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2012년 종말론 외치는 사람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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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날’ 카운트다운…인류 멸망 4개월 남았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세계 곳곳의 기후가 급변하고 지진과 홍수가 이어진다. 화산폭발은 물론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지구 종말의 전조증상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 파멸의 시간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정말 지구는 이때 재앙을 맞는 걸까. 

5125년을 한 주기로 계산하는 고대 마야 달력에서 그 주기가 끝나는 날은 2012년이다. 중국의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한 그래프는 2012년에 0이라는 수치를 가리킨다. 주식 변동을 예측하는 ‘웹봇로봇’ 역시 2012년 이후로 예측이 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동서양의 예언들이 모두 한날에 멈춰져 있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21일. 이 날이 바로 인류 최후의 날이다.

‘재앙의 2012’
예언인가 경고인가

상당수 사람들은 성경이나 각종 예언들도 2012년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블코드’가 대표적 사례. ‘바이블코드’는 성경 원본의 히브리 글자를 배열하면 ‘암호화’돼 있던 특정 단어나 문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원자폭탄을 입력하면 일본, 히로시마, 1945가 나타났고 히틀러를 입력하면 나치 등의 단어가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드로스닌은 저서 <바이블코드>에서 “2012년 혜성이라는 단어 근처에서 ‘부스러지고 밖으로 던져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종말론은 사실 인류의 기원과 함께 계속됐다. 해마다 각종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3년전 쯤, 서점가에는 지구 종말을 다룬 책이 넘쳐났다. <아포칼립소 2012>, <월드쇼크 2012> 같은 책이 대표적.

<월드쇼크 2012>는 대부분의 2012년 예언서가 ‘신의계시’ ‘종교적 이유’를 강조한 것과 달리 2012년 동짓날 벌어질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종말설’과학적 논리·과거예언 재해석 나돌아
화산폭발·외계인 침략·소행성과의 충돌로 끝?

책에 담긴 과학적인 증거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자기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고 2012년에는 북극과 남극이 뒤바뀐다는 것이다.

물리학 전문가인 그렉 브레이든(Gregg Branden)은 자신의 책에서 “자기장 역전 현상은 지난 7천600만년 동안 171번 일어났고, 적어도 14번은 지난 450만년간 일어났다”며 “실제 지구 자기의 강도는 2천년 전 최대치에서 계속 감소해 현재는 38%가 줄어든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지구의 자기장은 일종의 ‘신호체계’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기장이 변화하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뇌구조와 신경계, 면역체계, 인지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최근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지구 멸망 시기가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1999년은 예언을 잘못 해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각종 예언들과 결합해 더욱 강한 임팩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종말은 어떻게 올까. 지난 4월 유명 지구과학 전문학자들은 ‘지구 종말 예상 시나리오 9가지’의 내용이 담긴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끌었다.

과학자가 밝힌
종말 예상시나리오

이들의 첫 번째는 예상 시나리오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서 행해지고 있는 ‘물리학 실험의 실패’다. 이 실험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엄청난 에너지를 다루는 이 실험이 순간의 실수로 잘못될 경우 지구 전체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 두 학자는 이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낮음’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인류 전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가능성은 ‘화산폭발’이다. 아직 지구 곳곳에는 인류 생존에 영향을 끼칠 거대한 활화산이 많이 있으며, 거대한 화산폭발과 화산재로 10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발생 가능성은 ‘보통’이다.

세 번째는 ‘빙하기 또는 태양폭발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종말이며, 가능성은 ‘낮음’, 예상 피해 인명수는 10만 명 정도다.

네 번째는 ‘외계인의 침략’으로, 가능성은 '보통'이며 만약 침략을 받을 시 인류 전체가 멸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섯 번째는 ‘컴퓨터의 지배’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 때문에 결국 인간 세상은 컴퓨터 등의 기계가 지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로, 발생 가능성은 ‘보통’, 예상 피해 인명수는 10억 명 이상이다.

여섯 번째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로, 발생 가능성은 ‘보통’이며 예상 피해 인명수는 1000만 명 이상이다.

일곱 번째 시나리오는 인류가 치료할 수 없는 ‘치명적인 벌레의 공격’이다. 이는 바이러스와 연관돼 있으며, 기나 음식물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유행성 바이러스와 벌레 등으로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은 ‘다소 높음’, 예상 피해 인명수는 1000만 명 이상이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뜨고 있다?

여덟 번째는 ‘별의 대규모 폭발’이다. 실제 2008년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WR104라 불리는 별이 폭발함으로서 그 영향이 지구에까지 미칠 것을 우려한 적이 있다. 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음’이지만 인류 전체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마지막 아홉 번째 시나리오는 ‘나노 기술의 악몽’이다.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우리의 공기나 물에 유입될 경우 모든 물질을 분해시키거나 또는 끝없이 복제돼 인류의 생활을 망칠 수 있으며, 가능성은 ‘보통’, 예상 피해 인명수는 10억 명에 달한다.


이러한 주장들이 온라인 전역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구 종말을 확신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지구종말, 재해 대비와 관련 카페만 수 십여 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종말을 피하는 방법 등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재난이나 종말이 와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다.

한 지구 종말 인터넷 사이트 회원은 “환경적인 변화나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징조를 봤을 때, 확실히 종말이 온다고 생각한다”며 “종말을 늦추기 위해선 점점 파괴되는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갖고 오염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페 우후죽순…지하벙커 파기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탓  

이어 그는 “재작년부터 땅속에 창고를 만들어 놓고, 3년 치 식량을 준비해두었다”며 “종말이 오면 여름이어도 겨울처럼 춥다는 말을 듣고 이불이나 방한용품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7년 전부터 재난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지하벙커를 짓고 있다는 한 남성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50대 사업가인 백준흠씨는 경기도 산 속의 한 과수원에 지하 벙커를 짓고 있다. 그리고 함께 살 50여 명을 모집 중이다.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은 까다롭다. 생존을 위한 기술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확인된 사실 없이 주기적으로 떠도는 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33·남)씨는 “확실히 세상이 예전과는 달리 변화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종말이 합리화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세상 변화의 심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미래학자들 역시 종말설에 현혹되지 말자고 조언한다. 한 미래학자는 “특별히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종말설을) 많이 나돈다. 미래는 인간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미신적인 것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며 “종말설에 현혹되기 보다는 지금의 인류가 객관적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라

종말 예정일로부터 100여일 남은 지금. 정체불명의 종말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어떤이에게는 쳇바퀴 도는 삶을 종결지어줄 ‘대형 이벤트’로 어떤 이에게는 시한부 삶을 사는 것과 같은 두려움으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건 지나가는 해프닝일지도 모를 종말이 아닌 현재의 무력감이라는 것이다.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 건 노아의 방주가 아닌 미래의 희망이다.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오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사진=영화 <2012>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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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