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시작도 같이, 마지막도 같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임기말을 함께 할 마지막 국무총리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는 지지율 하락을 신호로 시작되는 레임덕을 대통령과 같이 맞는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 자리 앞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번의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문정부 초대 총리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국회의장 출신의 정세균 전 총리를 지명할 당시 그 배경으로 가장 방점을 찍은 부분이 통합과 화합이었다. 

3명 모두
통합 강조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첫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새 정부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정세균 전 총리를 문정부 두 번째 총리로 지명하는 자리에서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합‧화합으로 국민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시도록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는 잔여 임기 1년여를 함께할 마지막 국무총리를 인선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말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상식과 눈높이에 맞게 정책을 펴고 국정운영을 다잡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정과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해 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도의 극복, 사회개혁, 국민화합을 위해 헌신했다”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고 김 후보자에 대해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발탁은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흩어진 민심을 비교적 친문(친 문재인) 계파색이 옅은 김 후보자 카드로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시작된 레임덕 상황에서 내각을 관리할 인물로 김 후보자가 적임자였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 탈당 후 열린우리당에
군포서 3선하고 ‘험지’ 대구로

실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3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률은 62%까지 치솟아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4월 셋째 주(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에게 물은 결과다. 정당지지율도 국민의힘(30%)이 더불어민주당(31%)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37~40%를 횡보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월 둘째 주를 시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질 무렵이다. LH 사태는 4·7 재보선 참패는 물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문정부 역대 최저치까지 끌어내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동산 문제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산재해 있어 반등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현재까지 보여준 정치 행보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여권 내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195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제적과 복학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77년 유신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제적을 당했고, 이듬해에는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실형을 살았다. 1980년에도 신군부에 맞서 ‘서울의 봄’ 시위를 이끌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한 후 민주통일재야운동연합(민통련),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등 재야 운동권에서 활동하며 1987년 6월 항쟁을 주도했다. 

꽃길 걷다
가시밭길로

정치 인생은 더욱 스펙터클하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한 김 후보자는 199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합류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통추가 갈라지면서 한나라당에 합류,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 군포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민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창당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김 후보자와 함께 한나라당을 동반 탈당한 김영춘‧안영근‧이부영‧이우재 전 의원을 가리켜 정치권에서는 ‘독수리 5형제’로 불렀다. 

이후 김 후보자는 17~18대까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꽃길을 걷던 김 후보자의 정치 인생은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그는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11년 12월15일 “내년 총선에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대구는 박정희정권 이후 30년간 민주당 계열의 국회의원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출마의 변에서 ‘지역주의의 벽’ ‘기득권’ ‘과거의 벽’ 등 세 개의 벽을 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제정구 전 의원 등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통추를 만들었는데, 그때 제정구 의원이 ‘의미 없는 재선·삼선이 되느니 초선으로 명분 지키다 장렬히 전사하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며 “저도 벌써 3선이나 됐으니, 내려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대구 수성갑 지역에 출마한 그는 40.4%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한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 후보자는 6·4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2014년 3월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또 다시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은 통일이 대박이지만 대구는 야당 시장의 당선이 대박”이라며 “대구 출신 대통령에 야당 대구시장이라는 하늘이 내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토록 해 두 지역의 발전과 통일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권영진 후보에 밀려 끝내 당선되진 못했다.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김 후보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대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거물급 인사들의 맞대결에 대구 수성갑 지역은 총선 기간 내내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선 불출마
선대위원장

김 후보자는 3수 끝에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김 전 지사를 큰 표차로 꺾으면서 김 후보자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도 점쳐졌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야권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김 후보자는 19대 대선에서 잠룡으로 분류됐지만 취약한 당내 기반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저의 노력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며 “저의 도전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시대적 요구와 과제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2년에 이어 2017년에도 문재인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당시 대구 선거 유세 과정에서 “평당 5000만원짜리 살면서 1년에 재산세 200만원도 내지 않는 부자들을 위한 그런 나라 언제까지 할 건가”라며 “정신 차리소!”라고 소리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대구 칠성시장에서 자신을 향해 야유를 던지는 시민들을 향해 “여당이라고 하면 말도 못하면서 야당이 뭐만 하면 삿대질하고 이러니 우리 대구가 20년째 경제가 전국 꼴찌여도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정신 차리소”라며 “여러분이 밀어줬던 그 정당, 나라 와장창 뭉개 버렸잖아요. 나라 원칙을 바로잡아야 합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20%대의 저조한 득표율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대결했을 당시와 비교해 득표율이 상승해 김 후보자로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그는 문정부 초대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성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의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에 헌신했다. 특히 분권 가치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2019년 4월까지 1년9개월 동안 행안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하다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왔다. 21대 총선에서도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지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득표율 차이가 20%p(주호영 59.81% vs. 김부겸 39.29%)까지 벌어진 완패였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80석의 압승을 거둔 중에 기록한 패배여서 더욱 쓰라렸다. 당시 그는 “농부는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부는 땅에 맞게 땀을 흘리고 거름을 뿌려야 하는데 농사꾼인 제가 제대로 상황을 정확하게 몰랐다. 모든 잘못은 후보 본인의 잘못이니 화를 내지 마시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김 후보자는 같은 해 8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지난해 7월 그는 “책임지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땀으로 쓰고, 피로 일군 우리 민주당의 역사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어 “이번 전대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 당 대표를 뽑는 전대”라면서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7개월짜리 당 대표’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후보자는 이 전 대표,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3파전을 벌였지만 21.37%의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이변은 없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싱거운 전대였다.

보수 텃밭 당선 일약 대선 잠룡
총선·전대 패배로 존재감 하락

전대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김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다시 문정부 전면에 나서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김 후보자를 비롯한 5개 부처 장과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는 만큼 다음달 10일 이전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언급한 부분,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민주당 당헌 개정 등에 있어서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는 “(전직 비서 호칭과 관련해)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확정된 용어가 없어 이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당헌 규정에 대해서도 “민주당 당헌에 우리 당 후보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후 치러진 재보선에서 공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제가 국민에게 깨끗이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7 보궐선거는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각각 극단적 선택과 중도사퇴로 자리를 비우면서 치러졌다.

처남과 관련된 논란도 있었다. 김 후보자의 처남은 <반일 종족주의>를 집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에서 처남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아내와 헤어지란 말이냐”고 응수해 화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과거 발언과 오버랩된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김 후보자가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행안부 장관 청문회로 한 차례 검증이 이뤄진 바 있고, 대구 출신으로 야당인 국민의힘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터라 무리 없이 총리 인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후보자 입장에서는 청문회보다 그 이후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문회 무난
그 다음은?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백신,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1일 코로나19 백신 수급 우려와 관련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백신 확보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청문회에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 “원칙에 관한 부분은 허물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대통령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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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