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 의사’ 백태

사람 죽여도 성폭행해도 ‘멀쩡’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주로 공무원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진정한 철밥통은 따로 있다. 바로 ‘의사’다. 
 

2018년 5월 한 병원 원장의 의사 자격 박탈이 확정됐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환자를 보고 있었다. 그사이 몇몇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가수 고 신해철에게 위장 수술을 했던 전 스카이병원 강세훈 원장의 이야기다. 

이름만 바꿔…

당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의료법위반죄로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4년 10월 강씨는 신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해 위장관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며칠 정도 병원서 쉬면 퇴원 가능한 정도의 수술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심서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강씨의 과실로 인해 신씨가 사망했다며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봤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 자격을 잃게 된다. 

강씨는 2014년 12월 신씨 사망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렸다. 문제는 이 글에 신씨가 받았던 다른 수술들에 대한 정보까지 들어있던 것.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생존해 있는 사람으로, 2심 재판부는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도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선고 당일 법정 구속했다. 

강씨는 신씨 사망으로 논란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병원 이름만 바꿔 그대로 운영했고, 그 사실이 알려져 폐업한 뒤에는 주로 외국인 환자를 받는 병원으로 새로 개원했다. 

문제는 그 과정서 또 다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해당 병원서 강씨에게 위소매절제술(위축소술)을 받은 호주인이 사망했다. 그러자 강씨는 다시 병원 문을 닫고 페이닥터(월급 받는 의사)로 일했다. 

다른 전문직 아웃될 때
관대한 의료법에 회생

2017년 10월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A씨는 강씨에게 복막염 진단을 받고 10일 사이 3차례 개복 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이후 재수술과 3차 수술이 이어졌다. A씨는 강씨 구속 직후인 2018년 초 대형병원서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만에 사망했다. 

지난해 1월 강씨는 호주인 사망사건, 2013년 10월 30대 여성에게 지방흡입술을 한 뒤 흉터를 남긴 혐의 등으로 금고 1년2월을 받았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구치돼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 징역형과는 달리 노역은 부과되지 않는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 강씨가 집도한 수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상해를 입었다. 그때까지 강씨의 의사 면허는 유지됐다. 2000년까지는 의사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의료법 조항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지난 2000년 사라졌다. 
 

▲ ⓒ문병희 기자

2016년에는 내시경 의사가 수면내시경 검사 과정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준유사강간혐의로 해당 의사에게 징역 2년6월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 정보공개 등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의사 면허는 계속 유지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은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진료비 부당 천구 ▲면허증 대여 ▲제약·의료기기 회사 리베이트 등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다. 

금치산자나 정신질환자,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도 의사 면허 취소 대상이다. 의사 면허 정지 조항도 있긴 하다. 태아 성 감별이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둔 경우다. 면허 정지 처분을 3회 이상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외에는 어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의 효력은 유지된다.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10년간 의료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56조는 헌법재판소서 위헌 판결이 났다.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 등과 비교해 한없이 관대하다. 공무원도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여기에 의사 면허가 취소돼도 재교부가 가능하다. 재교부 승인율은 98%에 이른다. 의사 면허가 종신 면허라는 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55건으로 심사 중인 1건을 제외하면 53건이 승인됐다. 

법 개정 시도 계속 무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기 의원은 “의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는 등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 취소나 취업 제한에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며 “재교부를 평가할 별도의 심의기구 없이 복지부가 자체 재교부 심사를 하고 있어 면허 재교부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의사의 범죄 경력이나 주요 의료사고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사에게 불리한 정보는 환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은 계속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서도 의사 면허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의료사고나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은 의료인의 정보를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재판장

권 의원은 2007년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를 유지한 채 현재 다른 지역서 병원을 운영 중인 사례, 서울서 20년가량 진료한 의사가 2011년 여성을 성폭행하고 위협을 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를 보고 있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개정안에는 ▲특정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취소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 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불사조?


권 의원은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미국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다”며 “의료인 면허를 규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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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