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자식은 달랐다. 특히 이 아버지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여서 그의 아들에게 쏠리는 관심이 컸던 것 또한 사실. 여러 수식어가 붙었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의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우즈와 그의 11세 아들이 함께 출전했다. 이 대회는 2019년까지 ‘파더-선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개최됐으나 지난해부터 대회명이 바뀌었다.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아들과 딸, 사위 등 가족들과 2인 1조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경기 방식은 두 선수가 각자 볼을 친 뒤 더 좋은 지점에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이전 대회까지 스타플레이어 가족 이벤트 대회의 성격이 강했다. 첫 출전한 우즈 부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특히 아들 찰리에게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GC(파72)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는 찰리가 대중 앞에 화려하게 등장한 첫 무대였다. 전날 1라운드에서 찰리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이글을 뽑아내며 새끼 호랑이의 발톱을 드러냈다.
우즈, 11세 아들과 이벤트 대회 출전
빨간 티셔츠 검은색 바지 입고 라운드
우즈 부자는 마지막 날 드레스 코드인 빨간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똑같이 차려입고 라운드에 나섰다. 우즈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셔츠를 아들과 함께 차려입고 나서자 묘하게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는 듯 시종 감성에 젖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10번 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찰리는 아버지처럼 오른 주먹을 쥐고 앞뒤로 흔드는 이른바 ‘주먹 펌프’ 세리모니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즈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날 10타를 줄인 우즈 부자는 20개 팀 가운데 7위(20언더파 124타)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최종합계 25언더파 119타를 기록한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 부자에게 돌아갔다.
이날 경기장에는 우즈와 이혼한 찰리의 어머니 엘린 노르데그렌(스웨덴)도 코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즈와 노르데그렌은 찰리가 태어난 1년 뒤인 2010년 이혼했다. 노르데그렌이 우즈의 경기를 코스에 나와서 지켜본 것은 2009년 프레지던츠컵 이후 11년 만이다.
경기 후 우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아들과 나 둘한테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특히 찰리는 아직 어려서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를거다. 나도 11살 때 그랬다. 세월이 지나면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우즈 부자와 함께 경기를 치른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그 또래치고는 장타력도 갖췄다. 힘을 쓸 줄 안다”고 찰리를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