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 의사’ 백태

사람 죽여도 성폭행해도 ‘멀쩡’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주로 공무원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진정한 철밥통은 따로 있다. 바로 ‘의사’다. 
 

2018년 5월 한 병원 원장의 의사 자격 박탈이 확정됐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환자를 보고 있었다. 그사이 몇몇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가수 고 신해철에게 위장 수술을 했던 전 스카이병원 강세훈 원장의 이야기다. 

이름만 바꿔…

당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의료법위반죄로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4년 10월 강씨는 신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해 위장관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며칠 정도 병원서 쉬면 퇴원 가능한 정도의 수술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심서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강씨의 과실로 인해 신씨가 사망했다며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봤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 자격을 잃게 된다. 

강씨는 2014년 12월 신씨 사망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렸다. 문제는 이 글에 신씨가 받았던 다른 수술들에 대한 정보까지 들어있던 것.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생존해 있는 사람으로, 2심 재판부는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도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선고 당일 법정 구속했다. 

강씨는 신씨 사망으로 논란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병원 이름만 바꿔 그대로 운영했고, 그 사실이 알려져 폐업한 뒤에는 주로 외국인 환자를 받는 병원으로 새로 개원했다. 

문제는 그 과정서 또 다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해당 병원서 강씨에게 위소매절제술(위축소술)을 받은 호주인이 사망했다. 그러자 강씨는 다시 병원 문을 닫고 페이닥터(월급 받는 의사)로 일했다. 

다른 전문직 아웃될 때
관대한 의료법에 회생

2017년 10월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A씨는 강씨에게 복막염 진단을 받고 10일 사이 3차례 개복 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이후 재수술과 3차 수술이 이어졌다. A씨는 강씨 구속 직후인 2018년 초 대형병원서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만에 사망했다. 

지난해 1월 강씨는 호주인 사망사건, 2013년 10월 30대 여성에게 지방흡입술을 한 뒤 흉터를 남긴 혐의 등으로 금고 1년2월을 받았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구치돼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 징역형과는 달리 노역은 부과되지 않는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 강씨가 집도한 수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상해를 입었다. 그때까지 강씨의 의사 면허는 유지됐다. 2000년까지는 의사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의료법 조항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지난 2000년 사라졌다. 
 

▲ ⓒ문병희 기자

2016년에는 내시경 의사가 수면내시경 검사 과정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준유사강간혐의로 해당 의사에게 징역 2년6월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 정보공개 등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의사 면허는 계속 유지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은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진료비 부당 천구 ▲면허증 대여 ▲제약·의료기기 회사 리베이트 등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다. 

금치산자나 정신질환자,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도 의사 면허 취소 대상이다. 의사 면허 정지 조항도 있긴 하다. 태아 성 감별이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둔 경우다. 면허 정지 처분을 3회 이상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외에는 어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의 효력은 유지된다.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10년간 의료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56조는 헌법재판소서 위헌 판결이 났다.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 등과 비교해 한없이 관대하다. 공무원도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여기에 의사 면허가 취소돼도 재교부가 가능하다. 재교부 승인율은 98%에 이른다. 의사 면허가 종신 면허라는 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55건으로 심사 중인 1건을 제외하면 53건이 승인됐다. 

법 개정 시도 계속 무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기 의원은 “의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는 등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 취소나 취업 제한에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며 “재교부를 평가할 별도의 심의기구 없이 복지부가 자체 재교부 심사를 하고 있어 면허 재교부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의사의 범죄 경력이나 주요 의료사고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사에게 불리한 정보는 환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은 계속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서도 의사 면허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의료사고나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은 의료인의 정보를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재판장

권 의원은 2007년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를 유지한 채 현재 다른 지역서 병원을 운영 중인 사례, 서울서 20년가량 진료한 의사가 2011년 여성을 성폭행하고 위협을 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를 보고 있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개정안에는 ▲특정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취소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 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불사조?


권 의원은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미국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다”며 “의료인 면허를 규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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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