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특별 인터뷰' 먼저 치고 나간 야권 잠룡 원희룡 제주도지사

"윤 검증대 오르면 당 후보들 반등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도전장을 냈다. 검사 출신의 원 지사는 3선 국회의원, 제주도지사 재선 등을 거치면서 입법, 사법, 행정 실무를 두루 거쳤다. <일요시사>는 창간특집으로 원 지사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정치 이력만 21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벌써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당시 그의 나이 40대. 원 지사는 일찌감치 원조 소장파 ‘남원정’의 멤버로 이름을 날리며, 합리적 개혁 보수의 자리를 꿰찼다. 

다만 그는 7년간 제주도정을 이끌며 대권주자로서는 미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0개월. 대선을 향한 그의 ‘스퍼트’가 시작될 전망이다. 원조 소장파, 원희룡이 곧 중앙 무대로 돌아온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문재인정부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표출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적대적 진영 정치를 끝내고 미래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통합하며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를 던지기로 했다.

-도지사 사임 및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언제쯤인가.


▲구체적인 출마 선언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여러 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하겠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지사직의 책임감이 가볍지 않다. 사실 도정 레임덕을 피하려면, 전략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끝까지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 진로와 관련된 문제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유력 대권 후보로서 꼭 하고자 하는 공약이 있나.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일과 집, 교육이다. 노동의 경우 일자리 안정망 구축과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문제로 가야 한다. 노동시장 내부의 기득권을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열어주는 게 불가능하다.

또 집 문제는 주택 공급 확대, 1가구 1주택 및 실수요자 지원, 투기 차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교육 부문은 사교육 시장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 관련 교육을 집중 지원해 전 국민 ‘1인 1 AI 튜터’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도지사직을 맡으면서 중앙정치와는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정치에서 멀어진 동안 인지도는 낮아졌지만 행정경험을 더했다. 제주도정을 맡은 동안 중앙정치에서 주목을 받고 못 받고는 2차적인 문제다. 제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7년은 제게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폭넓게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경험이 쌓인 만큼, 더 묵직한 존재감으로 값어치를 증명하겠다. 이제 중앙 무대에서 주목받고 평가받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중도·젊은층 잡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
입법·사법·행정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여권의 대권후보로 꼽힌다. 같은 도지사로서, 이 지사의 행정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여러 모로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편가르기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차별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그 재원은 어디서 거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매번 바뀐다.

특히 이 지사는 권력을 가졌을 때 그 칼을 지나치게 휘둘러온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진영논리가 극단화된 위기의 세상이다. 국민들께서 그걸 부추기는 대통령을 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지지율이 미미한 상태다. 이를 끌어올린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가려 국민의힘 후보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검증문제로 흔들리면 국민의힘 후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양 진영으로부터 비토가 덜하고 포용력까지 갖춘 제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과정을 다시 보여줄 것이다. 진정성과 전면적 헌신 부분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면 점차 정치적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 본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검찰총장으로서는 역대급 총장이다. 그 정도 강단과 돌파력을 보여준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들은 윤 전 총장이 검찰 권력을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쓴 것에 대해 통쾌해했다. 불공정과 위선에 진저리가 났는데 법적으로 이걸 청산하니깐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야권에도 많은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그렇다면 ‘정치인 윤석열’은 어떤가.

▲무엇보다 대통령 업무는 민생·미래(비전)·통합까지 챙기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을 판단할 영역이 최소 3개는 더 있다는 얘기다. 국민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검증을 받아야 하고, 치열한 경쟁도 거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열 달 내내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나. 윤 전 총장 영입을 위한 당의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당에 들어올지 여부와 관계없이 윤 전 총장이 문재인정부의 연장을 반대하는 것에 확실히 힘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란 개인이 영웅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일방적인 지시를 통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정치는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속에서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조 소장파 “중진부터 정신 차려야”
“통합과 미래로…대전환의 시기에 섰다”

-야권 유력 대권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원 지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수평적 소통과 개혁성, 약점이 적고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점, 통합정치의 최적임자라는 장점이 있다. 보수의 신뢰와 젊은 세대와의 소통, 이념적 확장이 가능한 후보라고 자신한다. 겉모습만 화려한 개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담고 있는 현실적인 개혁성을 20년 넘게 다져왔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동시에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 지역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 진정한 통합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 세대 통합의 적임자라는 점 등이 저의 최고 강점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내로남불’에 대한 민심의 분노 폭발 아니겠나. 최악의 고용 쇼크와 미친 집값, 그리고 전세대란이 발생했다. LH 직원들과 정권 핵심 멤버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들의 부정입학 등이 터졌음에도 민주당은 180석을 믿고 오만하게 독주했다.

우리 당은 강경 지지층의 비합리적인 모습과 단절했고, 합리적 노선을 가진 후보를 내세웠다. 진영정치에서 탈피해 상식과 합리로 가라는 국민요구를 받아들였다.

-특히 2030 남성들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정부가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모두 쇼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는 내 집 마련과 일자리 부분에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다. LH 사태, 정권 핵심 멤버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들의 부정입학이 이어지며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지난 4년간 내로남불, 위선만을 보여 왔기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어떻게 보셨나.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도 함께 부탁드린다.

▲‘정신승리’ ‘자화자찬’ 일색의 연설이었다. 백신후진국이란 현실은 외면하고 아직도 방역모범국가 타령만 했다.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서는 청문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등 내로남불이 여전했다. 북한의 심기를 살피느라 대북전단을 처벌하겠다는 다짐 문구까지 넣었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달나라에 보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나라’가 되었다. 아직도 1년이 남았나 하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뚜렷한 방향 제시와 실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이 이번 재보궐선거 승리에 벌써 취해 옛날 모습으로 간다면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안철수와의 합당, 홍준표의 복당, 윤석열의 입당 등 풀어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승리에 취해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걸로 보여지는 발언 등으로 과거 회귀 조짐을 보여선 안 된다. 자체 정화기능이 작동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길 수 있는 대통령?
전진하는 대통령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의 혁신 방향은 분명하다. ‘중·중·중’으로 돌리는 것이다. 중도, 젊은층,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아는 리더십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특정 개인 인물로 부족하면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처럼 그룹이 나서 목소리를 내며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스펙보다 혁신적인 마인드, 민심을 읽고 제대로 담으려는 진정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지도부나 중진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개혁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초선들도 더 분발해야 한다.

-최근 당내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가 시끄럽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의원의 복당, 윤 전 총장의 입당, 안철수 대표의 합당을 모두 지지한다. 복당 이후 영향에 대해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 초선 의원들의 우려를 비롯한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홍 의원이 돌아와 흔들릴 정도의 당이라면 집권을 포기해야 한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 지금은 문재인정권을 끝내기 위해 모두가 손을 잡을 때다. 더 큰 국민의힘을 위해 중도확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당내 초선 의원들이 약진이 두드러진다.

▲초선 의원들은 아직 크게 얽매인 게 없지 않나. 커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마음과 함께하고 민심을 당내로 끌어들이면서 국민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생겨야 한다. 그런 의원이 많아야만 당이 강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당 정치나 당 주류만을 쳐다보는 정치만 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혁은 주류만의 정치로 묶이지 않고, 늘 국민들과 중도층을 향해 열려있을 때 가능하다.

-원조 소장파 그룹 ‘남원정’의 멤버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선 의원들은 반성과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초선 의원들이 2030 젊은 세대와 코드를 맞춰주시기 바란다. 2030 MZ세대가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건 우리로서 절대적 기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꼰대 정당’을 탈피해서 2030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은 단순히 ‘이길 수 있는 대통령’을 넘어 ‘통합하여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한풀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보수진영에서는 지난 보수정권을 정리한 그 칼날로 진보진영을 정리해달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 대통령을 선택해선 안 된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져 다시 싸우는 과거로 후퇴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전진을 위한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일요시사>가 창간 25주년을 맞이했다. 한마디 부탁드린다.

▲1996년 이후로 사반세기에 이르렀다. 격동했던 시간을 기록하고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동행했던 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25세의 청년의 필봉으로 우리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는 언론사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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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