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지르르’ 대방건설 문어발 확장의 이면

빚 좋은 개살구에 대한 '바른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대방건설의 사세 확장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1조클럽 가입이라는 훈장만큼이나 수익성도 빛을 발한다. 다만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 벌인 사업이 광범위해질수록 끌어다 쓴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 흑자 행진과 별개로 현금 흐름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대방건설 사옥 ⓒ대방건설

대방건설은 1991년 설립된 ‘광재건설’에 뿌리를 둔 건설업체다. 주택개발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세를 키운 대방건설은 2009년 구찬우 대표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상위권
거침없는 성장

2011년 하도급 순위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대방건설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보폭을 넓혔다. 2010년까지만 하도급 순위 108위에 불과했던 대방건설은 올해 27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상위권 건설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외형은 물론이고, 주요 실적 지표 역시 우상향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연결기준 9323억원이던 대방건설 매출액은 이듬해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5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56.13% 증가했다.

수익성은 한층 눈에 띈다. 2017년 210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951억원으로 짧은 숨고르기를 거치고, 지난해 2906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연결기준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평균치(4~6%)를 훌쩍 넘긴다. 대방건설은 ▲2017년 22.5% ▲2018년 19.2% ▲2019년 18.3% 등 최근 3년 간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2002년 20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8423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3년간 누적 순이익이 3680억원 쌓이면서 이익잉여금도 덩달아 급증한 양상이다.

다만 실적 지표에 가려져 있을 뿐 위험요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외형 확대와 비례해 급증한 채무가 불안요소다. 

실적은 고공행진인데…커지는 빚 압박
미분양 속출에 말라버린 곳간

대방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2조9543억원으로, 전년(2조2423억원) 대비 31.8% 늘었다. 총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2018년 1조5600억원이던 총부채가 일년 사이 5500억원 가까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6823억원서 8469억원으로 16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채의 증가가 눈에 띄게 커진 영향으로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다소 악화됐다. 2018년 부채비율 228.6%를 기록하면서 연결 재무제표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대방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248.8%까지 치솟았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대폭 늘어난 총차입금이 부채비율 상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805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대방건설의 총차입금 규모는 이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5563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 3866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 3771억원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 총차입금의 절반에 가까운 7637억원이 단기 상환 압박서 자유롭지 못한 금액인 셈이다.


차입금이 증가할수록 빚에 의존하는 경향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의 차입금의존도는 전년 대비 6.8%p. 상승한 52.7%에 달했다. 이는 대방건설 연결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30% 이하를 적정 차입금의존도로 보는 통상적인 시장의 인식과도 간극이 크다.

많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2018년 23.2%서 지난해 25.8%로 소폭 높아졌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은 순이익 감소로 직결될 여지를 남긴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이 유동화 회사를 이외의 금융권서 단기로 차입한 금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농협은행서 담보대출 명목으로 빌린 900억원이었고 연이자율은 4.05%였다. 가장 높은 금리는 SBI저축은행으로부터 일반대출로 연이자율 5.20%에 차입한 80억원이다.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 강화는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연결됐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전년(456억원) 대비 51.2% 증가한 674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29.5%, 전체 영업외비용(771억원)의 87.4%에 해당한다. 순이익이 영업이익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데 이자비용이 영향을 줬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부채 증가는 낙찰된 토지의 대금 납부에 따른 영향”이라며 “수년 간 흑자가 계속되는 만큼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수년간 건실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방건설의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3262억원, -561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각각 1086억원, 1492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유입된 현금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부진한 분양 성적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서 분양한 ‘화성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 2·3차’, 2017년 동탄2신도시서 분양한 ‘화성동탄1차 대방디엠시티 더센텀’은 모두 청약 미달을 겪었다.

분양 족족
흥행 참패

최근에는 양주 옥정신도시서 처참한 흥행 실패가 연출된 상황이다. 대방건설이 양주 옥정신도시 A-2블록에 공급한 ‘양주 옥정신도시 3차 노블랜드 에듀포레’는 지난 4일 청약 2차에 1042 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54건이 등록 마감됐을 뿐이다. 나머지 688 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는 정부가 6·17대책서 양주시를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시킨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 규제 지역에 포함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서 50%로 축소되고, 세대원 1순위 청약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대규모 청약 미달이 현실이 됐음에도 대방건설 측은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된 단지로 청약접수 요건이 무주택자 및 1주택자에 한해 세대당 1건만 청약접수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이 접수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분양이 장기화될 경우다. 대방건설의 기본 사업골격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계열사의 부실이 대방건설로 전이될 수 있다. 사실상 미분양에 대한 우발부채는 전량 대방건설의 몫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대방건설은 ▲대방하우징 ▲대방주택 ▲노블랜드 ▲디비건설 ▲디비산업개발 ▲대방이노베이션 ▲대방이엔씨 ▲대방개발기업 ▲디비개발 ▲엔비건설 ▲디비종합건설 ▲디비주택 ▲대방일산디엠시티 ▲디엠개발 ▲대방덕은 ▲대방건설동탄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대방일산디엠시티를 비롯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계열사 대다수는 시행사업을 영위한다. 

미분양 속출…말라버린 곳간
애물단지 부양 가족만 잔뜩

대방건설은 단순 도급사업에 집중하는 여타 건설사와 달리 시행 계열사들과 연계해, 자금조달부터 사업 추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여왔다. 양주 옥정신도시 3차 노블랜드 에듀포레의 경우에도 시행은 계열사인 디비건설이 맡았고 대방건설은 공사에만 집중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수익성이 월등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방건설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당초 기대했던 수익모델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자금을 차입해 시행사업을 펼치는 계열사는 물론이고, 공사를 진행하는 대방건설까지 공사 대금 문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방건설의 대다수 계열사는 우려할만한 재정건전성을 나타내고 있다. 계열사 대부분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200%를 초과한다. ▲디비건설 3743.3% ▲대방하우징 869.4% ▲대방주택 276.3% ▲디비산업개발 271.0% ▲대방이노베이션 531.2% ▲대방일산디엠시티 332.7%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위에서 열거한 계열사는 그나마 나은 축이다. 부채비율이 무의미한 계열사도 여럿 목격됐다. ▲디비주택 ▲디비종합건설 ▲대방건설동탄 ▲대방덕은 등 지난해 말 기준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이른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만 4곳이다.

계열사들의 심각한 재정건전성은 대방건설 연결 및 개별 재무제표에 커다란 편차를 남겼다. 대방건설의 개별기준 지난해 총차입금은 6096억원에 그친다. 연결 준 총차입금 대비 약 40% 수준이다. 연결기준 25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 역시 개별기준 적용 시 115.1%에 불과하다.

대방건설이 호실적과 별개로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계열사로부터 파생된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대방건설의 별도 기준 공사 미수금은 2018년 2704억원서 지난해 3709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사 선수금은 146억원서 120억원으로 감소했다. 

허약한 체력
부실 전이?

이는 공사 시작 단계서 받은 대금은 줄고, 공사 완료 후에도 제대로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이 많음을 뜻한다. 그나마 분양 선수금은 2018년 1억3300만원서 지난해 44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공사 미수금의 증가폭이 워낙 컸던 관계로 영향력이 상당 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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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