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험?' 2학기 등교 딜레마

아이들 건강도 공부도 걱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뒤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2학기 등교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위험지대가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해 4월1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 확산
교육계 타격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7개월, 한 자리로 시작된 확진자 수는 네 자리까지 폭등했다. 지난 10일에는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전방위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불길은 ‘델타 변이’를 만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끌고 간 감염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마스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고, 방문 장소마다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의 제한 등 방역조치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가 제한됐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경제지표가 바닥을 향했고 특히 자영업자의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뿌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에만 직면했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 상태에 빠졌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 현장은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염병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 가령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년 내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해도, 1학년을 다시 다닐 수는 없다. 

실제 교육 현장은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일을 이미 수없이 겪었다. 지난해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구 지역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을 연기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해 4월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
확진자 숫자 따라 등교 일수 널뛰어

교육부는 전국 단위의 개학 연기는 없다고 했지만 같은달 23일 개학을 3월9일로 미룬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가 있었다. 전국 단위로 내려진 첫 휴교령이었다.  

이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은 3월23일, 4월6일 등으로 잇따라 미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9일로 개학을 4번째 연기하면서 등교 대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두고 등교 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4월9일 고3·중3학년 온라인 개학에 이어 4월16일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 마지막으로 4월20일에 초 1~3학년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심지어 수능도 2주 미뤄져 12월3일에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등교 인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널을 뛰었다. 순차적으로 등교 인원을 늘렸다가 급증하는 확진자 수에 다시 숫자를 줄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교육당국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이 반복되면서 교육 분위기도 악화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이제 등교 수업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수업이 낳는 후유증이 등교 수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학기 등교 수업 확대를 넘어 전면 등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교 제한
온라인으로

다음달 3일까지 학교 방역상황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6일부터 본격적으로 등교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회복을 위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은 모두 등교한다. 중학생은 3분의 1, 고등학교 1~2학년들은 절반만 등교할 수 있다. 밀집도 예외 대상인 고3은 거리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전면 등교한다.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가 3단계로 조정될 경우 모든 학교의 등교는 확대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은 4분의 3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중학생은 3분의 2가 등교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전면 등교가 가능해진다. 

학교 방역 집중 점검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6일부터는 등교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질 경우에도 고등학생은 전면 등교하게 된다. 중학생은 3분의 2 이상이, 또 초등학교 3~6학년 절반 이상의 등교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모든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이뤄진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면등교‧교육회복 집중 지원’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9월3일까지는 국가와 지자체 수준에서 총력 방어전을 펼치는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기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9월6일 이후에도 4단계면 전면 등교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분의 2 등교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교 수업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결손과 사회성 저하에 대한 우려다. 유 부총리는 “비대면 원격수업은 원활한 학습 지도와 관계 맺기 등에 한계가 있다”며 “많이 어려운 시기지만 학교를 가야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늘어

학습결손 현상은 이미 일정 부분 확인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6월에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됐다. 중3·고2 학생 전체에서 3%의 표본 학생으로 축소된 것이다. 

평가 결과 상위그룹인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했다. 중3의 경우 2019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2.9%, 영어 72.6%였지만 지난해에는 75.4%, 63.9%로 각각 7.5%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다. 고등학교 국어도 같은 기간 77.5%에서 69.8%로 7.7% 낮아졌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표집평가로 전환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2019년 대비 늘어났다. 중3 국어의 경우 전년 4.1%에서 6.4%로, 영어는 3.3%에서 7.1%로 각각 2.3%포인트, 3.8%포인트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교우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점이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행복도 역시 등교 수업 때와 비교해 낮아진 경향을 보였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적응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늘어, 매년 60% 안팎의 결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던 지난해에는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와 현장 교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 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 행복도와 자신감 등이 하락해 학업성취도 저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학습결손·사회성 저하
학생·학부모 불안 여전

교육부는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최은화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가정(48.7%), 지역사회(22.6%), 학교(15.9%) 순이었다. 


유 부총리는 “한 학교 안에서 5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집단감염은 2만여개 학교 중 0.44%인 91곳에 불과했다”며 “전문가가 볼 때도 이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는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미국과 영국, 일본 같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추진하는 등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세웠다”며 “학교 감염 상황 분석과 등교 확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교 확대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학기 전면 등교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델타 변이까지 나온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등교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제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태에서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과 그 가족, 지인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청원의 게시자는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라 수도권은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모임)도 집합금지고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는데 굳이 전면 등교를 시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코로나19에 걸려 대학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봐 너무 무섭다”고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방침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세심한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점점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학력‧사회성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학생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확산세에
달렸다

결국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이미 한 달 넘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00명을 넘는 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계속 연장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대책으로 평가받는 백신 수급도 불안하다. 교육부의 의지나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에 관계없이 전면 등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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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