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빅3 '책사' 대전

대권 길목 아는 '브레인'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권 빅3 잠룡들이 심포지엄 형태의 대선 출정식을 줄줄이 개최하고 있다. 대권 레이스가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들의 대선 캠프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책사’들의 면면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 전에 세를 불리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는 형국이다. 관련된 핵심 역할은 참모들이 맡는다. 대권주자들의 구상을 다듬어 정책으로 내놓는 일이다. 대선 공약의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공약 출발점

여권 주자들의 정책 구상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국면에 진입했고, 민주당은 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한지 오래다. 여권 잠룡들은 자신만의 공약으로 정부 여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면서도 외연까지 확장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 셈이다.

각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책들은 공통분모를 보이고 있다. 너도 나도 준비하고 있는 분야는 코로나19다. 문재인정부에서 준비 중인 집단면역 기조를 유지하면 발생 가능한 변수와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의료·바이오 및 질병 관련 전문가들 영입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 정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동산 이슈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그리고 재보선 참패의 도화선이 됐다. 집값 안정을 이루면서도 투기 세력을 엄단하고,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이제 막 지지율을 쌓기 시작한 후보자들도 부동산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을 살펴보면, 부동산이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를 만한 이슈로 부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여권 잠룡들은 코로나19 등 민생 문제에 대해 극복 의지와 대응책 등을 넌지시 내비췄다. 하지만 대선 캠프가 갖춰지면서 보다 구체적인 안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캠프 참모들은 차기 대선주자들과 오랜 인연이 있거나,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고, 물밑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현직 교수부터 공무원, 기업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진했다.

교수진 필두, 전문가 그룹
코로나·부동산…민생 우선

이 지사는 경기연구원(경기도 싱크탱크) 이한주 원장, 김재용 경기도 정책공약수석을 중심으로 정책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 시리즈’의 청사진을 그린 인물들이다.

이 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존 복지 국가 체제의 사회보험서비스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기본소득과 기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지난 20일~22일 인도네시아 기본소득학회 국제회의에서 경기도 기본소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김 수석은 해당 정책이 수립하게 된 배경과 함께 청년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등의 효과를 소개하며 국제적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주축을 맡는다. 이 전 장관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시 남북교육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이 지사의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정책 멘토링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행한다. 이 전 실장은 ‘노무현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추진단장으로 경제공약을 책임진 바 있다.

산업 분야는 김기덕 경기도 AI산업전략관이 맡는다. 지난해 임명된 김 전략관은 AI산업전략관 초대 임명자로 4차 산업혁명 정책과 관련, 이 지사를 보조했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 근무한 ‘삼성맨’으로 삼성디스플레이 경영혁신그룹 그룹장 출신이다.

서민 위한
기본 총력

이 지사의 대선 싱크탱크는 오는 6월 말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이 지사 측은 교수진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와 접촉,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는 일찌감치 공식활동을 알렸다. ‘연대와 공생’이라는 캠프는 지난 10일 첫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대와 공생의 대표는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다. 김 명예교수는 학계에서 개혁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 명예교수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과 이명박정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는 KDB산업은행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과학기술·국민건강 등 6개 분야와 행정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각 분과 소장들은 현직 교수들이 맡고 있다.

정치분과 소장에는 50대 한국정치학과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경제분과 소장에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외교안보분과는 김성주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과학기술분과 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국민건강분과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싱크탱크
참모 앞장

사회분과에서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활동 중이다.


동시에 이 전 대표는 정부혁신 등 행정개편을 담당하는 TF(태스크포스)를 별도 구성했다. 이 전 대표는 주택지역개발부, 기후에너지부, 지식재산처, 미래전략데이터 등 4개 부처 신설을 주장했다.

주택지역개발부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신설 부서다. 기존의 국토교통부는 교통, 물류 부문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부는 업무가 겹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와의 협의를 통해 기후 변화 업무를 분리, 신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식재산처와 미래전략데이터는 각각 지식재산 업무 총괄과 데이터 업무 통합을 맡게 된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1일 광화문포럼(정세균계 의원 모임) 기조강연을 통해 정치권 복귀를 공식적으로 알린 바 있다. 당시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미래씨앗통장’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20세 청년에게 1억원 지급하는 미랫씨앗통장 정책은 정 전 총리의 대표 정책이다.

이 교수는 정 전 총리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교수는 정 전 총리와 행보를 함께한 바 있다.

인맥 총동원 세 과시 눈길
공식 출마 전 마무리 전망


그는 정 전 총리가 국무총리 재임 시절 ‘목요대화’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 목요대화는 정 전 총리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해서도 힘쓸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 정부 차원의 방역 정책을 총괄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총리는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측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정 전 총리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방역과 백신 분야에서 코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등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정 교수가 감염병 전문가로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내 이견이 계속되자 그는 "부동산 가격과 주거 안정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충분한 토론으로 최선안을 도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연 확대
얼마나?

앞서 정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디지털경제, 저출생 고령화, 부동산 분야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까지 위촉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을 고려해 인재풀을 넓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전 총리가 캠프 구성에 있어서 이들을 포함시킬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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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