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의도 동네북’ 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버지 이름에 먹칠 ‘쯧쯧’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의 재산 문제가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배우자와 관련한 재산 허위신고, 다주택자 지적 후 자녀에게 증여,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경협테마주 보유 등이다. 이에 여야 모두 김 의원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지난 4·15 총선 출마 당시 아파트 분양권 등 배우자와 관련 재산을 빠뜨리거나 사실과 달리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의원 배우자 임모씨는 2016년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지난 2월 매각했지만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4·15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는 이 분양권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허위신고
편법증여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강남구 일원동과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이 분양권까지 4채를 신고하는 대신 3채만 신고한 것.

매각한 아파트 분양권 대금은 10억원 가량이었지만, 김 의원은 재산 관리를 본인이 안해서 몰랐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에 따르면, 당선 전 김 의원이 등록했던 재산은 58억원이었으나, 최근 분양권 매각 이후 등록한 재산은 67억원으로 크게 늘었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의 배우자 예금이 1억 1000만원이 11억7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또 배우자가 서울 서대문구 상가 263.80㎡ 중 절반인 131.90㎡(5억8500만원 상당)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절반만 신고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행정 실수로 벌어진 일일 뿐 의도를 가지고 숨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재산 문제 때문에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다주택자 지적을 받자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해 구설을 샀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경협테마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김 의원은 부동산 재산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액 30억9700만원),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12억36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32억5000만원)를 신고한 바 있다. 

10억 분양권 누락…20억 아파트 증여도
억대 남북경협주 보유…외통위 이용했나

이에 정치권서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듣게 되자 “선친에게 상속받은 동교동 사저는 박물관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그 외 실거주용 아파트 1채를 제외한 나머지 1채를 지난 4월 이미 매물로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8월 말쯤 김 의원의 “한 채는 팔겠다”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파는 대신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의원의 부인은 2016년 6월25일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2020년 7월14일 그 소유권을 아들에게 이전했다. 증여 시점은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담고 있는 7·10 부동산 대책 발표 나흘 뒤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의원 부부가 취득세 절감까지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8월12일 이 아파트로 새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4억원이나 올리기까지 했다. 이전 세입자와는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새 세입자와는 10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김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리면 안 된다는 ‘전월세 상한제법’에 찬성표를 던진 직후에 알려진 것이라 더욱 반발을 샀다. 

전세값 인상 8일 뒤 김 의원은 ‘보증금·월세 인상 제한법’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전세값을 올려 이득을 본 뒤에야 제한하는 법을 낸 것이다. 게다가 그는 새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맞으면서 자신이 찬성표를 던진 ‘5%룰’을 적용받지는 않았다. 

내로남불
이해충돌

비난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둘째 아들 건강이 좋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월평균 10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이게 안쓰러워 부인이 둘째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대북 철도 테마주’로 알려진 현대로템 주식을 1억원 넘게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사업과 맞물려 주식시장서 주목받은 종목이다. 대표적인 대북철도사업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다. 정부의 대북사업 예산을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이 이런 현대로템 주식을 8718주를 보유한 것.

가액 신고액만 1억3730만8000원에 이른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공직자윤리법(14조의 4)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3000만원을 초과하면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거나 이해당사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직무 관련성 없음’ 판정을 받아야 한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한참 전에 매입한 것으로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조만간 주식을 정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김 의원의 잇딴 재산 논란에 미래통합당 측은 맹비난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팔겠다’던 김홍걸 의원은 최근 강남의 아파트를 둘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한다”며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인상했던 7·10대책 발표 직후에 증여를 했고, 조치가 시행되기 전이라 취득세까지 절감했다고 하니 부동산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여야 합심
비난 폭주

이어 “애당초 지킬 수도 없고, 지킬 마음도 없었던 약속을 ‘쇼’처럼 하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고,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김홍걸 의원, 부디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김대중의 아들로 불리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추악한 탐욕의 행진을 멈춰라”라며 “앞뒤가 다른 이중성이 조국 뺨친다. 돈 앞에서는 최소한의 도덕심도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이희호 여사가 돌아가신 후 유산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희호 여사와 3형제 그리고 증인으로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과 최재천 변호사까지 입회해서 작성하고 날인한 유언장마저 잡아떼며 법대로 하자고 안면몰수했다”며 “돈 앞에 약속과 인륜마저 저버린 막장드라마 자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이 전월세 상한제법에 찬성해놓고도 아들에게 증여한 아파트 전세금은 4억원을 올렸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젠 다주택 매각 약속해놓고도 20대 아들에게 서둘러 증여하는 편법으로 강남 아파트 지키기에 나섰다”며 “수십억 재산이 있는데도 아파트 1채 파는 게 그리 아깝나”라고 꼬집었다.

‘왜 숨기나’ 의문의 재산들
노벨상 상금 두고 골육상쟁

아울러 “돈이 중하고 재산이 좋으면 진보진영 행세하며 정치를 하지 말든가, 진보 행세 정치를 하고 싶으면 돈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든가”라며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쥐고 김여정 비위에 맞춰서 탈북자 때려잡자고 주장하고 싶나”라고 덧붙였다.

여권 인사들도 당황하는 모양새다.
 

▲ 김진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범여권 정당으로 꼽혀온 열린민주당에선 김진애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김홍걸 민주당 의원이 지난 4·15총선 당시 재산신고 내역에 배우자의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지난 2월 매각했던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아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재산은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보좌진이 알 수 없고 공시지가 변화나 주식 실거래가 신고제 전환 외의 현금성 자산 증가는 고의적 누락 의혹의 단초”라며 “김홍걸, 실망이 크다”고 이례적으로 자당 의원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국회의원 3월말 후보 등록 시와 5월말 재산신고 변화를 전수조사하라”고 요구했는데, 페이스북에 추가로 올린 글에선 자신의 재산공개 내역부터 솔선해서 자세히 밝힌 데 이어 “후보재산등록자료와 공직자재산등록자료를 비교하면 국회의원 299명 확인하는 것은 며칠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남긴 서울 동교동 사저와 노벨 평화상 상금 8억원가량을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며 형 김홍업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형제 다툼
논란 가중

이 여사는 ‘사저와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에 활용하고, 이 과정서 나오는 금전은 세 형제가 나누라’고 유언했지만, 김 의원은 이 여사의 친아들이 자기뿐이라는 이유를 들어 “내가 유일한 합법적 상속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대중정부 때부터 김 의원을 둘러싼 생활비 출처 등은 항상 논란이 됐다”며 “김 의원이 자기 재산 형성 과정을 명확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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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