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윤석열 X파일' 입체분석

사방이 적… X맨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담긴 ‘X파일’로 정치권이 연일 뜨겁다. 다만 실체와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의 문건들로 인해 혼선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X파일은 어디서 만들어졌나. 그리고 왜 지금에서야 터진 걸까.

야권의 정치 평론가 장성철씨가 쏘아올린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장씨는 X파일을 본 후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 철회의 뜻을 밝혔다. 아군으로부터 나온 폭로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4 10장
4가지 버전

윤석열 X파일은 이미 정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이를 최초로 언급한 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신지호 전 의원. 그는 지난달 24일 한 칼럼에서 윤 전 총장과 관련된 X파일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생산지를 ‘여권’으로 지목했다.

신 전 의원은 야당 의원실에서 해당 자료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마침 야권에서도 윤석열 때리기의 수요가 발생했다”며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을 제쳐야 하는 사람들 또한 윤석열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추측했다.

이후 여권에서도 X파일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후 장씨의 ‘내부 수류탄’은 X파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장씨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그가 본 X파일은 올해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된 두 가지다. 각각 A4 10장 분량이다. 4월 말에 작성된 문건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았다.

반면 6월에 작성된 문건에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다. 부인 김씨, 장모 최씨 등과 관련된 의혹이 인물별로 분류됐다. 동시 윤 전 총장을 공격할 수 있는 부분,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할 점 등의 정무적 판단까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해당 X파일 문건의 전달한 이를 “여야 안 가리고 정보 쪽에 상당히 능통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씨는 X파일을 작성한 당사자를 여권과 정부기관으로 지목했다. 장씨에게 X파일을 전달한 이가 4월에 작성된 문건의 출처를 정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군 진영서 터진 폭탄…공작 배후 세력은?
실체 없어 오리무중…반윤석열 연대의 작품?

반면 6월 문건은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만큼 장씨는 여권 쪽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자료라는 것.

의아한 부분은 장씨가 제기한 X파일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문건들이 돌고 있지만, 모두 장씨가 언급한 문건이 아니다. 현재 정치권에 돌고 있는 문건은 4가지로, 전자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X파일(목차)’이란 제목의 PDF 파일이다. 분량은 6쪽. 파일 목차를 보면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김씨, 장모 최씨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여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 TV’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공감 TV는 방송을 통해 “해당 파일은 취재 내용을 정리한 방송용 대본”이라며 “지난해부터 윤 전 총장 관련 방송을 많이 했고, 이미 방송을 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 내용이 담긴 분량은 200~300쪽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부인 김씨의 사진과 프로필, SNS 활동 내용 등이 담긴 ‘윤석열 마누라’ 등의 제목으로 된 80개 정도의 문서 압축 파일(97.89MB)과 장모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담긴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란 제목의 문서 파일(238.82MB)도 함께 돌고 있다.

명중탄?
불발탄?

또 윤 전 총장의 ‘공(公)’과 ‘실(失)’ ‘핵심 리스크’ 등 세 가지 목차로 나뉜 2쪽짜리 문건도 돌고 있다.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과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야당 의원실이 청문회 대비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돌고 있는 문건들을 두고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으로 평가했다. 대선 국면 때마다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자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관에서 만든 형태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수준으로 보인다.

즉 현재 정가에서 돌고 있는 X파일은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불법 사찰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씨와 동업자였던 정씨 주장이 담긴 ‘파생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씨는 원래 최씨와 동업자 관계였지만, 둘은 금전 관계로 인해 틀어졌다. 이후 최씨가 정씨를 고소했고, 이 일로 기소된 정씨는 강요죄 등의 혐의로 2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정씨는 출소 후 최씨의 위증 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총장이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정씨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실체 없는 X파일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난데없는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은 장씨의 말을 의심하며 “입수하지 않고 한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나쁜 게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적으로 10페이지짜리 문건 2개에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장씨가 여러 언론과의 접촉으로 X파일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배경 역시 미심쩍다. 장씨가 야권 인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보수 진영 내 ‘반 윤석열’ 세력이 ‘작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배후설
폭로전


일각에서는 논란을 제기한 장씨 배후에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씨는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비전전략실 소속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전혀 무관하다”며 펄쩍 뛰었고, 장씨 역시 “김 전 의원과 교류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황교안 전 대표가 배후에 있다는 설도 나온다. 황 전 대표는 후보 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겨뤄야 한다. 과거에도 두 사람은 특수통과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다.

또 윤 전 총장은 황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검찰의 수장에 오른 이후 특수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면서, 황 전 대표의 공안부 라인은 몰락을 겪어야 했다.

과거 흐름을 비춰봤을 때 황 전 대표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공안부 출신인 황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황 전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공안통과 특수통은 서로 돕는 관계”라고 반박했다.

X파일 실체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자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밀고 있다. 특히 여당은 이간계 전략을 펼치는 양상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X파일의 근원지를 야당으로 지적하며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X파일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면서도 “검찰총장은 법의 상징인데 그런 분이 정치판에 등판하기도 전에 20가지에 달하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누가 만들었나’ 여야 공방에 이간계 의심도
강경 대응하는 ‘윤’…제2의 김대업 사건?

과거부터 홍 의원은 야권 내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윤 전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수사 등에 관여한 것을 들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야권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여권의 속셈이 통한 것.

야권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이른 홍역으로 혼선이 가중되면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X파일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또 야당은 ‘정치 공작’이라며 여당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제작·유통 원조”라고 주장했고, 성일종 의원은 “누가 만들었는지 출처가 중요하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원팀의 정신으로 송영길 대표의 X파일 이간계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윤 전 총장은 태세를 전환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X파일로 위기에 몰리자 ‘불법사찰’ 등의 강한 어조로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다. ‘전언 정치’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은 국민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 윤 전 총장 측은 이와 관련된 법률대응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X파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혹만 남는 X파일은 공작정치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불린다. 실제로 역대 대선 시즌에는 X파일, 허위 증언 등 온갖 네거티브가 정국을 휩쓸었다.

복잡한 야권
정공법 돌파?

일각에서는 과거 ‘김대업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병무 관련 의정 부사관을 지냈던 김대업씨가 “1997년 15대 대선 직후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의 병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 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는 증거 조작으로 결론났지만,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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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