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무명의 반란이 잇달아 연출됐다. 오랜 기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던 노장 골퍼들이 시상대 맨 꼭대기를 차지했고, 인고의 시간을 이겨 낸 골퍼에게는 첫 승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49세 노장 골퍼 브라이언 게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013년 1월 이후 PGA 투어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게이는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선물
게이는 지난달 2일(한국시각)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 로열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2개로 7타를 줄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두른 게이는 윈덤 클라크(미국)와 합계 15언더파로 동률을 이룬 뒤 연장에서 약 3m 거리 버디를 넣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1999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한 게이는 2013년 1월 휴매너 챌린지 이후 무려 7년 10개월 만에 개인 통산 5승 달성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72만달러(약 8억2000만원).
3라운드 선두 독 레드먼(미국)에 2타 뒤진 5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게이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인 후 후반 뒷심을 발휘했다. 후반 10번 홀과 12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기록한 게이는 14, 15번 홀 연속 버디로 선두권을 넘봤다.
게이는 17번 홀(파5)에서 3퍼트로 보기를 기록하면서 주춤했지만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성공시켰다. 선두를 달리던 클라크가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 승부를 치를 수 있었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에서 게이는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클라크가 버디에 실패하면서 게이의 극적인 역전 우승이 완성됐다.
승리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브라이언 7년 만에 맛보는 정상
1971년 12월생인 게이는 앞서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역전 우승을 거뒀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99.5야드였고 드라이브샷 적중률은 50%에 불과했지만, 88.9%에 이른 높은 그린 적중률을 앞세워 관록을 과시했다. 50세를 앞둔 나이에 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2023년까지 PGA 투어 카드도 연장했다.
게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경기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다”며 “아직 뛸 경기가 많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나 자신을 의심하기는 쉽다.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아주 어리다. 내 딸 또래인 선수들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라운드 25위에 오르며 최고 성적을 기대하게 했던 이경훈은 전날 밤 5오버파 75타에 이어 이날 1오버파 72타로 점수를 잃고 말았다. 결국 4오버파 288타 62위로 마감했다. 시즌 최고 성적인 46위와는 16위 차이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로버트 스트렙(미국)은 6년 만에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PGA 투어 통산 2승을 신고했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달러(약 13억2000만원).
스트렙은 지난달 23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 리조트의 시사이드 코스(파70)에서 열린 RSM 클래식(총상금 66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케빈 키스너(미국)와 함께 최종 합계 19언더파 263타로 연장에 돌입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2차전 결과 스트렙이 천금 같은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스트렙은 이날 티잉 그라운드에서 평균 272.5야드(249m)를 날렸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71.43%, 그린 적중률은 88.89%였다. 퍼트당 얻은 이득 수는 -1.307을 기록했다.
스트렙은 지난 2014년 이 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다. 당시 대회명은 맥글래드리 클래식이었지만 같은 대회에서 6년 만에 정상에 오른 셈이다. 2010년 창설된 RSM 클래식에서 2차례 우승한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4년 대회 때도 연장 우승을 차지했던 스트렙은 2승 모두 같은 코스에서 연장전 우승을 거두는 진기록을 남겼다.
스트렙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로 잘한 건 아니었지만 나아졌고 일관성이 있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스트렙은 세계랭킹 380위에서 116위로 뛰어 올랐다. 2년간 PGA 투어 카드와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확보했다.
휴스턴 오픈에서도 무명의 반란이 이뤄졌다. 세계랭킹 160위의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가 PGA 투어 입성 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것.
스트렙, 6년의 보상된 연장 승리
오르티스, 첫 승으로 돌아온 5년
오르티스는 지난달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 코스(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비빈트 휴스턴 오픈(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오르티스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20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를 2타 차 공동 2위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오르티스는 우승상금 126만달러(약 13억7000 만원)와 함께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했다. 1978년 빅토르 레겔라도가 쿼드 시티스 오픈을 제패한 이후 42년 만에 멕시코 출신 PGA 투어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또한 세계랭킹도 160위에서 65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 2014년 PGA 2부 투어에서 3승을 올려 이듬해 PGA 투어에 입성한 오르티스는 2020-2021시즌 대회에 6번 출전해 컷오프를 두 번 당했고, 공동 3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오르티스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여자 선수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덕분이다. 오초아의 고향 후배인 오르티스는 홈 코스인 과달라하라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배웠는데, 유년 시절 오초아의 골프 연습을 지켜보며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감회
오르티스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과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세계랭킹 20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역전 우승해 그 의미가 더 컸다.
오르티스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감정이 내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PGA 투어 첫 우승을 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