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빅3 '책사' 대전

대권 길목 아는 '브레인'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권 빅3 잠룡들이 심포지엄 형태의 대선 출정식을 줄줄이 개최하고 있다. 대권 레이스가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들의 대선 캠프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책사’들의 면면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 전에 세를 불리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는 형국이다. 관련된 핵심 역할은 참모들이 맡는다. 대권주자들의 구상을 다듬어 정책으로 내놓는 일이다. 대선 공약의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공약 출발점

여권 주자들의 정책 구상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국면에 진입했고, 민주당은 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한지 오래다. 여권 잠룡들은 자신만의 공약으로 정부 여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면서도 외연까지 확장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 셈이다.

각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책들은 공통분모를 보이고 있다. 너도 나도 준비하고 있는 분야는 코로나19다. 문재인정부에서 준비 중인 집단면역 기조를 유지하면 발생 가능한 변수와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의료·바이오 및 질병 관련 전문가들 영입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 정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동산 이슈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그리고 재보선 참패의 도화선이 됐다. 집값 안정을 이루면서도 투기 세력을 엄단하고,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이제 막 지지율을 쌓기 시작한 후보자들도 부동산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을 살펴보면, 부동산이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를 만한 이슈로 부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여권 잠룡들은 코로나19 등 민생 문제에 대해 극복 의지와 대응책 등을 넌지시 내비췄다. 하지만 대선 캠프가 갖춰지면서 보다 구체적인 안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캠프 참모들은 차기 대선주자들과 오랜 인연이 있거나,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고, 물밑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현직 교수부터 공무원, 기업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진했다.

교수진 필두, 전문가 그룹
코로나·부동산…민생 우선

이 지사는 경기연구원(경기도 싱크탱크) 이한주 원장, 김재용 경기도 정책공약수석을 중심으로 정책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 시리즈’의 청사진을 그린 인물들이다.

이 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존 복지 국가 체제의 사회보험서비스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기본소득과 기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지난 20일~22일 인도네시아 기본소득학회 국제회의에서 경기도 기본소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김 수석은 해당 정책이 수립하게 된 배경과 함께 청년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등의 효과를 소개하며 국제적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주축을 맡는다. 이 전 장관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시 남북교육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이 지사의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정책 멘토링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행한다. 이 전 실장은 ‘노무현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추진단장으로 경제공약을 책임진 바 있다.

산업 분야는 김기덕 경기도 AI산업전략관이 맡는다. 지난해 임명된 김 전략관은 AI산업전략관 초대 임명자로 4차 산업혁명 정책과 관련, 이 지사를 보조했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 근무한 ‘삼성맨’으로 삼성디스플레이 경영혁신그룹 그룹장 출신이다.

서민 위한
기본 총력

이 지사의 대선 싱크탱크는 오는 6월 말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이 지사 측은 교수진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와 접촉,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는 일찌감치 공식활동을 알렸다. ‘연대와 공생’이라는 캠프는 지난 10일 첫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대와 공생의 대표는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다. 김 명예교수는 학계에서 개혁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 명예교수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과 이명박정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는 KDB산업은행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과학기술·국민건강 등 6개 분야와 행정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각 분과 소장들은 현직 교수들이 맡고 있다.

정치분과 소장에는 50대 한국정치학과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경제분과 소장에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외교안보분과는 김성주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과학기술분과 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국민건강분과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싱크탱크
참모 앞장

사회분과에서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활동 중이다.


동시에 이 전 대표는 정부혁신 등 행정개편을 담당하는 TF(태스크포스)를 별도 구성했다. 이 전 대표는 주택지역개발부, 기후에너지부, 지식재산처, 미래전략데이터 등 4개 부처 신설을 주장했다.

주택지역개발부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신설 부서다. 기존의 국토교통부는 교통, 물류 부문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부는 업무가 겹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와의 협의를 통해 기후 변화 업무를 분리, 신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식재산처와 미래전략데이터는 각각 지식재산 업무 총괄과 데이터 업무 통합을 맡게 된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1일 광화문포럼(정세균계 의원 모임) 기조강연을 통해 정치권 복귀를 공식적으로 알린 바 있다. 당시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미래씨앗통장’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20세 청년에게 1억원 지급하는 미랫씨앗통장 정책은 정 전 총리의 대표 정책이다.

이 교수는 정 전 총리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교수는 정 전 총리와 행보를 함께한 바 있다.

인맥 총동원 세 과시 눈길
공식 출마 전 마무리 전망


그는 정 전 총리가 국무총리 재임 시절 ‘목요대화’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 목요대화는 정 전 총리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해서도 힘쓸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 정부 차원의 방역 정책을 총괄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총리는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측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정 전 총리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방역과 백신 분야에서 코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등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정 교수가 감염병 전문가로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내 이견이 계속되자 그는 "부동산 가격과 주거 안정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충분한 토론으로 최선안을 도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연 확대
얼마나?

앞서 정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디지털경제, 저출생 고령화, 부동산 분야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까지 위촉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을 고려해 인재풀을 넓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전 총리가 캠프 구성에 있어서 이들을 포함시킬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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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