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잠기는 스텔라데이지호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14 11:23:13
  • 호수 1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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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에 영원히 가라앉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7년 3월31일 오후 11시경, 브라질 세페티바(Sepetiba)항 과이바 터미널(Guaiba Terminal)에서 출발해 중국 칭다오를 향하던 스텔라데이지(Stellar Daisy) 화물선이 침몰했다. 사고 위치는 브라질 산토스 남동방 2500km 지점의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초대형 화물선으로 철광석 26만톤과 승무원을 포함해 탑승 인원 24명을 싣고 운항 중이었다. 3월31일 사건으로 구명벌을 타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을 제외한 22명이 실종됐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은 길거리에 나와 스텔라데이지호의 책임자 처벌과 심해 수색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달 31일로 스텔라데이지호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암초?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에 따르면, 선박의 침수 사실 보고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2번 받았다. 첫 번째 보고는 오타가 없이 장문으로 보고된 것에 비해, 15분 뒤 보고는 ‘포트 쪽으로 긴급게’ ‘ㄱ울고ㅣㅆ습니다’ 등의 오타로 급하게 보고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우루과이 해군은 바다에서 배의 강한 연료 냄새와 선박 잔해를 확인했다. 이후 브라질 해군의 구축함, 한국이 미군 항공기 파견을 요청해 구조를 시행했다. 당시 기상은 바람 풍력 4호 등급으로 일반적인 해풍이 일었고, 조류는 평소보다 센 편이었다.

이들이 항해하던 남대서양은 망망대해로 암초를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이다.


한국선급은 2019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대한 공식 조사보고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3800m 해저에 침몰했기 때문에 대부분 추정과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의 중심을 잡아주는 2번 밸러스트 탱크에서 침수가 시작됐고 다른 밸러스트 탱크와 공간, 화물창으로 급격히 물이 들어와 생긴 구조 손상이 침몰 원인이었다.

특히 용도가 변경된 초대형 화물선은 구조상 선박 좌우현의 윙 탱크가 매우 커서 한쪽이 침수되면 침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은 갑판 및 기관 전 구역에서 들리는 폭발 굉음과 선체의 진동이 있었고, 침수된 직후 배가 가라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실종자 유가족들 역시 사건 원인으로 노후화된 선박의 상태를 지적했다.

2017년 ㈜폴라리스쉬핑 부산 해사 본부에서 열린 사고 브리핑에서 실종자 유가족들은 실종된 선원들이 평소에도 선원의 잦은 고장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냉각팬 고장으로 48시간 동안 잠을 못 자고 배를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에서 벌크선으로 용도가 변경됐고 선령이 25년이나 됐다’ ‘평소 배 고장이 자주 났다’는 실종자들의 생전 발언들을 증거로 댔다.

3월31일 공소시효 만료
사고 이유 등 의문 남겨


이와 관련해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선박이 오래된 것은 맞지만 각종 선박 검사를 받고 문제없이 운항 중이었다며 노후로 단정 짓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과정 중 유해, 유류품 등이 발견됐다. 2019년 외교부는 수색 업체에 유해 수습을 요청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외교부가 업체와 계약할 때 유해 수습은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에 1차 심해수색평가공청회가 열렸지만, 외교부는 유해 수습이 제외된 설명으로 ‘예산의 한계’ ‘가족들이 요청하지 않은 점’을 들 뿐이었다. 침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은 아직도 밝혀진 것이 없다.

특히 이번 사고는 문재인정부 출범 제1호 민원이라고 불렸지만, 문정부가 끝나는 시점까지 과연 침몰의 원인이 밝혀질지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은 2020년 2월18일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1년을 받은 데는 세월호 사고 후 해상 안전에 대한 선박 소유자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이 이뤄진 게 작용했다. 또 선박 결함 미신고는 개인 차원의 범행이 아니라는 점, 안전보다 실적을 우선한 기업문화를 답습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선박 결함 미신고가 확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선박에 결함이 있으면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야 한다. ㈜폴라리스쉬핑은 신고할만한 결함이 없다는 견해만 고수하고 있는데, 그러면 왜 배가 침몰했을까. 2차 수색으로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은 사건 발생 2년 뒤인 2019년 2월8일에 시작됐지만 9일 만에 종료됐다. 9일간의 수색으로 블랙박스를 찾는 성과가 있었지만, 수색 중에 발견한 선원 유해는 수습하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심해 수색이 끝난 2019년부터 ‘유해 수습을 위한 2차 심해 수습과 책임자 고소·고발’을 위한 기자회견, 촛불기도회, 토론회, 온라인 집회, 탄원서 제출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위해 싸운다고 해도 가족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제2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칠순이 넘은 어머니도 있다. 그는 매일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제1호 민원 스텔라데이지호를 끝까지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문재인정부 제1호 민원이…
원인 규명·유해 수습 없어


지난 7일 오전 11시엔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부산운동본부는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된 것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공소시효가 50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달 31일이 지나면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1160명의 연명을 받은 고소‧고발장을 제출해 사고 책임자에게 다시금 진실을 묻는다. 

고소인의 자격으로는 실종자 가족 5명, 고발인은 1160명이다. 이들이 고발하는 대상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 주식회사 임직원 9명으로 김완중 대표이사와 한희승 대표이사를 포함한다.

고발 대상의 죄명은 형법 제189조, 제187조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부분과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 부분이다.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는 중·대형 화물선의 경우 광석의 비중이 크다. 이런 화물은 배의 중심이 낮아서 배가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이 상태를 알고도 스텔라데이지호를 운항하게 한 것과 선박 안전설비의 결함을 해양수산부장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 등의 문제를 말한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노후된 스텔라데이지호를 운항해 지속적으로 화물을 운송하게 한 업무상 과실, 해사안전법, 선박안전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했기에 적용된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선원 유해를 버려두고 돌아오는 패륜을 저질렀고, 2차 심해 수색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기획재정부의 높은 벽 앞에 3년째 가로막히고 있다”며 “검찰은 정부의 심해 수색 추진 여부만을 눈치 보면서 5년 동안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간이 없다

이어 “이 틈을 타서 참사의 주범이자 스텔라데이지호의 소유주인 폴라리스쉬핑은 침몰 보험금을 종잣돈 삼아서 매년 영업이익 최대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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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