를 주로 맡고, 송 대표는 안살림을 책임졌다. 여행시장에 오래 몸담아온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반을, 송 대표가 인사·관리·재무 등을 총괄하는 형태였다.
김 전 대표는 2004년 9월 하나투어 전략기획실에 입사한 후 글로벌경영관리본부장 이사, 전무 등을 거쳤고 2016년 1월부터 6년간 하나투어를 이끌었다. 내달 2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였다.
김 전 대표는 하나투어 최대주주가 박상환 회장에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했었다. 2019년 12월 하나투어는 134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발행 주식의 20% 규모를 유상증자하고 제3자 배정 대상자로 IMM PE를 선정했다.
IMM PE는 해당 과정을 거쳐 2020년 3월 하나투어 지분 16.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하나투어의 경쟁사로 이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동종업계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송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송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매니징디렉터파트너(MDP) 출신으로 IMM PE 측 인물이다.
하나투어는 송 대표 체제 가동과 함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송 대표에게는 바닥날 기미가 보이는 현금 보유분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암울한 현실
일단 원활한 자금 조달을 기대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하나투어는 다수의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담보로 현금을 조달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영업 정상화를 결정한 만큼, 인건비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