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장애 가진 22명의 작가들

“길이 왜 다 구불거려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발달장애 작가 16명과 정신장애 작가 6명 등 총 22명의 작품 737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순수한 자기 몰입의 창작과 그 존재 방식을 향한 사회의 관습적인 시선에 던지는 질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2021년 기관 의제는 ‘배움’이다. 미술관에서, 미술관에 대해, 미술관을 통해서 배우며 나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작가들이 준비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는 이 같은 배움의 의제를 반영한 전시다. 

너무나 긴 길

이번 전시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작가가 참여했다. 기존 미술제도와 무관하게 오직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창작을 지속해온 발달장애 작가 16인, 정신장애 작가 6인 등 총 22명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오랫동안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를 기획해온 ‘밝은방’의 김효나를 초청 기획자로, 김인경과 이지혜를 협력 기획자로 해서 서울을 비롯한 광주, 보령,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를 찾아 그들과 소통하며 전시를 기획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라는 전시명은 작가 김동현의 답변에서 시작됐다. 누군가 세밀하게 묘사된 구불거리는 길이 가득한 커다란 지도 그림을 보고 김동현에게 물었다. “길이 왜 다 구불거려요?” 그러자 김동현은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라고 답했다. 


발달장애 16인과 정신장애 6인
지도 그림에 대한 질문과 답변

너무나 긴 ‘길’은 전시에 참여하는 발달장애, 정신장애 작가들의 삶과 일상을 의미한다. 조그만 ‘종이’는 이들의 작고 소박한, 그러면서도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독창적 창작을 상징한다. 

이들의 작품은 ‘장애 예술’ ‘아웃사이더 아트’ 등의 미술사적‧사회적 수식에서 벗어나 ‘자기 몰입의 창작활동’으로 기능한다. 전시는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세계를 그 내용과 속성에 따라 ▲일상성 ▲가상세계의 연구 ▲기원과 바람 ▲대중문화의 반영 ▲노트 작업 등으로 구성됐다. 

작가들은 산책, 그림자, 지하철 노선도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놀라운 독창성을 끌어내 창작의 풍경을 표현했다. 또 가상의 생명체나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들이 활동하는 세계 구현에 몰입하는 창작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기원과 바람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그 자체가 창작이기도 한 작가들은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세밀하게 변주해 무한히 반복하는 특성을 보였다.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등 대중문화의 요소를 흥미롭게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창작세계 역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얼굴과 기억’ ‘색면추상’ ‘픽셀’이라는 좀 더 세부적인 주제로 연결되는 작품에 이어 이 모든 창작세계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노트 작업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노트나 값싼 연습장, 이면지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세계가 처음 시작된 공간이자 그 세계가 무한히 변주되며 지속되는 주요한 창작 공간이다. 

이면지 등 소박한 노트에
한계를 초월한 독창적 창작


노트 섹션에서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미술 재료가 아닌 작고 소박한 이면지, 공책 등 종이 위에 자유롭고 솔직하게 펼쳐진 낙서와 메모, 스케치, 그림까지 작가들의 다양한 노트를 만나볼 수 있다. 

노트는 창작물로 인식되기 전에는 의미 없고 쓸모없는 낙서, 병이나 장애의 증상으로 여겨져 정기적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되곤 했다. 연약하고 허름해 때론 버려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노트 작업 속엔 작가들이 몰두한 기나긴 시간, 즉 이들의 삶이 들어 있다. 

김효나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순수한 자기 몰두의 창작과 그 존재 방식에 관한 사회의 관습적인 시선에 질문을 던지며 ‘자신 안에 갇혀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상태로 시선의 방향을 달리 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조그만 종이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드는 창작자들의 몰입 세계를 느끼고 나눌 수 있길 바란다”며 “서울시립미술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사용자, 생산자, 매개자의 다양한 주체로 환대하며, 미술관을 통해 모두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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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