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한미약품 꼬마 부자들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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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나…4살배기에 수십억 선물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재벌가 '통 큰 증여'가 화제다. 주인공은 한미약품 임씨일가. 오너가 가족들에게 주식을 넘겼는데, 그 금액이 무려 300억원에 달한다. 돈도 돈이지만 수증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수두룩해 시선을 끈다. 수십억원의 '선물'을 받은 4살짜리 꼬마도 그중 한명이다.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지분 이동이 있었던 것은 지난 20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총 3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일가족에게 나눠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옛 한미홀딩스) 주식 731만3000주(14.7%)를 가족 13명에 분할 증여했다.

형평성 있게 배분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50.76%(2520만6705주)에서 36.03%(1789만3705주)로 축소됐다. 증여 지분 평가액은 20일 종가(3985원) 기준으로 약 291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주식을 증여받은 가족은 74만8000주(1.51%)를 받은 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미술관장. 임 회장 부부는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이들도 모두 수증자 명단에 올랐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상무, 장녀 임주현 상무는 각각 32만주(0.64%)씩 증여받았다.

임 회장의 며느리 2명에게도 지분이 돌아갔다. 임 사장의 부인 홍지윤씨와 임 상무의 부인 김희준씨는 각각 62만9000주(1.27%)씩 받았다. 한미약품 측은 "가족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고려해 형평성 있게 증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수증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임 회장의 손자·손녀인 한미일가 3세들로 모두 10세 이하의 꼬마들이다.

임 회장은 장손 성연군에게 60만9000주(1.22%)를 증여,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8945주)에서 61만7945주(1.24%)로 늘어났다. 이는 시가로 25억원에 이르는 주식이다. 성연군은 임 사장의 장남으로 올해 9세(2003년생)의 초등학생이다.

나이가 4∼8세인 6명도 각각 25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받아 '주식부자'가 됐다. 임 회장은 4세에서 8세 사이의 손자·손녀에게 각각 62만3000주(1.26%)씩 물려줬다. 8세(2004년생)인 원세군을 비롯해 6세(2006년생)의 성지양, 5세(2007년생)의 지우양이 주인공. 25억원어치 '선물'을 받은 성아양과 후연군, 윤지양은 4세(2008년생) 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의 지분은 똑같이 2205주에서 62만5205주(1.26%)로 확대됐다.

재계 관계자는 "증여세율은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이상 50%에 이른다"며 "한명에게 주식을 몰아주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주식을 나눠 증여하면 절세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세를 거치지 않고 3세에게 바로 증여하면 그만큼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기 회장 일가족에 300억대 주식 증여
10세 이하 3세 7명 포함…25억씩 돌아가

임 회장의 손자·손녀들은 이번 증여로 '재벌가 어린이 주식 부자'순위에서 상위에 오르게 됐다. 지분가 25억원은 10위권 내에 드는 금액이다.

대기업 정보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1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만 12세 이하(1999년 4월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는 102명이다. 이들 가운데 1∼3위는 GS일가 어린이들이 휩쓸었다. 허용수 ㈜GS 전무의 장남 석홍(11)군과 차남 정홍(8)군이 각각 453억원과 163억원으로 1위와 3위에 올랐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 정현(12)양은 17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GS일가를 포함해 25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는 박상돈 예신그룹 회장의 딸 지민(9·47억원)양,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의 아들 상모(11·40억원)군, 구 사장의 조카 인모(9·36억원)군, 정호 화신 회장의 손녀 승현(12·27억원)양 등 모두 7명. 한미일가 3세들의 자리는 이 다음이다. 성연군 등 7명은 나란히 8·9위에 랭크될 수준이다.

이어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손자 승원(7·17억원)군,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의 아들 동인(8·16억원)군,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의 쌍둥이 아들 지온·지호(8·14억원)군, 김정 삼양사 사장의 아들 주성(12·13억원)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손자 윌리암(5·12억원)군,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의 아들 윤석(10·10억원)군 등이 그 뒤에 포진하고 있다.

이번 임 회장의 주식 증여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도 있다. 바로 한미약품 후계구도다. 한미약품의 2세 경영은 한마디로 안갯속 형국. 보유지분이 비슷해서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는 한미약품(지분율 40%), 일본한미약품(100%), 한미유럽법인(100%), 에르무루스(95%) 등을 거느린 한미사이언스다. 한미사이언스를 장악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에 증여받은 지분을 합쳐 한미사이언스 지분 3.67%(182만705주)를 소유하고 있다. 임종훈 상무와 임주현 상무는 각각 3.6%(178만9870주), 3.61%(179만4895주)를 갖고 있다. 여기에 임 회장의 형 임완기씨도 4.47%(221만7515주)의 지분이 있다. 결국 추후 임 회장의 지분(36.03%)이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후계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 부자 상위에

임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해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 부총경리(부사장), 총경리(사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한미약품 사장을 맡고 있다. 임종훈 상무는 벤틀리대를 나와 경영기획 부문을, 임주현 상무는 보스턴대를 나와 인재개발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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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