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잠룡 3인 ‘세 결집’ 승부수

지지율은 허상…인해전술로 진격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 국정 철학과 다름없는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이다. 동시에 지지층 결집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대선 행보와 발맞춰 곳곳에서 출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는 3명이다. 최근까지 그렇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유권자 1008명을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33.8%), 이재명 경기도시자 (24.1%),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11.3%), 무소속 홍준표 의원(5.1%), 정세균 전 국무총리(4.2%) 순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유력 3인방
신호탄 쏘다

종합해보면 민주당에서는 이 지사,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순이다. 민주당의 5·2 전당대회가 종료되면서 이들의 출마선언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 지사의 경우, 지난달 28일 “먼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당장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번 달 안으로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총리 역시 지난달 21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국민에게 보고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달 예정인 대선 예비경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때는 오는 9월이다.

경쟁에는 점점 불이 붙는 분위기다. 최근 이 지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띄우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하며 축사를 전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호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 호남 출신인 이들은 지지기반이 겹치는 만큼 앞 다퉈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동시에 호남이 민주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만큼, 이를 기점으로 1강의 이 지사에 대항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세 명의 주자들의 대권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들의 지지층 역시 결집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포럼’을 이번 달 안으로 발족시킬 전망이다. 이른바 성공포럼에는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속속 이름을 올렸다. 좌장격인 4선의 정성호 의원과 김영진·김병욱 의원 등 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이 참여한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집이 예상되며 다수 의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 선언 전 예열 작업 시작
3인3색 지지층 결집…어디서?

눈길이 가는 인물은 5선의 조정식 의원과 4선의 노웅래 의원이다. 정책통인 조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노 의원은 지난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만큼, ‘여의도 경험’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조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이 지사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조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 인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 지사의 또 다른 약점은 ‘비문(비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지율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까지 지지율을 살펴볼 때, 이 지사는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유일한 대항마다. 실제로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이 이 지사의 포럼에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성공포럼은 대선캠프 성격보다는 정책 연구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포럼은 지난 4·7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요인 중 하나인 ‘공정’을 다루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를 구체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지사의 지지층도 활동에 나서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서민의 벗 더불어k’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지난달 4일 광주에서 창립 출범식을 가졌다. 이 지사는 창립기념 토크쇼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강위원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과 ‘기본소득과 광주’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희망22포럼’ ‘개국’ 등이 활동에 나섰다. 희망22포럼의 경우 지난 1월 출범했다. 약 550여명의 지역 경제계, 문화계, 법조계 인사들이 모였다.

기본 국가포럼 개국은 지난 3월 출범했다. 포럼은 출범식과 동시에 소득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이 지사를 지지하는 제주 지역 지지층 모임인 제주희망사다리포럼이 출범했다. 지난 3월에 출범한 제주도 청년층 중심의 ‘촛불백년 제주도 이사람’ 등이 함께했다. 공동대표단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소수 기득권 세력에 휩쓸리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타파하고 공정사회를 통한 일반시민 다수에게 기회의 사다리가 열리는 희망의 사회를 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자체 차원의 우회 지지도 얻고 있다.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전국 기초·광역 지자체 243곳 가운데 74곳이다.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 정책의 보편화와 제도화를 논의하는 기구다. 이 지사가 2018년 10월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하나 둘…
출범 릴레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공식 활동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달 개최 예정인 ‘신복지2030 광주포럼’를 기점으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오는 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릴 광주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다. 포럼 발기인에는 10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이개호·이병훈·이형석 의원과 광주 지역 구청장,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다.

특히 김 의장은 광주포럼 집행위원장으로 “광주에서 솔선수범해 코로나19로 변화된 새로운 역사와 시대적 흐름을 만들어가는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포럼은 출생부터 교육, 주거, 노후 복지까지 평생을 책임지는 신복지 정책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주포럼 회원은 지역 인사 2만명으로 추산된다. 광주에 있는 여권 관련 모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전 대표가 전남 영광 출신인 만큼 호남을 시작으로 대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광주에서 출발해 오는 6월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킬 예정이다.

호남 이외 지역에서도 이 전 대표 지지모임이 문을 열었다.


대구 지역 지지모임인 ‘플랫폼 더 숲’은 대구 벤처센터에서 지난달 24일 창립식을 개최했다. 이 전 대표는 동영상으로 보내온 축사에서 “더 숲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나라를 구했다”고 환영했다. 행사에는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다른 지지층 모임인 ‘행복국가포럼’은 지난해 7월부터 활동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일 토크콘서트 형식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주제는 ‘이 시대 키워드, 이낙연’이었다. 행복국가포럼은 사회 각계 인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꾸려졌다. 전국 단위 모임으로 회원은 5000여명이다.

정의평화포럼 역시 전국 단위 지지층 모임이다. 지난해부터 각 지역본부가 출범식을 마쳤다. 규모는 1만명으로 추산된다. 강원 지역 정의평화포럼은 이 대표가 지난 3월 춘천 방문 당시 계란을 맞은 사건에 대해 “물리력을 이용한 폭력적 해결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 전 대표의 지지모임은 무려 70여개에 달한다. ‘낙연포럼’ ‘아이러브NY’ ‘인연포럼’ ‘NY플랫폼’ ‘생활ESG행동본부사’ ‘NY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이따금씩 SNS 채팅방에서 지지자들과 소통을 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신경제·신복지’를 중심으로 대선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율 회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추후 자신의 대권 행보에 대해 “신복지와 신경제 (관련 정책을) 다듬어서 차근차근 내놓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이 지사와의 2강 구도는 이 지사의 1강 구도로 넘어갔고,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특히 집토끼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보선 참패 이후 숨고르기에 나섰던 이 전 대표는 정책에 승부를 걸어 지지율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차근차근
다시 시작

정 전 총리는 민주당 내 공부모임 ‘광화문 포럼’을 중심으로 당내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화문포럼에는 이원욱·안규백·조정식·김영주·김성주·임종성·안호영 의원 등 15명 안팎의 정세균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4월 ‘4·7 보궐선거 분석과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강연회를 시작으로 활동에 나섰다.

당시 포럼에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초청돼 2030 유권자 지형 분석이 이뤄졌다. 

정 전 총리의 싱크탱크는 ‘국민시대’다. 국민시대는 오랜 기간 정 전 총리를 물밑에서 지원한 단체다. 지난 2011년 정 전 총리의 제안으로 결성됐고,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시 정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서자 그를 지지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국민시대는 지난 2월에 3기 출범식을 열면서 정 전 총리의 대권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정 전 총리는 명예고문 자격으로 축사를 전했다. 이어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과 안호영 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당시 정 전 총리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고 K-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희망의 봄을 맞이하자”고 선언했다.

정 전 총리의 팬클럽 ‘달려라 세균맨’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달려라 세균맨은 지난 3월 SNS를 통해 “정 총리를 국민 아빠로 만들겠다”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 전 총리의 또 다른 포럼 ‘나의소원’은 오는 4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팬클럽 ‘광주·전남우정포럼’과 현직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우정 특공대’도 정 전 총리를 위해 활동 중이다. 

캠프 구축 전 싱크탱크 구축
전국 단위 지지모임 ‘눈길’

정 전 총리는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사회통합과 격차해소를 통해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며 ‘새로운 출발’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둘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지지율 정체에 대해 “당장 지지율에 연연하기보다는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을 건가, 어떻게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지율은 사실 결정적인 시기에 나와야 한다. 지금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면 결정적일 때 지지율이 나올 수 있다. 그런 희망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총리직 퇴임 이후 첫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양시 일산 사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정 전 총리는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확히 일주일 뒤에는 봉하마을을 찾았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노무현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을 만났다.

정 전 총리의 전국 순회는 계속됐다. 지난달 27일 정 전 총리는 대구를 찾아 임시 선별진료소 등에서 방역 현장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김부겸 총리 지명에 대한 질문에 “대구·경북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없어서 아마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집권 여당과 관련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한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아주 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클럽
광폭행보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호남행을 택했다. 이날 정 전 총리는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위기 극복에 함께하시는 국민 여러분, K-회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일상 회복, 경제 회복, 공동체 회복 꼭 이루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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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