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두산갤러리에서 오종의 개인전 ‘호 위에 선(A Pause on the Arc)’을 선보인다. 지난해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작가 공모에 선정된 오종은 최소한의 재료와 제스처로 대상과 대상을 둘러싼 공간을 재인식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오종은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마쳤다. 두산갤러리 뉴욕, 마크 스트라우스 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완곡한 언어
서울 종로구 소재 두산갤러리에서 준비한 오종의 개인전 ‘호 위에 선’에는 바라보는 대상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새롭게 인지하게 하는 그의 완곡한 언어가 담겨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가느다란 실과 낚싯줄, 약간의 무게를 가진 체인이나 쇠막대, 투명한 아크릴판과 미세한 광택을 가진 안료 등 존재감이 희미한 재료를 중력과 무게,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공간에 위치시켰다.
오종이 그리는 선과 면은 주로 전시공간에 존재하는 모서리, 창문, 기둥 등의 건축적 요소에서 비롯되거나 벽의 미세한 균열, 빛, 그림자와 같은 무형이지만 시간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요소에 반응한다. 또 접혔다 펼쳐진 종이에 만들어진 깊이를 공간 삼아 시작되기도 한다.
두산갤러리 뉴욕 입주작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
주변의 가벼운 진동만으로도 흐트러질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매달리고 얹힌 오브제, 잠시 시선을 옮기면 놓쳐버릴 만큼 가늘거나 투명한 점, 선, 면은 관람객의 시선과 신체의 이동이 고요히 일어나도록 만든다.
감각을 최대한 집중해 오종이 허공에 그린 드로잉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의 방향에 따라 작업과 공간이 매번 달리 보인다. 그의 작업은 공간을 구획하는 동시에 해체하고, 채우는 동시에 비우면서 새로운 눈과 발의 길을 낸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 작업으로, 그동안 작가가 제시해온 가늘고 투명한 공간 드로잉의 규모와 물질성의 확장이 이뤄진다. 보는 이의 시선과 움직임을 이끌 뿐만 아니라 서 있는 위치와 딛고 있는 지면과의 관계를 새로이 감각하게 한다.
섬세하고 희미하게 존재하는 선과 연약하게 놓인 오브제, 각도에 따라 모양을 드러내고 감추는 안료의 면은 가까이 들여다보기를 유도한다.
선의 주변과 사이를 오가는
걷고 멈춰 섬을 확인하는
반면 전시장을 길게 가로지르며 바닥에 세워진 철판과 무거운 중량의 추, 넓고 푹신한 펠트, 그 위에 세워진 유리가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선과 면은 재료의 물성과 무게, 규모를 완강히 드러내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며 조금 물러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
이 같은 규모와 물성의 변주, 완만하게 구부러진 선은 그것의 시작과 끝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상상 가능한 공간의 범위를 전시장 밖으로까지 확장시킨다. 그 크기를 가늠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히려 그 위를 걷거나 멈춰 서있는 관람객에게 자신의 상태를 감지하게 하는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
눈과 발의 길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오종이 그린 선의 주변과 사이를 천천히 오가는 일은 결국 우리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호 위를 걷고 종종 멈춰 서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오종은?]
▲1981년생
▲학력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순수미술과 석사(2011)
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2008)
▲개인전
‘The Moon Is Yawning’ Marc Straus Gallery(2021)
‘바람장미’ 두산갤러리 뉴욕(2021)
‘Sunstone’ Sabrina Amrani Gallery(2019)
‘Light and Rock’ Marc Straus Gallery & Richard Koh Fine Art(2019)
‘Jong Oh’ Lora Reynolds Gallery(2019)
‘주고받는 모서리’ 서울시립미술관(2018)
‘Jong Oh’ Marc Straus Gallery(2018)
‘Windward’ Galerie Jochen Hempel(2018)
‘Lodestar’ Sabrina Amrani Gallery(2018) 외 다수
▲수상
제20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