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에 놀아난 손석희 미스터리

단순 협박에 돈을 줬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박사조주빈의 협박에 1000만원대 돈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서 신뢰받고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인 손 사장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남성에게 휘둘린 것이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으로 꼽힌다. <시사저널>‘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서 손 사장은 무려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목률은 72.1%에 이른다. 2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6.4%), 3위 유시민 작가(3.4%) 등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사실상 대항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언론인
사기 피해자?

2013916JTBC서 첫 메인뉴스를 진행한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보도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PC’ 보도를 이끌며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JTBC가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뢰도·영향력 조사서 2017년과 2018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손 사장의 존재감이 있다.

그는 지난 1JTBC 신년특집 토론을 끝으로 <뉴스룸> 앵커직서 물러났다. 손 사장은 저의 뉴스 진행도 오늘로 마지막이 됐다그동안 지켜봐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JTBC 기자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여기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뉴스를 맺었다.

총선 출마설, MBC 사장 지원설 등 풍문이 떠돌았지만 손 사장은 JTBC 사장으로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지금 돌고 있는 지라시가 대부분 음해용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며 타사 이적설도 도는데 나는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대중의 시야서 사라졌던 손 사장이 엉뚱한 곳에서 언급됐다. 성 착취 불법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조주빈이 경찰 포토라인서 손 사장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렘에 N번방, 박사방 등이 생겨났다. 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사람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이른바 N번방이나 박사방 등에서 판매하는 엽기적인 성 착취 행각을 벌였다.

조주빈은 박사방의 운영자 박사였다.

경찰 포토라인서 나온 이름
실시간 검색어 뜨고 추측 폭발

지난 17일 박사방의 박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에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두 청원에는 각각 262만명, 191만명(26일 기준) 450여만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및 피의자 가족·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밝혔다.
 

▲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을 25일 오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8시께 경찰서를 나선 조주빈의 얼굴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목에 보호대를 차고 머리에는 밴드를 붙인 채였다. 그는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놀란
박사의 발언

이 과정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조주빈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피해자들한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조주빈의 말은 경찰조차 예상치 못한 돌발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의 발언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손석희’ ‘윤장현’ ‘김웅’이 올라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이 3명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은 조주빈이 언급한 3명이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피해사실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김 기자를 각기 다른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 중이라며 이분들이 어떤 동영상을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과는 무관하고, 조주빈이 연관된 다른 사건과 관계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조주빈과 손 사장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손 사장이 조주빈에게 협박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누리꾼들의 궁금증은 증폭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JTBC손 사장이 조주빈의 금품 요구에 응한 사실이 있고, 이는 증거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에 따르면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이어 손 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 기자가 손 사장과 그의 가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선생과 사장
친분 과시해

이 과정서 조주빈은 김웅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한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제시했다.

텔레그램에는 김웅 기자가 손 사장이나 가족들을 해치기 위해 자신(조주빈)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있어 수사하던 경찰조차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고 한다.

JTBC손 사장의 가족들은 태블릿PC 보도 이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은 바 있어 불안에 떨었고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텔레그램 N번방 대화 내용

손 사장은 조주빈에게 주장이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 그러자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손 사장은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는 것. 이후 조주빈은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했다 검거됐다.

JTBC“(손 사장은)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김웅 기자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론보도를 통해 조주빈이 과거 텔레그램 대화방서 손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주빈의 과거 대화내용에 따르면 그는 내가 손석희랑은 형 동생 하거든. 말은 서로 높이는데’ ‘(손석희와) 서로 이름을 아는 사이다. 나는 손 선생이라 부르고 그는 나를 박 사장이라고 부른다등의 발언을 했다.

“증거 확보하려 돈 줬다” 
공식 입장에도 의문 남아

대화방에 있던 다른 참여자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통화(녹음한 것) 깔까? 진짜인데. 전화는 내가 심심하면 목소리 들려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사적인 것이라 이야기는 못하는데 과천 주차장에 있는 CCTV와 블랙박스를 제거한 사람이 나라고도 주장했다.

조주빈이 언급한 과천 주차장은 손 사장이 2017416일 접촉사고를 낸 사건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과천시의 한 주차장서 차량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손 사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조주빈이 손 사장을 언급한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주빈이 손 사장의 실명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성착취 범죄라는 초점을 벗어나려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26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아마도 유치장 안에서 본인(조주빈)이 조만간 포토라인에 설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라며 “신상공개가 의논되고 있다고 경찰도 알려줬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이어 그랬을 때 지금 수많은 카메라가 자기를 주목하는데 무슨 얘기를 해야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지, 좀 괜찮아 보이는지, 본질은 파렴치범인데, 비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모습을 가릴 수 있을지,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을지, 아마 이런 것을 연구한 것 같다고 전했다.

“너희와 달라”
의도한 발언?

이 교수는 이런 사람들(손석희 등)을 언급하면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무슨 정치적 이슈가 아닌가, 정치적인 탄압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잘못된 의심을 만들면서 사실은 비난 가능성의 방향을 틀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나는 지질한 파렴치범이 아니야’ ‘노는 물이 달라이런 걸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한 건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그렇게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웅 재판 출석 손석희의 증언“36년 언론생활 끝이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5일 과거 차량 접촉사고 등을 기사화하겠다며 자신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웅 기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기자는 2018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손 사장에게 ‘2017년 차 사고를 기사화하겠다’ ‘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채용과 24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날 뜯어 먹으려는
사람 이렇게 많나?”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 사장은 검사와 김웅 기자 측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한편 지난 시간 동안 제 가족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2017416일 주차장서 있었던 일 때문에 나비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계 생활 36년을 이렇게 마무리 하게 될 줄(몰랐다)”“(김 기자와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서로 속이 끓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나란 사람한테, 내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이렇게 뜯어 먹으려는 사람이 많나. 오늘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많은가?”라며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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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