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장준하 유골이 외치는 ‘피맺힌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0 0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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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민족 장준하 선생. 당신이 당신의 온몸을 바친 민족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죽음에 귀납되어 온 것입니다.’ 시인 고은은 장준하 선생을 이렇게 평했다. 대선을 100여 일 앞둔 지난 9월 1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미스터리한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다시 파헤쳤다. 그리고 37년 만에 세상에 나타난 그의 유골은 죽음의 날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공원묘지에 묻힌 묘가 올여름 폭우로 훼손된 지난 8월 1일, 37년간의 침묵을 깨고 한 남자의 유골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 언론인이었던 고 장준하 선생이었다.

그는 지난 1975년 8월17일 경기도 포천 소재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일생을 마쳤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등산 도중 실족, 추락사한 것으로 종결했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숱한 의혹들은 37년 동안 땅 속에 묻혀있었다.

그날 산에서 무슨일이

유골이 관 밖으로 쏟아지기 전날 밤. 미망인 김희숙(88)씨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깨끗이 한복을 차려 입은 남편이 “잔칫집에 다녀왔다”고 말한 꿈이었다. 이장(移葬)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37년 만에 드러난 유골에는 뚜렷한 두 개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두개골 오른쪽에 자리 잡은 정원형의 함몰과 오른쪽 엉덩이뼈의 골절.


의아한 것은 이 두 곳을 빼고 다른 곳은 모두 온전한 상태라는 점이다. 우측 방향으로 추락해 두개골과 엉덩이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라면 왜 그보다 훨씬 약한 갈비뼈나 목뼈, 어깨뼈는 멀쩡한 것일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번에 발견된 유골과 1975년 당시 사체 검안의의 소견서, 추락지점의 지형 등을 토대로 국내외 법의학자, 신경외과 전문의 등 총 25인의 자문을 바탕으로 사망경위에 대한 입체분석을 시도했다. 분석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해머 등 정원형의 둔기로 가격당한 후 추락사로 위장하기 위해 던져진 것’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단 1회만 가격해 지금의 두개골 부위에 치명상을 입히긴 어렵다. 추락사에서도 장준하 선생의 것과 같은 원형의 골절이 나타날 수 있다. 추락했다면 머리를 보호하는 등 생존반응이 나타나야 하는데, 전혀 없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분석들 가운데 제작진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새로운 의문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사망경위를 둘러싼 의혹의 상당부분은 장준하 선생과 함께 등산을 했던 유일한 동행자이자 목격자인 김용환씨에게 집중된다.

당시 “절벽을 건너려고 소나무를 붙잡다가 떨어졌다”는 그의 진술을 토대로 추락사로 결론이 났지만 그 후 그의 진술이나 행적에 의심스러운 사실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먼저 사고 당시 약사봉은 군사규제지역에서 풀린 직후로 장준하 선생이 등반한 코스에는 등산로가 없었다. 전문 등산가들은 장준하 선생이 하산한 산길은 장비 없이는 절대 내려갈 수 없는 길로 결론을 냈다.

이 길을 김씨는 장준하 선생이 추락한 직후 “벼랑길을 10분 만에 뛰어 내려갔다”고 진술했다. 더욱이 그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또 김씨는 수사를 받으며 10여 차례 약사봉 현장에 갔으나 장준하 선생이 추락한 지점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

방송이 나간 후 타살의혹이 짙어지자 ‘사단법인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장준하 선생 유족은 청와대에 사건 재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국가권익위원회를 통해 행정안전부로 배당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둔기로 가격당한 후 추락사로 위장하기 위해 던져졌다?
사건 후폭풍 정치권으로…‘독재자의 딸’ 박근혜 발목 잡나

역사 속에서 현실로 되돌아온 장준하 선생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숙적’이었다. 그는 1960~1970년대에 37번의 체포와 9번의 투옥을 당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맞섰다. 사람들은 유신체제에 가장 강렬히 저항한 장준하 선생을 ‘재야의 대통령’으로 불렀다. 

그는 1974년 ‘민주회복을 위한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1년간 옥고를 치른 이후 박정희 정권에 결정적 치명타를 가할 모종의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의문사한 1975년 8월 17일은 선생이 1945년 광복군으로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위해 여의도 공항에 도착한 지 만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호권씨는 1985년 <신동아> 8월호에 실린 ‘아버님은 암살당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버지는 당시 ‘무엇인가 어마어마한 일’이 계획되고 있다”며 “박정희를 깨는 것은 민중의 힘으로 역부족이니 게릴라전으로라도 박(정희)을 제거해야 한다. 군부 쪽에도 상당한 연계가 되어 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아버지가 죽은 건 오후 1시 30분이고, 일행이 산을 내려와 이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린 것은 오후 3시 이후다. 하지만 이미 오후 1시 누군가 집으로 ‘아버지가 크게 다쳤다’고 전화를 해왔다”고 썼다.

장준하 선생이 장남에게만 말한 그 문제의 날은 8월 20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D데이를 사흘 앞두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다.

생전에 장준하 선생은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박정희만은 안 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시절 박 전 대통령은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충성한다는 혈서를 쓴 뒤 일본 황군에 복무하며 독립투사들을 직접 고문했다. 장준하 선생은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게다가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만은 안 된다”던 대통령 자리에 이제 그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까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현실이다. 사건의 후폭풍이 정치권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게 그 이유다.

만약 그의 죽음이 당시 유족과 재야의 주장대로 ‘정권에 의한 타살’이 맞다면,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인 박 후보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박정희와의 숙명적 관계

유골이 의문사의 새 증거로 떠오른 것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정권에서 조사가 끝난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최근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장준하 선생이 타살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37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외치는 피맺힌 절규. 정치적 논란보다는 그 진실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이제야말로 국민이 눈과 귀를 기울일 때다.

그것만이 조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우리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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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