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동 성폭행범들의 ‘솜방망이 형량’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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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이면 그냥 용서 되는 ‘더러운 세상’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생을 이불째 안고 납치해 성폭행’ ‘어린 조카를 7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큰아버지’ ‘가출한 여중생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접근해 성폭행한 40대’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10대 조카에게 몹쓸 짓’. 최근 인터넷을 도배했던 성범죄 사건들이다. 어쩌다가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흉악범죄자들이 이토록 날뛰게 됐을까?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에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한 성범죄가 터지고 있다. 동시에 아동 성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막힌 일이 있었다.

지난 7월 통영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김점덕. 그는 통영경찰서 유치장 보호실에서 면회 온 아내에게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니까 힘을 내라. 혼자서라도 살 수 있게 돈을 벌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들도 다 안다. 사건 당시에만 호들갑이다가 곧 시들해질 것이고, 적당히 감옥살이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까지.

짐승만도 못 한
인간들에게 고작…

지난 5일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가장에게 내려진 벌은 징역 7년에 불과했다. 김모(38)씨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14살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딸은 법정에서 “아빠가 내가 있는 데서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혼한 상태이며 김씨의 전 아내는 법정에서 “남편이 아동 포르노물 등을 보여 주며 변태 성행위를 요구한 게 주된 이혼 사유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법정과 검찰 조사과정에서 “딸이 친오빠와 성관계를 갖다 들켜 야단치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혼한 아내가 돈을 노리고 딸을 부추겨 나를 강간범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친딸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아주 불량하고 반인륜적인 점, 범행을 부인하면서 가족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등 엄벌이 불가피 하다”면서도 결국 7년형을 내리는데 그쳤다.

지난 8월에는 9살 여아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서모(71)씨는 2004년 자신의 과수원에서 일하던 장애인 부부의 딸 A(당시 9세)양을 과수원 내 컨테이너박스로 유인해 성폭행하는 등 2010년까지 네 차례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서씨는 재판에서 “20여년 전부터 당뇨를 앓아와 15년 전부터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성기 점까지 봤는데” 미성년 성폭행 혐의 70대 무죄
‘초범이라’ ‘술 먹어서’ ‘고령이라’ 등 황당한 감형이유

1심 재판부는 작년 6월 내린 판결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찰 결과, 처녀막이 이완됐고 주로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폭행 당시 5∼10분간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법원이 병원에 의료감정촉탁을 한 결과, ‘피고인이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고도 발기가 전혀 되지 않는 점’ ‘고령인 점’ ‘당뇨병 합병증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지난 2월 내린 판결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범죄증명이 없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처가 정당하다”며 1심을 유지했다.

피해자가 적극
거부 안 해서…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행범에 대해선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의 형벌이 내려지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 형량은 평균 징역 8년에 불과하다. 법원이 성범죄자의 전과나 피해자와 합의 여부, 범행 반성, 음주 상태 등을 반영해 형을 낮추기 때문.

일례로 지난 2008년 12월 만취 상태로 8살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해 신체 기능 일부를 영원히 훼손시킨 조두순. 그는 1심 검찰 구형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하지만 “술에 취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펴 최종 징역 12년형으로 줄었다. 당시 조두순의 형이 확정된 뒤 나영이 아버지는 “나영이가 성인이 될 때쯤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드물긴 하지만 일정부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린 경우도 있다. 작년 여름 서울중앙지법은 자신의 체육관에 다닌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합기도체육관 관장 문모(33)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씨는 1998년 성범죄로 소년부 송치 처분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이었다. 판결문에는 “체육관 지도과정에서 일정한 신체접촉은 발생할 수 있는 사정 등에 비춰 문씨가 계획적으로 추행했거나 성적 습벽에 의한 범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고 오인했을 수 있다”는 부분이 포함됐다. 문씨는 13세 여학생들을 무릎에 앉히고 신체 일부를 더듬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동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엽기적이고 흉악해지고 있지만,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949건. 하루 평균 3명의 어린이가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중 절반 가까이가 감옥에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에 대한 전국 법원의 1심 선고 결과를 분석한 결과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2명 가운데 1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1년 전에 비해 7% 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법원의 약한 처벌)에 풀려난 성범죄자의 절반이 성범죄를 또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영혼 살인 범죄
“자비란 없다”

반면 외국은 다르다. 아동이나 장애인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범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형량도 무시무시하다.

스위스 아동성폭행범은 무조건 종신형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제시카 런스퍼드 법’의 경우는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범은 최소 25년의 형에다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발찌 신세다.

미국 내 캔자스 주에선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 전과자는 형기만료 뒤에도 재범 가능성이 사라질 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성 맹수법(Sexual Predator Law)’이 시행 중이다. 언론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겐 ‘성 맹수’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쓴다.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텍사스주 그레이엄 퀴즌베리 판사는 10대 3명을 2년간에 걸쳐 성폭행한 범인 제임스 케빈 포프에 대한 배심원의 유죄평결 후 성폭행 한번마다 종신형 한 번씩 총 40차례 종신형과 소년 1명당 20년씩 모두 406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아동 상대 성범죄자 절반이 집행유예…‘솜방망이 처벌’
외국 “성폭행범에겐 인권 없다” 관용 없는 무거운 판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폭행범은 가석방 자체가 어렵다. 일반 범죄자들과는 달리 절대로 85% 형량 아래로 줄어들지 않는다. 제임스 케빈 포프의 경우에도 3209년의 형을 살아야 가석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중국은 아예 14세 이하 어린이와 성관계를 맺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체코는 지난 10여 년간 최소 94명의 성범죄자의 고환을 외과적으로 들어내는 ‘물리적 거세’를 실행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폭력적이며 환원 불가능하고 지나치게 잔혹한 처벌”이라고 비난했지만 체코 정부 당국은 “성범죄자를 생물학적으로 영구적인 안정 상태에 두기 위한 의학적 조치이며,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시 하여 이와 같은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아동 대상 성범죄를 살인에 버금가는 강력 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성폭력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100% 가해자가 의사를 가지고 가해자가 전혀 항거불능인 아동을 상대로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극형으로 다스려야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형량을 대폭 늘리고 ‘무관용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밟지 마세요!
지켜주세요!

최근 일어난 나주 성폭행사건 후 여기저기서 신상공개 소급적용, 화학적 거세, 물리적 거세 등 각종 대안이 쏟아져 나온다. 불안한 엄마들은 “우리 아이들을 지켜달라”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

통영사건 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한때 마비됐다.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후 관계당국은 문구점, 약국, 슈퍼마켓 등에 아동안전지킴이집 스티커를 붙이느라 바빴다. 아동성범죄전담반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성범죄 우범자 관리대상엔 허점을 보여 또 다른 희생자를 낳았다.

어쩌면 통영사건의 범인 김점덕의 말이 맞다. 지금은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시간이 지나면 곧 조용해질 게 분명하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보다 강력한 법 적용과 근본적인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 성범죄는 더욱 잔혹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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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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