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가족애, 귀성길 정체, 명절 특수’ 등 수식어가 실종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변화다. 이에 ‘비대면 추석’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명절 풍경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곧 다가올 추석 풍경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운
가족들
이미 우리는 한차례 코로나19 속에 추석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추석, 코로나19로 추모공원이나 성묘 등 방문이 제한돼 온라인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추석 연휴 기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추모공원을 폐쇄했고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풍경이 보기 어려워진 만큼 직접 벌초를 하는 이도 줄었다. 따라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산림조합에 접수된 벌초 대행 신청은 5만건에 육박했다.
귀성길 풍경도 바뀌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의 매장 내 취식을 금지했고, 포장만 허용했다. 이에 휴게소 내 모든 음식점은 포장 판매로 운영됐다.
이 밖에 도로공사는 휴게소의 입구와 출구를 구분해 운영하고 화장실 등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전담 안내요원을 배치해 발열 체크를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유료로 운영됐다. 그동안 명절 때마다 통행료가 면제돼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부는 이 기간 벌어들인 통행료 수입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차례와 릴레이 성묘 유행
바뀐 귀성길…한산한 도로·휴게소
올해 설날도 마찬가지였다. 화상회의 앱을 통해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늘었고,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홈설’ ‘모바일 세뱃돈’ ‘릴레이 성묘’ 등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으로 친척을 만나거나 차례를 지내는 집이 등장했고, 우편으로 세뱃돈을 보내는가 하면 앱으로 배달 쿠폰을 선물하기도 했다.
설 기간에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망원묘지공원의 묘지·봉인시설 등이 임시 폐쇄됨에 따라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명절 음식이라도 나눠 먹자며 택배로 음식을 보내는 사람이 증가했다.
사람들도 이에 화답했다. 전국 지방 곳곳에서는 구수한 사투리로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이 붙고, 자녀의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 추석도 전년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석에는 국내 여행이나 친척 모임보다는 직계 가족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가는
못 가는
티몬이 고객 600여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이 추석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겠다’고 답하는 등 명절 트렌드가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은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겠다’고 연휴 계획을 밝혔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이유로 응답자의 78%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을 꼽았다.
비대면과 직계가족 단위별 경향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53%) ‘직계가족과 조촐하게 추석을 보낼 것’ 이라 답한데 이어, 이전과 같이 가족·친척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는 응답은 7%로 낮았다.
코로나19로 명절 문화 자체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응답자의 48%가 ‘직계가족만 모이는 자리로 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25%는 ‘개인과 가족을 위한 휴식 기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변화 없을 것’이라 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올해도
집에서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몰래 고향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혹시 확진되는 불상사가 발생해 가족은 물론 직장에도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올해 설이 마지막 언택트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B씨는 “설 연휴 기간에 본가도 처가도 안 간다”며 “북적이는 명절을 피해 본가는 먼저 가서 인사드리고 왔고, 처가는 연휴 전날에 가서 인사하고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C씨는 “자차로 가자니 장거리 운전에다가 길이 막힐 것 같아 주저하게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크다”고 밝혔다.
벌금을 물겠다는 각오로 고향 방문을 결심한 이들도 있었다. 비대면 명절이 작년 추석을 마지막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N차 유행’이 여전해서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D씨는 “작년 추석에는 오지 말라던 엄마가 올해는 보고 싶으셨는지 언제 오느냐고 해서 가기로 했다”며 “최대한 바깥 이동 없이 가족들과 집에서만 연휴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쳤다” 벌금 불사 고향 찾기도
정부 별도지침 예정 “검토 중”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적용할 별도의 방역조치를 내달 3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2개월 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폭발적 확진 증가는 막았지만 확진자 숫자가 줄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9월20일~22일) 방역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박 반장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000명 이상이 세 번 나왔고 빠른 속도로 접종률이 늘어나고 있다”며 “추석이라는 인구 이동 요인이 있어서 그 이전에 방역 상황, 접종률, 확진자 추이 감안해서 추석에 맞는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석 별도 방역 조치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상황에서 가족 간 만남에 대한 방역 규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반장은 추석연휴 방역조치 발표 시점에 대해 추석 승차권 예매가 시작되는 오는 31일 전 발표될 것이라면서, 뒤늦은 방역조치 발표에 따른 승차권 예매 취소 등 혼란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다음 주말까지는 현재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이후 거리두기 체계, 추석 연휴에 어떻게 할 것인지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현재 거리두기 체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4단계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하루 속히 종식돼 얼굴을 직접 보며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회사원 E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본가에 내려가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한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원없이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함께 모여서 마이크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앞두고… 서울시 ‘과대포장’과의 전쟁
서울시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과대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재포장 및 과대 포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이번 추석 명절 재포장 및 과대 포장 단속은 내달 30일까지 2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한국환경공단,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합동 점검팀을 구성해 점검 및 단속을 시행한다.
단속 대상은 제과류, 주류, 화장품류, 잡화류(완구, 벨트, 지갑 등), 1차 식품(종합제품)이다. 포장공간비율(품목별 10%~35%이내) 및 포장횟수 제한(품목별 1~2차 이내)을 초과해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할 예정이다.
만약 과태료 부과에도 시정되지 않아 추가 적발될 경우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화점 등 유통매장 집중 점검
최대 300만원 과태료 부과 예정
점검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포장횟수가 과도하거나 제품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제품에 포장검사명령을 내려,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제과류 포장의 공기(질소) 주입으로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 포장공간비율 적용하고 35% 이하(캔 포장 제품에 공기를 주입한 경우 20% 이하)로 한다.
시는 또 올 1월부터 시행된 ‘포장제품의 재포장 예외기준 고시’에 따라 제품판매 과정에서 또 다른 포장재를 사용해 제품을 재포장하는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재포장은 ▲생산·수입이 완료된 제품을 판매과정에서 추가로 묶어 포장하는 경우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N+1, 증정·사은품 형태의 기획포장 ▲낱개로 판매되는 포장 제품 3개 이하를 함께 다시 포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과대포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원낭비와 쓰레기 발생 등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며 “유통업체가 자발적인 포장재 사용 감축을 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기사 속 기사> 추석 물가 안정화 대책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이 급등한 계란, 돼지고기 등 주요 성수품 공급을 전년보다 25% 이상 확대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9월 중 2차 비대면 외식할인 행사를 재개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등을 활용한 대대적인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해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등 주요 성수품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4차 유행 등의 영향으로 민생경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석 민생안정대책 논의
수요 늘면서 가격 상승 예상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2.3%)부터 지난달(2.6%)까지 2%대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10%대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농축수산물 작황 개선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늘린다. 총 공급량도 작년 추석 기간 대비 3만9000t 늘어난 19만2000t으로 확대한다. 주요 성수품 공급 시기도 추석 3주전인 30일로 작년보다 1주일 앞당겼다.
농산물은 배추와 무 비축물량을 3배 이상 늘리고, 사과·배 계약 출하물량도 2배까지 확대한다. 가격이 급등하면 출하 잔량의 50%를 의무 출하하는 채소가격안정제 등 추가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축산물은 출하시기 조정 등으로 추석기간 중 소고기는 평년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 공급을 확대한다. 수산물도 추석 전(8월30일~9월18일) 시중 가격 대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정부 비축물량 9227t을 집중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