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스캔들’ 검찰 제물 시나리오

땅 빼려다 방 빼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들끓는 민심에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더해지면서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4·17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초대형 악재를 봉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은 완전히 배제되는 분위기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성원 깆다

지난달 24일 정부는 경기도 광명·시흥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7만호의 주택을 공급, 서남권 거점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신규공공택지 후보지를 주민공람 공고 즉시 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주변 지역은 토지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최장 5년간 토지 소유권이나 지상권 등 투기성 토지거래가 차단된다. 

부동산 역린
초대형 악재

국토부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토지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이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중 58억원가량은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보받은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당 토지 소유권을 개별적으로 취득하기보다 소유권 지분을 공동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감사원 감사뿐만 아니라 LH와 국토부가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에 걸쳐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74%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그나마 ‘주택 공급 확대·신도시 개발’(16%)을 긍정 평가의 이유로 꼽았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40%로 나타났다. 직무수행 부정률은 51%로 긍정률을 상회했는데, 부정평가 이유로 첫손에 꼽은 것도 ‘부동산 정책’(19%)이다. 

말로는 발본색원·패가망신
1·2기 신도시 수사 검 패싱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LH 사태가 재보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생긴 터라 이미 악재를 안고 시작한 민주당에 부동산 악재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부에서 ‘발본색원’(문재인 대통령), ‘패가망신’(정세윤 국무총리) 등의 강한 발언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골자로 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3일) “(LH)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4일) “청와대 전 직원 토지거래 전수조사”(5일) 등이다. 
 

▲ LH 임직원들이 사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던 토지 ⓒ박성원 기자

주말 이후에도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 동원”(8일),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돼”(9일),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행위”(10일) 등의 메시지를 냈다.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일 이어진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LH 사태 대응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사태를 조사‧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을 완전히 배제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셀프 수사’ ‘부실 수사’ 등의 우려가 제기된 것.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결국 핵심인 수사는 경찰에 ‘몰빵’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LH 의혹은)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다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유기적 협력으로 국가 수사기관의 대응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770명 규모
검찰은 0명

그럼에도 경찰이 주축이 된 770여명 규모의 합동 특별수사본부(이하 합수본)에 검찰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수본 인력 74명 외에 18개 시도 경찰청에서 695명의 경찰이 합수본에 파견된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 37명도 참여한다. 검찰은 총리실에 와 있는 검사 1명 외에 부동산 전문 검사 1명이 합수본이 아닌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에 추가 파견돼 법률 지원을 맡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과의 회의에서 “수사를 맡은 경찰,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 간의 유기적 소통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라는 역할 분담을 주문한 것이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당시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 3기 신도시 1차 발표하는 정세균 국무총리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수본을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1·2 신도시
공무원 적발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검찰은 앞선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통해 이미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 보니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진행한 지난 3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서 ‘정부 합수본에 검찰이 배제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에 49.5%가 찬성을 표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0.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LH 투기 사태는 집권세력의 투기 DNA가 공직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성난 민심은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를 원천 차단하는지 이 정권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구준

특히 지난 11일 합조단이 발표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총리는 이날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의 거래 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전수조사 결과는 본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여서 차명이나 가족명의 거래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투기 의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 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허위 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수사권 조정 언급
고위공직자 겨냥 두려워서?

합조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배제의 표면적 이유로 언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해왔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숙원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수사권이 조정됨에 따라 검찰 수사 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줄었다.

이 중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일각에선 정부에서 LH 사태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번지지 않도록 일종의 제한선을 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로 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LH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이 나올 경우 정부로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 달도 남지 않은 재보선은 물론 대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 성과의 상당수가 경찰에서 나왔다”며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보다 진상규명이 더딜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출범 초부터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어온 문재인정부로선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법조계 안팎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수사권 있을 때 뭐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때 잘하지”
“우리가 무당?”

박 장관은 지난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사권 개혁은 올해 1월1일 시행됐고, 부동산 투기는 2~3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수사권이 있을 때 적극 대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발언에 검찰 내부에서는 “그럼 문재인 정부는 (그 당시에) 뭘 했냐” “우리가 무당이냐”는 등의 비판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