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연예가 만났을 때....

최근 몇 년 동안 연예계에 불어온 골프바람이 거셌다. 40∼50대 중년의 연예인은 물론 20대의 젊은 층까지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2005년부터 연예인 동호회부터 후원사를 낀 연예인 골프구단도 속속 창단되면서 연예인 골프는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의 골프는 톡톡 튀는 개성만큼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왕초보부터 ‘싱글’골퍼를 넘어 프로골퍼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새해를 맞아 골프에 푹 빠져 사는 스타들의 골프스타일을 분석했다. 


‘인간성을 알려면 골프를 함께 쳐보라’는 말이 있다. 골프를 하다보면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깔끔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연예인이지만 골프장에서는 ‘헐크’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OB’를 내거나 퍼트가 빗나가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욕을 내뱉어 간혹 진상(?) 소리를 듣기도 한다.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미남 스타들은 필드에서도 인물값을 톡톡히 한다. 김승우와 한재석, 김재원, 주진모, 현빈, 류시원 등은 매너 좋기로 소문났다. 일단 이들이 골프장에 뜨면 언니(?)들이 난리다. 서로 캐디로 나설 것을 자청하지만 아쉽게도 순번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동반하는 캐디만 ‘땡’ 잡는 날이다.
김승우는 캐디와 장난하거나 얼굴을 기억했다가 이름을 불러 주는 등 자상한 골퍼로 유명하다. 캐디를 비롯해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잘 찍어 줘 인기가 높다.
모 골프장에서 열린 프로암에 참석한 류시원은 캐디의 사진촬영 요청에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어주는 자상함을 발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주진모, 한재석, 김재원은 옆집 오빠 같은 스타일로 캐디들에게 인기가 높다. 친숙한 이미지처럼 성적이 좋지 않아도 화를 내거나 실망하는 법이 거의 없다. 화를 내더라도 미소 ‘한방’이면 다 해결된다.
개그맨은 필드에서도 ‘입’으로 승부한다.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는 미리 배꼽을 놓고 와야 할 정도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한다. 프로골퍼로 전업해 더 유명해진 최홍림과 표영호, 김한국, 김학도 등은 쉴 새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라운드 분위기를 띄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고난 개그혈통 탓에 한번이라도 더 웃겨야 성이 찬다.
여성골퍼 중에는 명세빈과 전지현이 매너 좋기로 소문났다. 평소 이미지처럼 필드에서도 조용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반대로 매너 없기로 낙인찍힌 연예인도 많다. 영화배우 A양과 방송인 B씨, 아나운서 C씨 등은 캐디들이 가장 꺼린다. A양은 마치 공주인 양 하나부터 열까지 받들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티마저도 본인이 꽂지 않고 캐디를 시키는 탓에 골프장에서는 소문이 났다. B씨는 내기골프를 즐겨 신경질적이다. C씨는 처음부터 반말을 내뱉는 탓에 진상으로 통한다.
연예계에는 골프에 푹 빠져 사는 ‘골프홀릭’이 즐비하다. 영화배우 강성진과 가수 박학기는 해박한 골프지식이 전문가 수준이다. 소문난 골프광 박학기는 수십 권의 골프서적을 독파한 것은 물론, 골프중계와 레슨 프로그램 등을 섭렵하면서 준전문가 수준의 이론을 습득해 ‘골프박사’로 통한다.
강성진은 어느 회사에서 어떤 제품이 출시됐는지 줄줄이 꿰고 있다. 물론 신제품이 출시되면 무조건 쳐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동안 골프 장비를 구입하는데 지출한 비용만 1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모 클럽회사의 연예인 골프단 소속이기도 한 강성진은 회사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에게 제품 테스트를 의뢰했을 정도다.
영화배우 한석규는 복습과 예습에 철저하다. 라운드 횟수가 많지 않아 필드에 나갔을 때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교정을 받는다.

본업을 제쳐두고 골프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스타들도 있다. 홍요섭과 유동근, 이경심, 개그맨 서경석 등은 사업에서도 성공한 케이스. 골프용품 수입업체의 홍보이사로 재직 중인 홍요섭은 한국프로골프협회 티칭프로 자격증을 딴 실력파다. 연예계에선 최고수로 통한다.
유동근은 일찍부터 사업에 눈을 돌렸다. 골프장갑과 골프용품 유통업 등을 시작해 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프로골퍼 김창민을 남편으로 맞은 이경심은 골프관련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골프대회의 진행 및 기획, 마케팅 등의 사업을 벌였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이름을 알릴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골프실력도 수준급이다. 보통 여성들이 사용하는 레이디 티가 아닌 화이트 티에서 플레이하는데 평균 스코어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으로 프로수준이다. 개그맨 서경석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크린골프방을 창업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마포에 개업한 후 골프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아지트로 애용되고 있다.
탤런트 김정현과 가수 임창정, 개그맨 이경규는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천재형이다. 김정현은 한때 본업인 연기를 제쳐두고 골프에 푹 빠져 프로테스트까지 도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합격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동료 연예인들은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는 혀를 내두른다. 골프입문 9개월 만에 싱글 핸디캡을 기록했다. 좀 더 일찍 재능을 알았다면 최경주의 후배가 됐을지도 모른다.
임창정의 재능도 영재급이다. 타고난 운동 신경에 워낙 골프를 좋아해 싱글 핸디캡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나 골프가 좋으면 연습장에서 만난 프로골퍼와 결혼까지 해 ‘연애 홀인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프로골퍼 아내와 함께 골프관련 사업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경규의 실력은 ‘신(神)’의 경지다. 모 케이블방송에서 골프방송 진행자로 나설 정도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세만 보면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실제 실력은 80대 초중반이다.
폼은 별로지만 실력은 엄청나다. 한때는 70대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펄펄 날았다고 한다. 드라이버 샷만큼은 여전해 장타를 날린다. 지난 5월 ‘NFL의 스타’ 하인즈 워드와의 장타대결에서도 당당히 승리를 거두었다. 
 
굿 매너의 미남 미녀 탤런트! 입담 좋은 개그맨들!
‘골프홀릭’ 즐비, 이경규 80대, 홍요섭 최고수 공인’

 
탤런트 차광수는 가장 열성적이다. 프로테스트 도전만 5년째 준비 중이다. 열정만 놓고 보면 벌써 합격했어야 했지만 프로의 길은 멀고 험했다. 그러나 포기를 모른다.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탤런트 박상원은 구력으로 밀어붙인다. 워낙에 바쁜 일정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연습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구력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20년이 다 됐지만 평균 스코어는 80대 중후반이다. 필드에서 실수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골프는 구력이라는 말이 딱 맞는 스타일이다.
탤런트 이현경은 부족한 연습을 위해 스크린골프를 선택했다. 골프에 대한 욕심은 누구보다 크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필드에 나갈 여유가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스크린골프다. 일주일에 1∼2번 정도 찾는다.
개그맨 이홍렬은 별명이 ‘만년 100돌이’다. 골프채를 잡은 지 10년 가까이 되지만 연습이 부족해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100타를 수시로 넘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예계에서 이 사람을 빼놓고 골프를 논하면 서운하다. 바로 이한위다. ‘마당발’로 안 끼는 곳이 없다. 각종 연예인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각종 골프행사에서 이한위가 빠지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한위는 골프행사에서는 섭외 ‘O순위’다. 걸쭉한 입담에, 화려한 옷맵시, 완벽한 매너까지. 연예인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골프행사 전문MC’로 나섰어도 성공했을 것이다. 특히 이한위는 외모와는 달리 옷 욕심이 많다. 그래서 한번 ‘필’이 꽂히면 무작정 사들이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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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