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는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로 인식된다. 투어에 참가하는 골퍼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경쟁자다. 오랜 기간 우승과 멀어졌던 선수가 선전할 경우 환호는 배가 된다.
지난 9월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2020-2021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총 상금 660만달러)에서 47세 노장 스튜어트 싱크(미국)가 11년 만에 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기다림 끝에…
2009년 디 오픈 제패 이후 11년이 넘도록 우승이 없었던 싱크는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우승하며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달러(약 14억원).
1997년 PGA 투어에 데뷔한 싱크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6승을 올렸지만 2015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 디 오픈에서 당시 59세였던 톰 왓슨(미국)의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의 꿈을 앗아버린 그가 메이저 우승의 영광을 얻는 대신 원망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충격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는 해석도 있었다. 당시 싱크는 연장 접전 끝에 왓슨을 제쳤다. 왓슨의 고향 캔자스시티에서는 싱크를 ‘공공의 적’이라고들 했다.
PGA 투어 카드 유지마저 불안했던 싱크는 개막전 우승으로 2년 투어 카드와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 등 푸짐한 혜택을 받게 됐다. 특히 아들 레이건(23)이 캐디로 나서 거둔 우승이라 더 감격스러웠다.
레이건은 아버지의 백을 메고 네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경기를 끝낸 뒤 챔피언조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우승이 확정되자 싱크는 아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싱크는 “아들이 코스에서 내게 ‘아빠가 틀렸어요, 저를 믿으세요’라고 말하며 나를 이끌었다”며 “그린을 잘 읽어서 장한 게 아니라 그런 배짱을 지녀서 장하다. 특별한 대회”라고 말했다.
16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내며 2타차 단독 선두를 달린 싱크는 17번 홀(파4)에서 3퍼트 보기로 1타차로 쫓겼지만,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1m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스와퍼드, 3년8개월 만에 2승
짐 퓨릭, 시니어 투어 접수
300야드의 장타를 대부분 페어웨이에 안착시켜 힘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10차례나 한 번의 퍼트로 홀 아웃 할 만큼 그린에서도 펄펄 날았다. 두 차례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모두 파를 지켜냈다. 17번 홀 보기를 포함해 4라운드 내내 보기는 단 2개뿐이었다.
4언더파 68타를 적어낸 해리 힉스(미국)가 2타 뒤진 2위(19언더파 269타)를 차지했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미국 교포 제임스 한(한국 이름 한재웅)은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9위(16언더파 272타)에 그쳤다. 전날 공동 67위까지 밀렸던 김시우는 6타를 줄이며 힘을 내 공동 44위(10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2언더파 70타를 친 김주형은 공동 67위(4언더파 284타)에 머물렀다. 시니어 투어를 겸업하는 필 미컬슨(미국)은 김시우와 같은 공동 44위로 시즌 개막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9월28일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의 코랄레스 골프클럽(파72·7669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코랄레스 푼타카나 리조트&클럽 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의 우승은 미국의 허드슨 스와퍼드에게 돌아갔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스와퍼드는 2017년 1월 커리어빌더 챌린지 이후 3년8개월 만에 투어 2승째를 따냈다. 우승 상금은 72만달러(약 8억4000만원).
싱크, 11년 만에 정상
아들과 함께 승리 만끽
스와퍼드는 16번 홀을 마쳤을 때까지 17언더파로 타일러 맥컴버(미국), 매켄지 휴스(캐나다)와 공동 선두였다. 그러나 17번 홀(파3)에서 약 2m 넘는 버디 퍼트를 넣어 단독 선두가 됐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비슷한 거리의 파 퍼트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컷 탈락을 거듭하던 한국의 배상문이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28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 9차례 출전해 6번 컷 탈락했고 2020-2021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에서도 컷 통과에 실패한 배상문이 PGA 투어 대회에서 30위 이내 성적을 낸 것은 2019년 6월 RBC 캐나다 오픈 공동 27위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시니어 투어에서는 짐 퓨릭의 선전에 돋보였다. 지난 9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제리 켈리(미국)과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5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로 켈리와 동타를 이룬 퓨릭은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켈리를 따돌렸다. 퓨릭은 시니어 투어에 2차례 출전해 모두 우승을 거둬 승률 100%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깜짝 승리
올해 50세가 돼 챔피언스 투어 출전 자격을 얻은 퓨릭은 지난 8월 시니어 투어 데뷔전이었던 앨리 챌린지에서 우승했고, 이번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이 두 번째 출전한 대회였다. 시니어 투어 데뷔전에 이어 두 번째 출전 대회까지 내리 우승한 선수는 1980년 아널드 파머와 1999년 브루스 플레셔(이상 미국)에 이어 퓨릭이 3번째다.
한편 최경주는 합계 5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퓨릭과 함께 지난달 앨리 챌린지부터 시니어 투어에 나선 최경주는 4차례 대회에서 톱10 한 번을 포함해 모두 27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 20만4000달러의 상금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