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없는' 국민의힘 자충수

황교안에 나경원까지…도로 한국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주류인 강경 보수 세력이 떠오르면서 ‘도로 한국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지도부였던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정치 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월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하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재보궐선거 이후엔 각종 현안을 두고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회귀

최근 국회 농성장을 찾은 황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국민께서 판단하실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시사한 셈이다.

황 전 대표와 함께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당 대표 출마 후보 물망에 올랐다. 그는 최근 야권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등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회의장 점거 등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복귀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 총선에서 대패했고 당시 사령관을 하셨다”면서 “지금 몸을 푸시든 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는 당을 ‘극우 정당’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을 순회하는 장외투쟁을 이끌고 단식과 삭발식을 강행했다. 특히 2019년 12월 발생한 ‘국회 점령 사태’는 태극기부대와 국민의힘이 한 팀으로 묶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렇게 국민의힘은 중도 표심과 멀어졌고, 황 전 대표는 21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만약 이들이 돌아오면 강경 보수 노선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복당을 요구하며 연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강경 보수 이미지 탓에 지난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하고 탈당했다.

홍 의원은 최근 “벌새들의 시샘도, 소인배들의 모략도, 모리배들의 농간도 참는다”며 국민의힘 복당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도로 한국당’의 위기가 가시화되는 요인들은 곳곳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꺼내 든 사면론과 탄핵 무효론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과의 첫 공식 석상에서 사면을 건의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강경 보수’ 돌아오는 그때 그 사람들
대선 앞둔 1년 중도 놓치면 패색 우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김재섭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선거 끝나고 1주일 정도 지나서 (사면론을)꺼내는 건 저 당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다보다는 인상을 주기 좋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또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 과연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한 김종인 전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정면 배치되는 양상이다.

결국 사면론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불복하는 발언은 야당의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tbs 의뢰, 23~24일 조사, 전국 성인 10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4.9%포인트 떨어진 29.1%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외에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띄운 여성할당제 비판 역시 비대위 기조와 상반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정부에서 민생이 무너진 원인을 여성할당제에 대한 집착이라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최근 보궐선거 이후 첨예화되는 젠더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엉뚱한 논쟁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는 듯 싶어 답답하다”며 사실상 이 전 위원을 겨냥했다.

비대위는 정강정책을 통해 성별의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남녀 동수를 지향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노력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5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역시 강성 보수의 회귀를 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 경선에선 대의원·책임 당원·일반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결정한다. 사실상 당 대표 후보들이 주류인 영남 소속 당원들을 눈치 볼 가능성이 큰 게임이다.

당 일각에선 강경 보수 세력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당대회 결과는 당심이 결정한다. 당원 대다수는 50대 이상의 보수색이 강한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화제를 더 자유롭게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우클릭’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당 내부에서는 중심으로 당의 회귀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의 승리로 겨우 4연패의 악순환을 끊었다. 여기엔 김 전 위원장의 중도 끌어안기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다. 2030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기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대론 필패?

하지만 이대로 낡은 보수 세력이 떠오르면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진다. 당내에서 지난 1년간 외연 확대에 애썼던 당이 다시 중도민심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권성동 의원은 “단식, 삭발 다 해봤다. 그런데 21대 총선서 국민들은 우리를 선택하지 않고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며 “20대 국회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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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