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깔리는 지방 ‘들썩들썩’

철도 개통에 따른 프리미엄이 비수도권인 지방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 새로운 철도의 개통은 일대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다, 편리해지는 생활여건 덕택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도 덩달아 상승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등에 포함된 지역 부동산시장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철도부터 도로, BRT, 트램 등 기타 교통수단구축을 망라한 이들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지역 인프라 개선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

외지인 매수
크게 늘어나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강릉역으로 KTX가 처음 연결되고 지난해 3월 동해역까지 연장 운행되면서 동해시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비율은 2018년 15.3%에서 2020년 21.4%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지인 매수비율은 31%까지 치솟았다. 강릉시 외지인 매입비율도 34.6%를 기록했다. 강릉시는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5.44%로 강원 평균인 3.58%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강릉시 교동에서 1순위 청약을 마친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3만5625명이 몰리며 평균 46.8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7월 초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구축계획이 발표된 양산시에서 분양한 ‘사송 더샵 데시앙 3차’는 1순위 청약에 1만건 이상 청약통장이 몰리기도 했다.

철도 개통에 대한 기대감은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충남 아산탕정 택지개발지구에서 2019년 2월 분양한 ‘탕정 지웰시티 푸르지오 C1블록’의 전용면적 97㎡ 분양권이 지난해 5월 8억7780만원(28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인 4억490만원 대비 116.8% 상승한 금액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0월 개통한 지하철 1호선 탕정역을 단지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철도 개통에 프리미엄 형성
비수도권 새 주거단지 눈길

반면 같은 기간 충청남도 아산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5.2%(3.3㎡당 679만원→782만원)에 불과했다. 또 광주지하철 2호선 신설역 수혜 단지로 2019년 7월 광주시 광산구에서 분양한 ‘모아엘가 더수완’의 전용면적 84.98㎡ 분양권은 지난해 10월 5억6470만원(14층)에 거래돼 분양가(4억4680만원) 대비 1억1790만원(26.3%)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강원도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이 단지 바로 앞에 개발될 예정인 ‘속초2차 아이파크’(2020년 3월 분양) 역시 전용면적 84.9㎡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4억838만원(11층)에 손바뀜 돼 시세가 분양가(3억450만원) 대비 1억388만원(34.1%) 올랐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남원주역세권에서 분양한 ‘원주역세권 호반써밋’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8.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원주시 무실동에 새롭게 이전한 KTX 원주역(지난해 1월 개통)을 걸어서 누리는 입지에 들어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역 프리미엄이 지방에서도 통하기 시작하자 지방 분양 시장에서도 철도 개통 수혜 단지들이 선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방의 경우 주변에 단순히 철도역사만 있는 지역은 피하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거나 역세권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신설 역세권 예정지 인근에서 공급되는 지방 신규 분양 단지.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라펜트힐’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로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201㎡ 68세대, 241㎡ 2세대, 244㎡ 2세대다.

외관은 커튼월룩 입면에 트윈타워로 조성하고 테라스를 돌출형으로 설계했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도 설치했다. 주차공간은 세대당 3.1대. 총주차 대수의 절반 이상을 너비 2.6m의 확장형 주차장으로 계획 중이다.


지하 1~3층엔 계절창고를 설치한다. 커뮤니티센터는 지상 4층에 조성한다. 릴렉스 피트니스 공간을 마련하고, 필라테스룸과 요가&명상 룸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소모임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스튜디오도 들어선다.

내부는 방 4개에 욕실 3개가 기본 구성이다. 전용면적 241㎡에는 알파룸이, 전용면적 244㎡에는 가족실을 추가로 제공한다. 현관은 중문과 함께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시켜주는 H 클린현관을 선택(일부 세대 제외)해 설치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자체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하이오티(Hi-oT) 서비스를 적용해 단지 내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명, 쿡탑, 냉난방, 환기장비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롯데건설이 대구 달서구 본동 일대에 짓는 주거복합단지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를 분양한다. 총 3개동 지하 5층~지상 최고 48층 규모로 총 529가구(오피스텔 포함)가 공급된다. 아파트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4A형 217가구, 84B형 180가구, 84C형 42가구, 84D형 42가구 총 481가구가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84O형 48실 단일형으로 구성된다.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

아파트 전 세대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4베이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84A형(217가구)에는 거실과 침실 등에 설치된 전면 발코니와 우측 발코니를 모두 확장해 실사용 공간을 훨씬 넓힐 계획이다.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맞통풍 구조로 설계되고 주방은 ‘ㄷ’자 구조로 꾸며 이동 동선을 단순화해 수납공간을 넓힐 계획이다. 안방 전면에 거실 수준의 새시가 제공돼 조망권 확보에 유리하도록 하고, 안방에 설치되는 드레스룸은 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홈 오피스룸(유상옵션)’으로 꾸밀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단순히
역사만?

오피스텔에 해당하는 84O형은 3베이룸 구조로 적용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욕실은 2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안방 바로 앞에는 다용도실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안방에 드레스룸을 마련해 가족 단위의 4계절 의류를 모두 보관해도 부족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단지 주변에 있는 구마로를 이용하면 대구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또 와룡로를 통해 달서구 도심에 해당하는 감삼동 일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남대구 IC를 이용하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으로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
교육 여건도 손색이 없다. 감천초교와 감천초 병설유치원이 근거리에 있어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효성중과 효성여고, 대건고, 대구공업대학교 등도 인접하다. 본리도서관도 가까워 방과 후 학습도 수월할 전망이다.

생활편의시설 이용도 수월하다. 롯데백화점 상인점과 홈플러스 성서점, 롯데시네마를 이용할 수 있다. 달서구청과 달서경찰서, 달서구 보건소 등도 가까워 각종 서비스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고, 학산공원도 인근에 있어 여가활동을 즐기기도 좋다.

개발호재도 있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대구광역시청 신청사를 짓기로 했다. 또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KTX 서대구역’의 수혜가 예상된다.

 

▲힐스테이트 동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구 중구 동인동 1가 211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동인’의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5개동 규모에 아파트 941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68실 등 총 100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되며, 분양가는 최저가 기준 5억4490만원으로 책정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조건 없이 잔여 가구 동·호수를 계약할 수 있다. 계약금 10% 완납 시 입주 전 전매도 가능하다. 중도금 50% 이자 후불제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과 중앙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경부선 대구역도 인접해 있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경북·철도공단·철도공사가 총사업비 1515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대구권 광역철도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어 그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온천수(가정별로 온천수 천연암반수 제공)가 나오는 국내 유일한 타운하우스로, 우선 총 50세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8500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온천개발권 보유,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입주자 맞춤형 건축, 넓은 독립 마당 등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차별화된 홍천강 조망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생활 편리하고
매매가 상승세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다. 구도심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하나로마트, 은행, 홍천군 보건소, 홍천 아산병원, 홍천초·남삼초·홍천여고 등 학군과 교육지원청 및 교육도서관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홍천이다. 서울 수도권 인접으로 거리가 가깝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겹치는
호재들

홍천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건설사업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정상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시행되면 용문에서 홍천까지 이동시간은 93분에서 35분까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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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