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함수가 복잡하다.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자체 과반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등 군소정당들은 양당 사이서 세력 확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총선 결과는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130석을 두고 벌이는 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민주당은) 제1당이 돼야 한다”며 130석 이상 이길 것 같다는 예상을 내놨다.
옛 영광
재현할까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지금 사태는 과거 여당들이 총선을 맞이해 선거를 치렀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며 “그런 측면서 봤을 때 통합당이 이번 선거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과반과 130석이지만, 두 총선 감독의 말은 결과적으로 같다. 이 대표가 주장한 130석에 더불어시민당(이하 더시민당)의 의석 수가 합쳐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메시지서 “어쩌면 16년 만에 과반을 넘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에 열린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은 과반인 152석 확보에 성공하며 제1당마저 차지했는데 그 시절의 재현을 언급한 것이다.
양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결국 한 개의 정당, 또는 두 정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양당의 감독은 왜 과반을 언급한 것일까.
통상 선거판에선 의석 수와 관련해 두 가지 전략이 존재한다. 하나는 당내 싱크탱크서 예상한 의석 수보다 적게 말하는 것. 유권자들에게는 자만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자당 후보들에게는 방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싱크탱크서 예상한 의석 수보다 부풀려서 말하는 전략이다. 이는 상대를 속이는 이른바 ‘연막작전’인 셈이다. 불리한 상황을 모두 알리면 기세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바람이라는 정치권의 속설은 이를 의미한다.
양당은 지난 8일 자체 의석 수 전망을 내놨다(비례대표 의석 47개 제외). 민주당은 지역구 253개 의석 중 130석+α를 전망했다. 통합당은 110∼130석 사이를 예상했다.
앞서 양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예상 지역구 의석 수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의 예상은 130석, 통합당의 예상은 124∼130석이었다. 당시보다 민주당은 긍정적으로, 통합당은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민주당·통합당 과반 자신…진짜?
심판론→탄핵론, 계획은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 민주당서 내세운 ‘정부·여당 지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수도권은 물론 그동안 야당이 강세를 보여 왔던 부산·경남(PK), 강원도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승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통합당은 수도권 7∼8곳에서 보였던 우세가 경합 또는 경합 열세로 바뀌면서 당초 목표치를 낮췄다. 이는 최근 통합당 후보들이 보인 막말 논란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일 토론회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해 파장을 낳았다.
황 대표 이외에도 김대호 후보는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없다”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등의 말로 세대비하 논란을 불러왔다. 차명진 후보는 토론회 도중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해 3자 성관계를 뜻하는 단어를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통합당 선대위는 고개를 숙였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한 점에 정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통합당이 21대 국회서 하려던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정권 심판론’은 이번 총선서 통합당이 내건 핵심 프레임이다. 통합당은 이를 통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해 과반 이상을 확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권이 추진하려던 정책들의 입법화에 제동을 걸어 21대 국회를 주도하려 했다.
‘탄핵’은 통합당의 궁극적인 목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통합당은 곧바로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을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이 해당 의혹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에서다.
지원론
심판론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지금은 우리가 소수당이어서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추진이 되지 않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탄핵론은 비단 문 대통령만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야권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추 장관의 탄핵 추진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은 추 장관의 탄핵소추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바 있다.
두 정당은 추 장관이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한 검찰 간부들을 의도적으로 전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의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반면, 민주당의 과반은 문재인정부의 순항을 의미한다. 집권 후반기에 나타나는 레임덕 증상도 무난히 넘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친문’의 힘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과반 또는 1당에 오른다면, 지난 20대 총선부터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이다. 이는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 문재인)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는 친문 권력의 연장이냐, ‘비문’ 반격의 서막이냐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역시 이번 총선 결과로 운명이 결정된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대통령 친위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수처법을 되돌리고,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리고, 반시장 경제를 되돌려놓기 위해서라도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민주당이 과반을 넘으면, 통합당 입장서 공수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어려워진다. 공수처는 오는 7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지난 9일 지원유세장서 “이 사람(조국 전 장관)은 대한민국 자유경제 질서 속에서 자기가 향유할 건 다 향유하면서 본인 스스로 뭐라고 하는가. 사회주의자라고 얘기한다”며 “(문)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아무 소리 안하는 게 민주당 의원이다. 이런 거수기가 다수를 이루면 대한민국 미래가 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운명도…
결국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의 대결이다. 지난 9일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통합당에 국회의장을 내주면 안 된다. 문재인정부의 발목을 잡아 국정 혼란을 일으키고 정권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20대 국회 후반기, 자당 출신 국회의장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 과정서 통합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진행을 매우 편파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27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문 의장을 막기 위해 의장석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처리를 막지 못했다.
국회의장은 국내 의전서열 2위로 정치적 비중은 물론 권력도 막강하다. 국회법 제10조서 규정하는 국회의장의 권력은 크게 네 가지다. ▲국회의 대표자 ▲원활한 회의 운영을 위한 의사정리권 ▲회기 중 국회 안에서 경호권 행사 등 회의장 질서유지권 ▲국회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 사무 감독권이 그것이다.
여기서 의사정리권이 핵심이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휴회, 휴회 중 본회의 재개, 본회의 개의 시간 변경, 의사정족수 미달 시 본회의 중지 또는 산회 선포, 예산안과 결산의 심사기간 지정,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등을 의사정리권을 사용해 행사한다.
국회의장은 중립의 입장서 초당적으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으로 당선되면 당적도 내려놓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장이 정당의 이해관계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매 국회 때마다 제기되는 실정이다.
여기서 함수가 복잡해진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장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15조는 국회의장의 선출 요건으로 재적의원 과반 투표를 명시한다. 민주당·통합당 중 어느 한쪽이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 결국 군소정당과의 연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1당과 2당의 의석 수 차이도 중요한 이유다.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등 군소정당에게는 기회다. 만약 이들 군소정당이 이번 총선서 의미 있는 의석 수를 기록한다면 국회의장 선거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선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민생당 등이 범여권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을 차지하라!
공수처·조국 운명도…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듦으로써 정의당과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정의당이 거대양당과 손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당보다는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함께하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도 민주당과의 의석 수 격차가 크다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통합당이 수도권 등에서 의미 있는 의석 수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다.
통합당은 제1당을 차지하고도 국회의장직을 뺏기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16대 총선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은 전체 273석 중 133석으로 1당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당시 야당이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은 115석에 그쳤다.
새천년민주당은 자민련과 민주국민당, 무소속 의원 등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에 새천년민주당은 이들 정당들과 연대해 자당의 이만섭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시켰다. 한나라당의 서청원 의원은 소속 정당이 1당임에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17석의 자민련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한 결과였다.
판세는 안갯속을 헤맨다. 총선 이후에도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거대양당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통합당은 자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친문 정통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시민당이 문재인정부의 두 날개라고 공언했다. 손혜원·김의겸·최강욱 등 친문 인사들이 속한 열린민주당을 배제한 발언이다. 또 이 대표는 탈당자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통합당 역시 자당을 떠난 무소속 후보를 다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선대위 회의서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무소속 후보는) 영구 입당을 불허하고, 무소속 후보를 돕는 당원도 해당행위로 중징계를 내리겠다. 엄중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소정당
몸값 올라
실제 총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을까. 만약 두 정당의 의석 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오히려 열린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몸값은 ‘금값’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정치권 안팎서 나온다.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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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적인가? 아군인가? 김종인 리스크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또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상봉터미널 팔각정 앞에서 진행된 지원유세서 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도록 ‘민주당’ 후보자들을 많이 국회에 보내주면 현재 문재인정부의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선대위원장이 민주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 위원장의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일 김 위원장은 국립 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던 중 ‘민’을 썼다가 지우고 ‘미래통합당’으로 고쳐 썼다. 민주당을 쓰다가 급히 고쳐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3일 인천을 방문했을 때엔 “우리 ‘통합민’, 통합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만…”이라고 말했다. ‘통합민’은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을 연상시킨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