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험?' 2학기 등교 딜레마

아이들 건강도 공부도 걱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뒤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2학기 등교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위험지대가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해 4월1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 확산
교육계 타격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7개월, 한 자리로 시작된 확진자 수는 네 자리까지 폭등했다. 지난 10일에는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전방위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불길은 ‘델타 변이’를 만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끌고 간 감염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마스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고, 방문 장소마다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의 제한 등 방역조치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가 제한됐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경제지표가 바닥을 향했고 특히 자영업자의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뿌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에만 직면했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 상태에 빠졌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 현장은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염병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 가령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년 내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해도, 1학년을 다시 다닐 수는 없다. 

실제 교육 현장은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일을 이미 수없이 겪었다. 지난해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구 지역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을 연기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해 4월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
확진자 숫자 따라 등교 일수 널뛰어

교육부는 전국 단위의 개학 연기는 없다고 했지만 같은달 23일 개학을 3월9일로 미룬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가 있었다. 전국 단위로 내려진 첫 휴교령이었다.  

이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은 3월23일, 4월6일 등으로 잇따라 미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9일로 개학을 4번째 연기하면서 등교 대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두고 등교 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4월9일 고3·중3학년 온라인 개학에 이어 4월16일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 마지막으로 4월20일에 초 1~3학년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심지어 수능도 2주 미뤄져 12월3일에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등교 인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널을 뛰었다. 순차적으로 등교 인원을 늘렸다가 급증하는 확진자 수에 다시 숫자를 줄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교육당국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이 반복되면서 교육 분위기도 악화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이제 등교 수업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수업이 낳는 후유증이 등교 수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학기 등교 수업 확대를 넘어 전면 등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교 제한
온라인으로

다음달 3일까지 학교 방역상황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6일부터 본격적으로 등교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회복을 위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은 모두 등교한다. 중학생은 3분의 1, 고등학교 1~2학년들은 절반만 등교할 수 있다. 밀집도 예외 대상인 고3은 거리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전면 등교한다.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가 3단계로 조정될 경우 모든 학교의 등교는 확대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은 4분의 3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중학생은 3분의 2가 등교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전면 등교가 가능해진다. 

학교 방역 집중 점검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6일부터는 등교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질 경우에도 고등학생은 전면 등교하게 된다. 중학생은 3분의 2 이상이, 또 초등학교 3~6학년 절반 이상의 등교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모든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이뤄진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면등교‧교육회복 집중 지원’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9월3일까지는 국가와 지자체 수준에서 총력 방어전을 펼치는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기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9월6일 이후에도 4단계면 전면 등교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분의 2 등교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교 수업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결손과 사회성 저하에 대한 우려다. 유 부총리는 “비대면 원격수업은 원활한 학습 지도와 관계 맺기 등에 한계가 있다”며 “많이 어려운 시기지만 학교를 가야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늘어

학습결손 현상은 이미 일정 부분 확인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6월에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됐다. 중3·고2 학생 전체에서 3%의 표본 학생으로 축소된 것이다. 

평가 결과 상위그룹인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했다. 중3의 경우 2019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2.9%, 영어 72.6%였지만 지난해에는 75.4%, 63.9%로 각각 7.5%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다. 고등학교 국어도 같은 기간 77.5%에서 69.8%로 7.7% 낮아졌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표집평가로 전환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2019년 대비 늘어났다. 중3 국어의 경우 전년 4.1%에서 6.4%로, 영어는 3.3%에서 7.1%로 각각 2.3%포인트, 3.8%포인트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교우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점이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행복도 역시 등교 수업 때와 비교해 낮아진 경향을 보였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적응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늘어, 매년 60% 안팎의 결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던 지난해에는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와 현장 교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 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 행복도와 자신감 등이 하락해 학업성취도 저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학습결손·사회성 저하
학생·학부모 불안 여전

교육부는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최은화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가정(48.7%), 지역사회(22.6%), 학교(15.9%) 순이었다. 


유 부총리는 “한 학교 안에서 5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집단감염은 2만여개 학교 중 0.44%인 91곳에 불과했다”며 “전문가가 볼 때도 이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는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미국과 영국, 일본 같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추진하는 등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세웠다”며 “학교 감염 상황 분석과 등교 확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교 확대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학기 전면 등교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델타 변이까지 나온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등교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제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태에서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과 그 가족, 지인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청원의 게시자는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라 수도권은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모임)도 집합금지고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는데 굳이 전면 등교를 시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코로나19에 걸려 대학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봐 너무 무섭다”고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방침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세심한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점점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학력‧사회성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학생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확산세에
달렸다

결국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이미 한 달 넘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00명을 넘는 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계속 연장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대책으로 평가받는 백신 수급도 불안하다. 교육부의 의지나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에 관계없이 전면 등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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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