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대장동 특검' 관전 포인트

살아 있는 권력에 칼 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부동산 문제가 차기 정부를 결정짓는 선거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대장동 사건이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가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바로 ‘특검’이다.

정당의 존립 목표는 정권 창출로 귀결된다. 이 같은 목표 의식은 대형 선거 때 두드러진다. 특히 대선 때는 사활을 걸고 정권교체와 정권 연장의 기로에서 대결을 펼친다. 하루에도 몇 개씩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고, 쏟아지는 의혹에 노심초사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결과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대선 때마다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부동산
블랙홀

실제 대선 때마다 판을 뒤흔드는 화두가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이, 현 정부가 탄생한 20대 대선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최대 화두였다. 의혹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의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선거날, 투표의 순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온 대장동 사건은 말 그대로 대선판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주간 진행된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감에서조차 최대 화두는 대장동 사건이었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점화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국민 70% 대장동 사건 특검 찬성
이재명·민주당은 반대 의견 고수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사건은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핵심은 이 지사의 연루 여부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가 대장동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벌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이 지사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가 이번 국감에 두 차례에 걸쳐 출석했을 때도 대장동 사건이 가장 큰 논란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여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특검을 불러내는 모양새다. 특별검사제도는 고위공직자의 비리 또는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그 수사와 기소를 정규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에게 담당하게 하는 제도다.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배제하자는 취지다.

검찰 수사
못 믿는다

수사 자체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활발하게 언급된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는 주로 야당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여당 측에서도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대장동 사건은 결국 특검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과 특검이 한 덩어리로 묶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를 석방하자 엉터리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SNS에서 “남 변호사가 입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된 만큼 구속영장이 바로 청구돼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순리를 검찰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일을 일사불란하게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보면 ‘그분’이 세긴 센 모양이다. 꼬리 자르기 수사를 반복하는 검찰로는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며 특검 도입에 대해 언급했다. 검찰의 남 변호사 석방을 두고 야권 대선후보들 사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해 “결국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에서 “지금부터 바로 특검에 수사를 맡기자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 결과를 지켜보고 난 연후에 결과 발표에 대해서 국민과 야당이 ‘못 믿겠다, 특검하자’고 하면 그때는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이 지사가 특검 도입에 줄곧 반대 입장을 내온 상황에서 친노무현계 여권 원로가 ‘특검 불가피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결과 따라
대선 바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지금 검찰, 경찰 수사를 해야 될 단계고,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특검해서 대선 내내 검찰이 선거를 하도록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지사도 경기도 국감에 출석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을 만들어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국민 여론은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특검·국정조사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특검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96%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75%가 특검·국정조사에 찬성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과반인 54%가 찬성 입장을 내놨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일각에서는 특검 도입 이후를 보고 있다. 특검이 대장동 사건을 맡게 되면 여당 대선후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이때 특검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면죄부가, 누군가에게 쐐기가 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은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 등에서 17대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과 비견된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BBK 사건 때는 면죄부
국정 농단 사건은 철퇴

검찰은 BBK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사업파트너로 지목된 김경준 전 BBK 대표는 특경법상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을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실소유자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이틀 전 이 전 대통령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때 출범한 정호영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사흘 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호영 특검팀은 도곡동 땅이 “이상은씨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제3자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완전히 뒤엎은 정호영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에 완벽한 면죄부를 주기에 이른다. 그리고 13년 후인 지난해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7년형의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했다.

2018년 정호영 특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반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검팀이다. 2016년 11월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으로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당시 수사팀장)을 비롯해 파견검사 20명, 수사관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쳐 수사 대상에 오른 5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2년, 최순실씨 징역 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징역 2년6개월 등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박영수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대장동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남은 5개월
끝까지 간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요인으로 대장동 사건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에서도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장동 사건과 특검, 두 키워드가 5개월 남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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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