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혜택’ 내건 시신유기사건 ‘A산부인과’ 가봤더니…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1 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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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내 탓’ 못하면 ‘도구 탓’이라지만…

[일요시사 경제팀] 김설아 기자 =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우유주사 살인사건’ 피의자인 산부인과 의사. 이번엔 그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의 ‘A사’가 진정성 없는 사과문을 게재해 구설수에 올랐다. 신사동에 위치한 이 병원은 지난 30여 년간 강남권 산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명성을 이어 온 곳. 그러나 병원 측이 금전전 혜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파격 할인을 내건 병원. 직접 찾아가 분위기를 살펴봤다.


약물 투여로 사망한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45)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남의 A사.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하늘을 찌를 듯 위세를 떨쳤던 A사의 위상은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끔찍한 사건 내용과 함께 병원 이름이 오르내리며 명예 실추는 물론 실질적인 환자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 벌이에만 눈이 먼

파문이 확산되자 A사는 지난 11일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병원 측은 게시판을 통해 “병원에 고용된 봉직의사 한 명이 발생시킨 사건으로 병원에 오신 산모 및 환자 여러분들께 심리적 부담과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고용된 의사 한 명의 비상식적인 잘못으로 성실히 쌓아온 병원의 명예가 훼손돼 저희들도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사과문에는 병원의 관리소홀로 수면유도제 등이 유출되는 등에 대한 책임을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오늘부터 내원하시는 모든 분들의 진료 및 출산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용서를 구하겠다”는 혜택을 내걸었다. 이번에 병원 측에서 내건 혜택은 진료비 30%, 입원비 20% 할인이다. 상담실장은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며 “10월 말 정도까지는 할인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사과문이 게재되자 온라인상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어났다. 병원 측의 관리소홀에 대한 사과 대신에 해당 의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채 사태를 해결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또 병원 관계자들이 경찰에서 조사받는 상황인데 금전적인 혜택으로 무마한다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해당병원을 찾았을 때도 관계자들은 이런 여론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보였다. 관계자는 사과문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른다. 그게 다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건발생 후 환자수 감소를 묻는 질문에는 “없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과거에 비해 환자수는 확실히 감소한 듯 보였다. 30분 정도의 간격으로 병원을 찾는 산모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35주가 넘었다는 한 산모는 “병원에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계속 다니기 찝찝하긴 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환자에게 더 신경을 쓰겠지 싶어 안 옮기고 다니고 있다”며 “병원까지 옮기려면 또 검사기록이며 뭐며 다 카피해서 가져가야 하고 안하고 옮긴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야 하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라. 담당의사가 다른 사람이라 믿고 계속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관리 소홀로 사람 죽여 놓고 진료비 할인?
2007년엔 화재로 산모와 아이들 대피하기도


반면 임신 21주차에 들어선 산모는 병원을 옮기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산모는 “내심 불안 불안하면서도 옮기는 것도 불안하고 그래서 그냥 다닐까도 했지만 믿음이 깨져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나는 괜찮다고 해도 주변에선 임신하면 장례식장도 안 가는데 그런 사건이 일어난 병원이라면 출산하는 날까지, 또 애가 태어나서도 병원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것 같다면서 옮기라고 재촉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산모는 사과문과 관련해서도 “사건을 수습하려는 병원의 태도에 믿음이 더욱 안 간다. 잘못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외적인 탓으로만 돌리면서 진료비 할인이라니…. 과연 진료비 할인을 받기위해 이 병원을 찾는 산모가 몇이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A사는 지난 1985년 개원한 이래 강남권 산모들로부터 굳건한 명성을 쌓아온 곳이다. 탤런트 고(故) 최진실씨를 비롯해 축구선수 이동국 등 유명 연예인들과 김주하?최윤영 아나운서 등이 이용할 정도로 강남 일대에서 ‘책임분만제’로 인기를 끌었다. 책임분만제란 담당의사가 당직이 아닌 날이라도 산모가 한밤중에 오면 달려와서 분만을 봐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지난 6월에는 환자와 보호자용 침대를 교체하는 등 환경개선에 나섰던 터라 이번 사건으로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대피 소동 벌어지기도

한편 병원은 지난 2007년 말 화재가 발생해 산모와 아이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지하 1층 휴게실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수십명이 긴급 대피한 것이다. 이날 불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나자 병원 직원 및 환자, 보호자 등 6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그 중 21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병원으로서는 화재에 이어 두 번째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30년간 쌓아왔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병원 측이 향후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해당 병원에 대한 산모들의 평가를 이뤄내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잘 하면 내 탓, 못 하면 도구 탓’으로 사건을 무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병원 측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sasa19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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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