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왕따돌’로 전락한 ‘티아라 사태’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6 10: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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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당한 거 소문나면 또 ‘왕따’ 당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걸그룹 ‘티아라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한 주 연예계는 티아라 멤버의 ‘왕따 파문’ ‘일진설’ 등으로 떠들썩했다. 멤버 가운데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일본 부도칸 공연에 부상으로 빠진 데 대해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티아라 소속사 측은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해결’이 아닌 ‘퇴출’을 선택한 소속사의 태도에 팬들은 분노했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콩쥐 심리’에 기인한 대중들이 상대적 약자인 화영에게 급격히 몰리면서 나머지 멤버들과 김광수 대표는 거대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기도 어려워 보인다. 과연 이 사건의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조건없이 해지한다.”

소속사 김광수 대표의 공식 입장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팬들은 화영의 왕따증거 뿐 아니라 화영을 앞장서서 괴롭혔다고 추정되는 멤버의 과거행적을 모으는가 하면 멤버들의 과거 사진을 놓고 때 아닌 성형 의혹을 제기하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티아라에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 카페는 사흘 만에 회원이 30만 명을 돌파했고 티아라 공식 팬카페는 폐쇄됐다. 팬들은 나머지 멤버들의 방송 하차 요구 및 콘서트 보이콧, 광고 중단, 해체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티아라 그룹 자체의 존폐위기를 흔들고 있다.

김광수 대표
이면에 숨은 ‘칼’

화영은 약 20여개월 전 티아라에 뒤늦게 합류한 막내다. 김 대표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발표 후 화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진실 없는 사실들”이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해당글이 논란이 되자 김 대표는 갑자기 “그간 화영이 돌발행동을 수십 차례 해왔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화영은 그간 뮤직뱅크에서 뿐만 아니라 수십 가지 사건을 일으켜 왔다”며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화영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뜻 깊은(?)의중을 밝혔다. 그는 또 “화영이가 트위터에 남기는 말들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김 대표의 이중적 모습을 강하게 질타했다. 일방적으로 화영과의 계약을 해지했으면서 “보호해주고 싶다”라고 한 이중적인 태도 이면에 숨은 칼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돌출행동을 보였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제기되고 있는 왕따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 등에 대한 진실을 분명히 밝히려는 노력도 없이 말이다. 사태가 커지자 김 대표가 화영을 위해주는 척, 이미 화영의 책임으로 모조리 전가해 놓은 까닭에 더더욱 그렇다.

한 네티즌은 김 대표의 잇따른 입장발표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왕따 피해를 힘겹게 견뎌온 화영이 고작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한 마디를 보고 대표라는 사람이 쏟아낸 말은 과연 그가 한국을 대표할 엔터테인먼트 사업 종사자인지 의구심이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라며 “그것은 화영이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일을 공개하면 연예계에 영원히 발 못 붙이게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밖에 안 들린다”고 비난했다.

과거 들쑤시는
본격적인 계기

그렇다면 화영은 실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일까. ‘티진요’ 카페에는 화영 왕따의 배경이 되는 증거자료들이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티아라의 단독콘서트였다.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다리 부상을 이유로 공연에서 빠진 뒤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의지의 차이. 우리 모두 의지를 갖고 파이팅’(효민)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은정) ‘의지의 차이^^ 개념 있게. 항상 겸손하기. 연기천재 박수를 드려요’(지연)라고 쓰고 화영이 다시 ‘때로는 의지만으로 무리일 때가 있다’고 맞받은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의 글을 모아 퍼 나르면서 “부상으로 무대에 못 오른 화영이 다른 멤버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당한 정황”이라며 ‘화영 왕따설’을 제기했다. 이후 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소름 끼치는 화영 왕따 증거’라며 영상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화영이 다른 멤버들과 떨어져 서 있는 방송 캡처 화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은정이 화영에게 떡을 억지로 먹이고 있는 듯한 방송 캡처 화면, 한 국내 TV프로그램에서 화영이 다른 멤버로부터 면박을 당하는 듯한 장면 사진 등이 ‘추가 왕따 증거’로 올라왔다.

화영 왕따 증거 ‘눈 찌르기, 험담하기, 떨어뜨린 사탕까지…’
재점화 되는 ‘효민 일진설·소연 불륜설·지연 몸캠설’실체는?

그 밖에 음악방송에서 화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만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지연이 화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촬영 중 사탕이 떨어지자 소연이 떨어진 사탕을 화영에게 주는 모습 등도 평소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화영 왕따설은 그간 별 스캔들 없던 티아라의 과거를 들쑤시는 본격적인 계기로도 작용했다. 그 중 하나가 효민의 학창시절 ‘일진설’이다.

해당 게시물을 살펴보면 효민이 K여자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폭력사건에 휘말려 M중학교로 이전퇴학을 당했다면서 효민의 일진설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거론됐다.

특히 효민은 K여중 재학 시절 불량 서클에 가입해 다른 서클 학생들과 ‘노예팅’ ‘키스타임’ ‘일락(일일 락카페)’ 등에 참여했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술렁이고 있다. 이외에도 지연의 음란동영상 촬영설, 소연 불륜설 등 루머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다른 멤버 은정도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우증권은 회사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은정을 더 이상 광고모델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전의경 메인 화면에 걸려있던 홍보대사 은정의 사진은 그룹 f(x) 멤버 크리스탈로 교체됐다.

이뿐만 아니다. 배우 이장우와 가상부부로 출연 중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3>를 비롯 SBS에서 방영예정인 드라마 <다섯손가락> 공식 홈페이지에는 은정을 하차시키라는 시청자 불만 글로 도배됐다.

아이돌그룹 왕따
실제로 존재

아이돌 걸그룹이 왕따설에 휘말린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라 박규리와 니콜, 원더걸스 전 멤버 선미, 애프터스쿨 유이 소영, 시크릿 선화도 이런 소동을 겪었다. 이번 사태처럼 확산되진 않았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흘러나오는 게 걸그룹 멤버들의 왕따설이었다.

그렇다면 걸그룹 왕따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연예계 안팎에선 “카메라 앞에서는 해맑게 웃으며 우정을 과시하지만, 실제로 걸그룹 왕따는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초 슈퍼주니어의 멤버 예성이 “멤버들끼리 우애가 좋지 않은 팀이 99%”라고 폭로(?)한 것과 은혁이 “멤버들끼리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팀은 별로 없다”라고 말한 것은 아이돌 그룹의 이같은 ‘현실’을 증언한다.

원조 걸그룹 주얼리 멤버였던 서인영은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주얼리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충격고백 하기도 했다. 서인영은 “멤버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안 받아주고 나중에는 인사를 안 한다고 혼내더라”고 회고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돌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멤버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 “인기가 올라갈수록, 멤버 사이의 소득 격차가 클수록, 여성들만 모인 걸그룹일수록 이런 갈등이 왕따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돌그룹과 왕따의 불편한 진실…“99%가 따돌림 존재”
김광수 대표가 ‘티아라 사태’의 가장 큰 원인 만들었다 ‘왜?’

특히 수년간 연습생으로 고생한 뒤 데뷔한 기존 멤버와 뒤늦게 합류해 곧바로 데뷔한 신참 멤버의 공존은 사소한 일도 갈등으로 번지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공교롭게도 화영 역시 뒤 늦게 티아라에 합류한 멤버였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걸그룹의 태생적 구조적인 특성상 갈등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학교나 직장 심지어 군대에서도 왕따가 존재하는데 이미지를 먹고사는 걸그룹에게만 깨끗함을 요구하는 것은 팬들의 지나친 환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티아라 역시 멤버들의 따돌림 행적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그보다는 그들을 관리 못한 기획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10대 후반~20대 중반까지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멤버들을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한 김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  

한 연예 관계자는 “멤버들의 포메이션 관계없이 머릿수만 늘리는 기획사 대표가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다. 일부 멤버들은 연기로 돌리느라 자꾸 결원이 생기는데 땜빵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꾸 티아라 멤버를 충원한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충원 후 멤버 내부의 트러블은 곪고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하면서 빡빡한 스케줄만 감행 한 게 이번 사태의 큰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 역시 김 대표의 사태수습 결정 오류를 꼬집었다. 그는 “고질적인 학교폭력 처리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게 흥미롭다”며 “‘너한테도 책임이 있잖아. 일 크게 만들면 너만 더 힘들어. 일단 최대한 조용히 전학수속 밟아 줄 테니까 가서도 외부에 학교 얘기 하지 말고. 너 왕따 당한 거 소문나면 또 왕따 당한다’라는 식이다”라고 비꼬았다.
 
왕따의 악몽은
티아라의 몫으로

지난 2009년 7월 말 보람, 큐리, 은정, 소연, 효민, 지연 등 6명이 팀을 이뤄 데뷔한 티아라는 지난 2010년 7월 화영의 합류를 공식 발표했고, 화영은 그해 12월 ‘야야야’ 활동을 통해 티아라 멤버로 정식 활동했다.

이후 ‘롤리폴리’ ‘러비더비’ ‘Day by day’등 수많은 히트곡을 낳으며 최고의 걸그룹으로 승승장구 했다. 한편의 동화 같은 인기를 누리던 티아라는 이번 왕따 사태로 인해 비호감 왕따돌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걸그룹은 곧 이미지’라는 공식을 깜빡 잊은 김 대표가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떠나는 화영이 향후 티아라의 존폐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존폐여탈권은 수 많은 대중이 화영의 손에 쥐어준 것이다. 

국내 공영방송 주요 음악프로그램 PD들도 “향후 티아라 출연 섭외는 안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왕따’의 악몽은 화영의 것이 아니라 티아라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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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