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와’ 민주당 13잠룡 등판론

싹싹 모으니 ‘잡룡’ 세탁기 넣고 돌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당 대권주자 구도는 양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다. 그러는 사이, 여권 안팎에서 ‘13잠룡 등판론’이 제기됐다. 선거판을 키워 흥행을 도모하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고민으로 해석한다. 두 인물만으로 대선 완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차기 대선은 내년 3월9일 치러진다. 여당은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 탈환을 바라본다. 여야는 4·7 재보궐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대선 정국을 맞이할 전망이다.

재집권
재탈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권 후보군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분 대부분을 쥐고 있다. 초기에는 이 대표의 독주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체 후보군 가운데 번번이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이 대표 선호도가 하락하는 대신, 이 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전국 성인 1013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1위는 이 지사(26.2%)였다. 2위는 윤 총장(14.6%), 3위는 이 대표(14.5%)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


대권주자 윤곽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예단하기엔 시기상조다. 대선 때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당 내 차기 대권 후보가 대선 레이스 중간에 이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식이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위부터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4.6%), 오세훈 전 서울시장(3.0%), 유승민 전 의원(2.4%), 정의당 심상정 의원(1.6%), 원희룡 제주지사(1%) 순이다. 여당 주자는 없다. 그나마 김부겸 전 의원(0.9%)이 겨우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결국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면, 경쟁력을 보유한 여당 대선후보는 부재 상태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13잠룡 등판설’도 부재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잠룡은 여권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속과 지역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 이광재 의원, 박용진 의원이 있다. 시도지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까지 언급된다.

여, 이낙연·이재명 2강 체제 구도
재보선 이후 대권 레이스…그때도?

지역별로도 살펴볼 수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 그리고 임종석 전 실장이 있다.

민주당 동진 정책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는 김경수 지사와 김두관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에는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 그리고 김부겸 전 의원이 묶인다. 강원 지역은 이광재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충청권은 이인영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인영 장관이다. 서울에는 박용진 의원이 있다.


이들 중 대권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은 정세균 총리와 박용진 의원이다.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불리는 정 총리는 요즘 들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소 정 총리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변화가 대권 도전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을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받아쳤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이 지사와 대립각을 보였다.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캠프 마련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 총리인 만큼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대선 캠프도 공식적으로 꾸려지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책 구상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계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부 모임 ‘광화문포럼’은 지난 25일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4월 재보선 이후 정세균 총리의 국회 복귀를 점치고 있다. 측근들을 통해 밑그림을 그려 놓고, 복귀 이후 곧바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는 그림이다.

주변에서도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보름 전만 해도 이낙연·이재명을 거론하던 언론이 지금은 정 총리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정 총리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최고의 지도자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 총리의 최측근이다.

박용진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유치원3법’을 주도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얼굴을 알렸다.

소속별
지역별

박 의원은 ‘조금박해(조응천 의원·금태섭 전 의원·박용진 의원·김해영 전 의원)’라는 민주당 소신파 타이틀까지 쥐고 있다. 박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건너야 할 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진보진영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공과 과를 구분해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19년 청와대를 나오면서 선거 등판설에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최근 임 전 실장은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자 ‘할 일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재보선과 대선 출마설에 올랐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다만 임 전 실장은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공개 지지하면서 “제게도 시장 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 마음 다 실어서 우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은 TK(대구·경북)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TK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험지다. 당에서는 어떻게든 공략하고자하는 지역이다. 김 전 의원이 여권 대선 후보 물망에 매번 오르는 배경이다.

김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만 3선을 하고도 대구에 문을 두드렸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미끄러졌다. 하지만 결국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깃발을 꽂았다. 김 전 의원의 ‘몸값’이 오른 시점도 이 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지역구를 뺏겼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했지만 21.37%로 2위에 그쳤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17.85%로 3위를 기록한 점을 봤을 때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친문 표심을 단번에 확보한 인물이다. 추 전 장관은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의 선봉에서 맞서 싸웠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반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평도 있다.

정중동
급돌변

추 전 장관 역시 경력으로 따져보면 여느 잠룡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추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을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 대표로도 활동하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서울 구로갑 4선 의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다가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영 장관은 당내 ‘86 운동권 그룹’의 맏형이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 ‘더좋은미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장관은 국무위원임에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그의 발언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 “제가 할 일은 남북관계를 푸는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 정당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런 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이어 “올해는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저를 던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평화를 확고하게 만드는 데 저의 소명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출마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오는 4·7 재보선 이후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친노 인사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 등을 거친 재선 국회의원이다.

지역구는 경남 양산이다. 보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외연 확장이 시급한 민주당에게는 필요한 인물인 셈이다. 김 의원은 여당의 경남권 대선주자들(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하나둘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살아남았다.

김 의원은 평소와 달리 최근에는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관심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돌리는가 하면, 정 총리와 이 대표, 이 지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와의 전쟁종식을 위한 준비는 우리 정부·여당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총리, 민주당 지도부에서 계속된 엇박자가 나오고 있고 경기도지사까지 가담해 국정 운영이 산으로 갈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자천타천 13명 거론…저마다 가지각색
“아니다”란 말은 못 해…타이밍 노리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친노 적자로 꼽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승승장구했다. 반전은 5회 지방선거 이후 발생했다. 당시 이 의원은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이 의원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켰고, 사면복권된 이 의원은 지난 4·15총선에 출마해 3선 고지를 밟았다.

현직 시도지사들도 언급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지사는 경남 김해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까지 당선돼 여당 대권주자로 단숨에 올라섰다. 민주당 계열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사례는 김 지사가 처음이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논란과 관련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권 경쟁력이 희석된 셈이다. 지난해 11월6일 재판부는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 유죄에서 무죄로 변경됐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최 지사는 단체장 연임 제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3선째 강원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강원도지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지사는 지사직 재선 또는 대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양 지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뒤, 충청 대망론을 이을 적임자로 여겨진다. 양 지사는 충남 천안 지역 4선 국회의원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인제 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 이어지던 충청 대망론을 이어 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상승
추락

실제로 양 지사는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에선 도정에 전념하는 게 최선이지만, 4선 국회의원으로 당 최고위원을 거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경선에 나갈 자격이 있다”며 “지지자들과 도민이 원한다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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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