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딱 맞는 집은?

해마다 급증하는 1인 가구와 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되는 재택근무에 복층, 1.5룸 오피스텔과 크로스오버(Cross-over) 아파트의 수요가 늘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기능이 강화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거공간과 근무공간이 나뉜 복층 평면과 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1.5룸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개 원룸 형태인 오피스텔에서 복층과 분리형 구조는 그동안 보기 드물었다. 독립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복층과 1.5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좁은 평형 안에서도 침실과 근무실 등의 독립공간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좁은 평형
독립공간

오피스텔에서 복층 공간은 침대나 서재 등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계절성 짐을 수납하는 알파룸 등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또 천장이 높기 때문에 개방감도 우수하다.

복층 오피스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복층 공간이 대개 서비스 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같은 평형에서도 공간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대개‘방+주방+화장실’로 대표되는 원룸 평면을 쓰기 때문에 공간 구성이 단조롭다는 지적이 많은 반면, 복층형의 경우 실내를 2개 층으로 나눠 쓸 수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확 늘어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홈피스(홈+오피스)’가 각광받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재택근무와 대학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 활발해지고,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며 생활과 일을 겸할 수 있는 1.5룸 형 오피스텔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홈피스의 대표적 유형인 1.5룸 오피스텔은 사무 공간에 침실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창업을 택한 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동시에 업무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축 오피스텔은 1.5룸형 홈피스를 늘리는 추세다. 수도권의 새 오피스텔에서 1.5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대의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초저금리 시대로 자금 유동성이 커지면서 오피스텔 선호도가 높아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홈피스’ 인기
복층·1.5룸·크로스오버 아파트 부각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 청약홈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오피스텔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7대 1에 달했다. 총 1만6513실 모집에 29만2881명이 몰린 것이다. 이는 오피스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하반기(6.5대 1)는 물론 2019년 상반기(2.6대 1)와 하반기(3.1대 1)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록이다. 

1.5룸의 청약 경쟁률은 아파트에 버금간다.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오피스텔 ‘쌍용 더플래티넘 서울역’은 576호실 모집에 2388명이 몰려 평균 4.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5룸인 전용면적 32㎡ 타입은 91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6·17 대책 발표 전날인 6월16일 현대건설이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청량리역’1.5룸형은 원룸형보다 5배 가까이 높은 경쟁률인 9.54대 1을 기록했다.

이처럼 1.5룸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최근 급증한 1인 가구와 관련성이 많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가구의 27.9%(540만 가구)에 해당하던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2%(614만7516가구)로 3년 만에 2.3%p가 높아졌다. 1인 가구 증가로 전체 가구 수도 2016년 1937만 가구에서 2019년 2034만가구로 늘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세대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 세대 중 1인 세대가 38.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인 세대 비율은 전체의 23.1%, 3인 세대 17.6%, 4인 세대 15.8%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선호하던 수도권 소형 아파트의 공급 부족으로 매매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그 대체제로 방과 거실이 분리된 복층형 원룸과 1.5룸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를 위한 사무실로 쓰기 위해 복층 원룸형이나 1.5룸 등 소형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수요자도 생겨나고 있다. 

다음으로 최근 분양시장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독주택, 오피스의 경계를 허물고 장점을 결합한 이른바 ‘크로스오버 아파트’가 잇따라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오피스텔의 장점인 임대를 접목한 ‘부분임대형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닮은 ‘테라스형 아파트’, 사무공간을 갖춘 ‘홈오피스형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1인 가구 증가, 다주택자 규제 등 많은 요소들이 주택 시장의 변화에 바람을 일으키자 공급업체들도 이에 맞춰 다양한 특화평면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경쟁률
선호도 높아

‘한 지붕 두 가족 아파트’로 불리는 부분임대형 아파트는 아파트의 편리함과 오피스텔의 수익성을 접목한 특화 평면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맞춰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처럼 분리된 가구에 전세나 월세를 놓을 수 있어 인기다. 최근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면서도 1주택으로 인정받는 부분임대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라스형 아파트는 널찍한 테라스 공간이 마련돼 단독주택처럼 쾌적성을 갖춘 특화평면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카페’‘홈가드닝’‘홈파티’ 등을 키워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하면서 복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의 가치가 높아졌다.

다양한 
특화평면

오피스형 아파트는 오피스처럼 사무공간을 갖춘 특화평면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의 보편화로 별도의 사무공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서재로 활용할 수 있는 알파룸, 베타룸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고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트렌드를 반영한 틈새 상품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분양단지.
 

▲여의도 리브하임(복층 원룸형)= 건화종합건설이 서울 영등포에서 복층형 평면으로 설계를 특화한 오피스텔 ‘여의도 리브하임’ 을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5 층, 전용면적 19㎡ 154실 규모다. 여의도 리브하임은 시가표준액이 1억원이 되지 않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돼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부 호실은 ‘한강뷰’가 가능하다. 복층 구조를 도입해 침실과 주거 공간을 분리했다. 

건설사 측은 “지금까지 영등포 일대에서 복층형 오피스텔 공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일러실을 외부에 설치하고 세대별 창고도 따로 설치한다. 내부엔 신발장, 수납장, 붙박이장, 냉장·냉동고, 세탁기, 전기 쿡톱(2구)을 설치하고, 오피스텔 입주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분양 관계자는 “각 금융기관 본사와 KBS 방송국, 국회의사당 등이 모여 있는 여의도 업무지구와 가까워 1인 가구 수요가 풍부하다”며 “아직 무주택자라면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할 수 있고, 강남 등 타 지역 대비 투자 금액도 적은 등 장점이 있어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의도 웨스턴힐(복층 원룸형)=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104-5번지(국회대로52길 3-1) 외 3필지에서 ‘여의도 웨스턴힐’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2층으로 전 세대는 2030 사이에서 실수요가 높은 복층구조의 총 118실로 구성된다. 전용률 60%에 서비스면적을 추가하면 실사용 면적률이 90%에 육박한다. 

분양 관계자는 “2030 플랜에 따라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육성되고 있는 영등포구에는 지식산업센터의 준공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영등포 로터리에서 여의도를 연결하는 고가도로 철거작업의 공사가 연내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국제금융도시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며 “영등포구의 고수익 1인 주거수요 증가는 오피스텔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붕 두가족 ‘부분임대형’
단독주택을 닮은 ‘테라스형’
사무공간 갖춘 ‘홈오피스형’

▲용산 센트럴포레(1.5룸형)=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3-12번지 일대에 ‘용산 센트럴포레’1.5룸, 2룸 오피스텔 및 소형 아파트가 분양된다. 지하 1층~지상 14층, 총 2개동, 총 100세대 규모로 오피스텔 72실과 소형 아파트 28세대로 모두 전매가 가능하다. 

101동은 오피스텔이 3~11층이며 소형 아파트는 12~14층, 102동은 오피스텔이 2~10층이다. 소형 아파트는 11~14층으로, 2룸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은 3베이 아파텔 구조로 주차는 총 78대가 가능하다. 

용산지역은 최근 대형 용산개발로 맞벌이 신혼부부나 직장인 등 2룸 오피스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행과 신탁은 ㈜우리자산신탁이, 시공은 은일종합건설(주)이 맡을 예정이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선유도 더채움 2차(1.5룸형)= 서울 선유도 역세권 오피스텔인 ‘선유도 더채움 2차’가 분양된다. 영등포구 양평동6가 2-3, 4번지에 있으며 총 3개동이 들어선다. 각 동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4층까지 규모로 건축된다. 주차는 기계식 52대, 자주식 30대로 총 82대가 계획돼 있다. 자전거 거치대도 27대까지 설치된다. 

내부 호실은 1.5룸과 2룸, 3룸 등으로 다양한 타입이 제공된다. 8.5평, 10.9평, 6.6평, 16.4평 등의 4가지 타입이 제공되므로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분양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도 규제를 받고 있는데, 선유도 더채움 2차는 청약통장 1순위 가능 상품이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시티오씨엘 3단지(테라스형 아파트)=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포스코건설(시행사 아시아신탁, 위탁사 DCRE)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시티오씨엘 업무복합1블록에 공급하는 ‘시티오씨엘 3단지’를 분양한다. 이번 분양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동시에 진행된다. 

지하 1~2층에는 6개관 730여석 규모(7420㎡ 규모)의 영화관이, 지하 1층~지상 3층에는 단지 내 상업시설(3만3882㎡)이 조성된다. 지하 4층~지상 46층 8개 동에 아파트 전용면적 75~136㎡, 977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전용 27~84㎡, 902가구가 들어선다.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용 136㎡에는 독립된 대형 커뮤니티공간(테라스+거실+주방·식당)이 마련되고, 총 5개의 테라스가 제공된다. 

무주택 유지
가격도 낮아

시티오씨엘 3단지는 시티오씨엘 내에서도 입지여건이 우수한 단지로 꼽힌다. 다양한 테마가 있는 공원 및 휴게공간이 조성된다. 단지 중앙에 최대 약 160m 길이의 잔디가 펼쳐진 ‘그린파크’를 비롯해 아름다운 수공간과 케노피 조형물이 조화를 이룬 ‘블루파크’, 반려동물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펫가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캠핑가든’등이 조성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단지 상업시설인 스트리트몰로 분리될 예정이다. 오피스텔 판매시설 옥상부에는 휴게시설을 갖춘 ‘스카이가든’이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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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