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질' 양자 TV 토론 관전 포인트

집어넣던 검사 vs 꺼내주던 변호사 '누가 셀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드디어 성사됐다. 기나긴 기싸움 끝에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들이 TV 토론에서 만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TV 토론만큼 후보들의 역량을 적나라게 볼 기회가 없기에, 시작 전부터 많은 유권자들은 이들의 ‘말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토론 전 알아야할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13일 늦은 오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실무진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실무진이 만났다. 그간 말로만 내뱉던 ‘TV 토론’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총 네 가지
드디어 성사

협상단이 기자들에게 알린 협상 결과는 ▲설 연휴 전 양자 TV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방식은 지상파 방송사에 지상파 합동 초청 토론을 주관해 줄 것을 요청해 진행한다 ▲국정 전반에 대한 모든 현안을 토론한다 ▲이외에도 추가 토론의 진행을 위해 협상을 계속한다 총 네 가지다.

이로써 유권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모든 현안’을 두고 논쟁하는 ‘설 연휴 전 양자 TV 토론’이 확정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TV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윤 후보에게 “주 1회 토론하자”며 “(주 1회 토론을 하면) 회동을 통해서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당의 주장과 민주당이 동의하는 민생 개혁안이 많이 도출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횟수와 그 취지를 밝혔다.


법으로 정해놓은 3회 TV 토론은 너무 적으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두 후보가 따로 만나서 추가 TV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반응은 싸늘했다. 토론 거부를 넘어 이 후보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이 후보의 주장은)알 권리를 위해서 토론을 하자는 논리인데, 알 권리를 이야기하려면 대장동과 백현동의 진상부터 밝히고 음습한 조직폭력배 이야기, 잔인한 범죄 이야기 그런 것을 먼저 다 밝여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는 그게 우선”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토론을 해야 하나. 어이가 없고 정말 같잖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 후보의 ‘TV 토론 성사’는 불가능해 보였다. 토론 협상이 급물살을 탄 건 국민의힘 선대위가 쇄신을 거치면서부터다.

잦은 내홍과 부인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며 지지율 하락세의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먹었던 마음에는 TV 토론에 대한 의지도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상대 후보의 대장동을 비롯한 상대 후보의 여러 신상 관련 의혹, 공인으로서의 정책과 결정,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들에 대해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데 법정 토론 3회만으로는 부족하다. 효과적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캠프 실무진에게 법정 토론 이외 토론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3일 극적으로 ‘추가 TV 토론’ 협상이 타결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대장동 의혹’만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 제안 윤 수락…결국 하긴 하기로
묵은 의혹들에 새 약점들 집중 공략

양측의 이번 TV 토론 협상문에 따르면, 두 후보는 모든 현안을 자유롭게 토론한다. 대장동 이슈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궁금해 했던 ‘고발 사주’ ‘김건희씨 학력 위조’ 그리고 ‘이 후보의 아들 도박 문제’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양측 모두 자신만만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은 “이 후보는 토론을 피할 이유가 없는 후보”라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수많은 국정 경험과 그때마다 통과했던 국정감사, TV 토론 경험 등을 갖고 있는 이 후보 쪽이 아무래도 토론에서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 또한 법정에서 변호사들과 수십년간 입씨름을 벌여온 윤 후보가 왜 토론을 두려워하겠냐는 입장을 전했다.

TV 토론 협상단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윤 후보는 기교를 부리는 사람이 아닌 만큼 토론회도 정면 돌파할 것”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16번이나 토론을 했던 사람인데 무엇이 두렵겠나”고 말했다.

이제 경기장과 룰이 정해졌으니, 선수들이 입장할 차례다. 두 후보는 상대의 어떤 부분을 공격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 양측은 벌써 전략 구상에 들어가 있다.

역대급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토론을 한 두 후보는 기존에 나와 있는 본인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후보들은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양경선 이후 새로 나온 약점을 찾아 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양 후보는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이 후보는 사법연수원 18기 출신으로 수료 후 바로 변호사가 됐다. 수십년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오며 많은 재판에서 검사들과 맞써 싸워왔다.

그의 맞상대 윤 후보는 공교롭게도 바로 그 검사 출신이다. 윤 후보는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으로 1994년 연수원 수료 후 바로 검사로 임용됐다. 검사 대 변호사의 매치가 2022년 대선 토론에서 성사된 것이다.

양 후보에게서는 지난 3개월간 많은 새로운 약점들이 나왔다. 먼저, 이 후보의 새로운 약점을 살펴보면, 아들의 도박 논란과 성매매 의혹, 그리고 대장동 비리 관련 인물들의 잇따른 죽음이 있다. 

싸움닭끼리
치열한 공방


이 후보의 아들 이모씨는 수년간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수십 차례 도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때마다 후기 글 형태의 증거를 사이트에 남겨놔 범행 시점과 금액, 횟수를 정확히 가늠케 했다.

이 후보는 해당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사실을 인정하고 재빠르게 사과했다.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불가피하다”며 “형사 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없이 책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씨는 또한 도박과 더불어 성매매를 한 사실을 암시하는 글도 올렸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성매매는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부모로서 자식이 하는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성매매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 도박·성매매 쟁점은 윤 후보에게 가장 큰 공격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검사 출신의 윤후보가 이씨의 형사 처벌 사유를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검사 재직 시절의 수사력은 발휘하지 못하지만, 법에 대한 해석과 특유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이씨에 대한 혐의 입증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처벌 사유가 되면, 책임지게 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이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기에 딱 좋은 사안이다.


성매매 혐의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의혹이 붉어질 당시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흐지부지됐지만, 지금 국민의힘 측에는 이 후보 아들과 관련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중 의미 있는 것들을 추려내 파급력이 큰 대선 TV 토론에서 공개한다면 이 후보 측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과 관련한 사안도 이 후보의 발목을 잡는다. 대장동 이슈는 특히 윤 후보 측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 협상 초기부터, 윤 후보는 대장동 이슈에 관한 것만으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수사를 받던 대장동 관련 인물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태다. 관련 인물들이 죽을 때마다 대중의 의심은 한껏 높아졌고, 이는 국민의힘 측의 호재로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 순풍을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사건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윗선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만 골라서 죽고 있냐”라는 의심을 내놓고 있다.

윤 후보 측은 TV 토론에서 윗선과 화천대유 간의 의심스러운 관계를 낱낱이 밝힐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장동 이슈를 윤 후보가 직접 설명하며 이 후보를 압박하고, 관련 인물들이 죽음으로써 이 후보에 대한 수사 상황이 어떻게 어려워졌는지를 설명하면, 그 자체로도 윤 후보에게는 많은 득점이 된다. 

윤 후보 또한 지난 3개월간 많은 약점이 노출됐다.

내홍을 겪던 국민의힘 내부 문제와 김건희씨 학력 위조 파문, 그리고 장모의 구속 등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약점으로만 보면 윤 후보 쪽이 이 후보보다 훨씬 많다. 

‘상식’과 ‘공정’의 기치를 내세우며 인기몰이를 이어가던 윤 후보는 가족 리스크에서 유권자들에게 많은 점수를 잃었다. 이 후보는 특유의 말솜씨와 논리로 그간 정치 토론에서 맹활약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쉬운 언어로 임팩트 있게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맨땅에서 여당의 대선후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TV 토론이 시작되면 이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가족 문제
공통분모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의 학력 위조 논란은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흔드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김씨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이 잘못했다고 사과한 사안이기도 하다. ‘조국 사태’에서도 목도했듯이, 학력과 경력 위조에 대해서 대중은 매우 엄격하다.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대중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을 이 후보의 능력으로 끄집어내기만 한다면, 이 후보의 낙승은 이미 떼어놓은 당상이다.

민주당 측은 윤 후보의 장모이자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모씨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이미 한 차례 법정 구속된 바 있다. 그는 2개월간 수감하다 9월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지난달 다시 징역 1년 형이 확정됐다.

이번에는 잔고증명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다.

그는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을 위조해 기소됐고, 사법부는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행했으며,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며 형 확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건강 등의 이유로 보석 석방 중인 점을 감안해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가족 문제에 대해서 떳떳하지 못한 건 이 후보 측도 마찬가지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는 점에서는 무게가 다르다. 이 후보 측의 가족 비리나 대장동 사건은 아직 사실로 밝혀져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다.

윤 후보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니 만큼 이 후보의 효과적인 공격 포인트로 배우자와 장모 문제는 TV 토론에서 자주 거론될 전망이다.

각종 현안뿐 아니라 공약에 대한 공방도 펼쳐질지 주목된다. 양측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1분짜리 짧은 공약들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는 ‘소확행 공약 발표’라는 코너가 있다. 공약들은 ‘산부인과 법 개정’ ‘경력증명서 발급’ ‘딥페이크 방지’ 등이 다양하게 소개돼있는데, 영상의 길이가 짧은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소개돼있지 않다.

국민의힘 측 또한 유튜브 채널 <윤석열>에 하루에 하나 꼴로 공약 소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1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실내체육시설 이용료’ ‘KBS 수신료 반환’ ‘방역패스’ 등의 공약들이 소개돼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등장해 한두 문장으로 공약을 정리한다.

말빨로 이길 수 있나 ‘입 주의보’
깔게 너무 많아…양측 버티기 싸움

그러나 국민의힘의 유튜브 채널 영상들에도 역시 예산 마련과 실행 방안 부분은 소개돼있지 않다.

TV 토론회는 1분이 아닌 70분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토론 순서에는 현안 질문들뿐 아니라 공약과 관련한 질의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만 했을 뿐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 못하는 해당 쇼츠 영상들에 대해서 양 후보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는다. 

전문가들은 양측에서 발표한 공약이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 후보 개개인의 기량이 여기서 빛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이 후보의 선전을 예상하고 있다.

국정 실무 경험이 전무한 윤 후보보다 예산 마련과 제도 도입에 필요한 준비 과정, 실패에 따른 대비책 등 여러 부분에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두 후보는 연초 유튜브 채널 <삼프로>에 출연해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해 같은 질문을 받고 다른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영상은 같은 진행자들이 두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각각의 대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서 양 후보의 평가는 엇갈렸다.

두리뭉실하게 대답하는 윤 후보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자세히 대답하는 이 후보에게 사람들의 호평이 쏟아진 것이다.

이번 TV 토론에서도 유튜브 채널 <삼프로> 때와 같이, 똑같은 질문을 양 후보에게 하는 순서가 마련돼있다. 윤 후보가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을 이뤄낼지, 아니면 이 후보가 기존의 선전을 이어가 굳히기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3번의 기회
3번의 위기

몇 회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양측은 ‘3회’의 추가 TV 토론을 약속했으나 두 선대위 측이 자의로 결정한 만큼 강제성은 없다. 만일 양 후보 중 누군가가 토론에서 크게 밀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결과가 계속 이어진다면 보이콧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 후보의 추가 TV 토론 3회가 모두 채워질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TV 토론은 안철수 죽이기?

이번에 성사된 TV 토론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단 둘만 출연한다.

제3지대 후보들의 출연은 배제된 상태다.

이를 두고 군소 정당의 모든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매스컴의 주목을 TV 토론으로 다 끌어가 제3지대 모두를 죽이기 위한 술책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지지율 상승 곡선을 그리며 안철수 단일화론까지 퍼지고 있는 안 후보를 국민의힘 측에서 견제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다.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이태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이 두당 후보끼리 하는 양자 TV 토론을 추진하고 있다”며 “3자 구도를 막으려는 치졸한 담합”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토론을 주관하게 될 방송사들을 향해 양자 토론을 거부하고 3자 토론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3자 토론도, 정의당을 포함한 4자 토론도 상관없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양자 토론만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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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