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태풍으로 떠오른 '돌싱 예능'

이혼도 소재…아픔으로 웃음 주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이혼율은 2020년 기준 2.1%다. 조이혼율이란 인구 1000명 당 이혼 건수를 의미한다. OECD 국가 중 이혼율이 1위인 데다가, 1991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주위에 이혼한 경험이 있는 지인이 한 명쯤은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돌싱(돌아온 싱글)은 자연스럽게 방송가의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남자 넷, 여자 넷이 둘러 모여 앉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혼 경험이 있다는 것. 공기마저 무거운 이 순간 어색함을 피하고자 누군가 침묵을 깬다. “왜 이혼하셨어요?”

굳은살

이혼 경험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질문일 테다. 어쩌면 가장 궁금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서로 이혼 경험을 알고 있는 와중에서 편하게 말할 수도 있을 텐데,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여전히 이혼의 아픔에 벗어나지 못해 입을 떼는 것조차 어려운 이도 있고,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혼의 아픔이 굳은살이 돼 아무리 건드려도 감각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하고, 이혼 이후에 오히려 삶이 좋아져 이혼을 주제로 한 대화가 되레 생기를 주기도 한다.

이혼이 오래되지 않았으면 단어만 들어도, 살갗이 벗겨져 드러난 속살에 닿은 것처럼 쓰라리기만 하다. 


MBN <돌싱글즈>의 한 장면이다. 돌싱 8명이 3박4일 동안 데이트하며 인연을 찾는다는 취지의 이 프로그램은 1화 초반부부터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혼이란 단어가 주는 부담감은 유명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이혼 후 10년이 지난 MC 이혜영은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는 추억인데, 3년 정도 된 정겨운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MC로 나왔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지 못한다. 그 표정에서 정겨운의 힘겨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느덧 친분이 생긴 8명의 출연진은 가감 없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혼 후에 사람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두문불출했다는 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가 더 편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혼 후 생긴 스트레스를 두루 나누며 공감하는 출연진의 모습에 시청자는 “나라면 어떨까?”라며 자신을 투영한다. 

마지막 데이트를 앞두고 벌이는 모습은 마치 생존경쟁 같다. 좋아하던 이성이 아이가 있자 갑작스럽게 태세 전환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기도 하고, 오히려 마음에 없던 사람이 육아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눈에 밟히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건 상처가 있건 없건 같은 듯하다.

강력한 매운맛을 그려내는 <돌싱글즈>는 1.6% 시청률이지만, 높은 화제성을 보인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출연진의 SNS 팔로우 숫자는 급격하게 늘었다. 시청자들은 몰입해서 이들의 미래를 함께 구상한다. 이전에 없던 설정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컸지만, 뚜껑을 여니 다음 기수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돌싱글즈>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돌싱포맨> 이별도 가볍고 즐겁게
<내가 키운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


<돌싱글즈>가 실제 이혼남녀의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면, SBS <돌싱포맨>은 친근한 이혼남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SBS <미운우리새끼>의 스핀오프인 <돌싱포맨>의 주역은 이상민, 탁재훈, 김준호, 임원희다. 

<돌싱포맨>의 목적은 웃음이다. 이혼 후 홀로 된 삶을 맞이한 이들의 심경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철없는 소리를 이어가며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낸다. 편안한 공간에서 탁재훈의 위트가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네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예상 밖의 강력한 웃음을 만든다. 오랫동안 동거동락한 시너지가 상당하다.

지저분한 집안 꼴에,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드러나 다소 짠한 느낌도 들지만, 이들이 비추는 환한 웃음은 이혼이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혼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돌싱포맨>은 전국 시청률 지난달 20일 방송의 전국시청률이 7.9%까지 상승했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 편집 영상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댓글도 1000개에 육박한다. 

<용감한 솔로 육가 - 내가 키운다>는 이혼 후 아이와 살아가고 있는 싱글맘을 조명한다. 오래전부터 방송가의 화두가 된 육아 예능에 이혼이라는 상황을 곁들였다. 색다른 시도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MC 채림과 김구라는 이혼 후 홀로 자식을 양육했던 사실이 잘 알려져, 이들의 현실적인 조언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출연진은 ‘엄마는 강하다’는 메시지를 구현하는 존재들이다.

꼭두새벽부터 엄마를 원하는 두 아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김나영, 딸에게 온전히 밥 한 그릇을 먹이기 위해 2시간 동안 씨름하는 조윤희 모습에서, 방송인이 아닌 우리네 엄마가 엿보인다.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는 김현숙을 위해 엄마와 재혼한 새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김현숙의 가족, 언니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조윤희 가족, 양희은으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김나영까지, 이 시대 가족이란 단어가 얼마나 포용성이 넓은지 새삼 깨닫게 한다.

꼭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생명이 건강히 자라는 토대가 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짜고 치는 방송으로는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살이 아리는 아픔과 현실이 있기에 아무리 미소로 감추려 해도 진심이 불쑥 드러난다. 공감을 사느냐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방송가에서 ‘돌싱 스토리’는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을 강하게 건드린다.

장벽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혼모든 비혼 자녀든 돌싱이든 이들을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장벽이 되고 이 사회의 미래도 없어진다. 방송사들이 다양한 형태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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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