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 조주빈과 공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4:31:49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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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잡아 성노예처럼…주도면밀 짬짜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은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성 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돈을 받고 배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결국 포토라인에 섰다. <일요시사>는 조주빈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추려봤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및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주범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주빈과 공범들에 대해 파헤쳐봤다.

박사 조주빈

조주빈은 주로 불법 사이트를 통해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신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박사방 피해자 가운데에는 한 가수의 팬클럽 커뮤니티 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이 될 만한 개인정보를 모은 뒤 “내가 너의 정보를 알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얼굴 사진, 춤 동영상 등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영상은 피해자들의 또 다른 약점이 됐고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가해자들은 “이것만 하면 탈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했다. 익히 알려진 가학적인 영상들은 이 과정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창시자 갓갓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대화방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8번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N번방이라고 불렀다.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면서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범죄 대상을 찾는 주 활동 범위는 트위터였다. 주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는 미성년자들로 이들의 계정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방식이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N번방 권한을 모두 ‘와치맨’에게 넘기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갓갓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서 조주빈을 검거한 사례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경찰 수사에 난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진 갓갓이 좁혀지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갓갓과 관련한 수사 상황 공개를 꺼리는 배경 중 하나다.

피해자 절박한 이용 협박
“부모에게 알리겠다” 엄포

이들 운영자 가운데 현재 갓갓만 유일하게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여러 지방경찰청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16일 조주빈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수사가 꽤 진행된 반면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갓갓은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추적 중이다.

갓갓이 체포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가 복귀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와치맨에 따르면 갓갓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갓갓의 복귀를 말하는 이들은 그가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텔레그램에 복귀해 N번방을 다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진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설계자 와치맨


갓갓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았던 인물은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로 밝혀졌다. 전씨는 그간 N번방의 창시자 갓갓으로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을 승계해 운영한 인물이자,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보다 이 바닥서 먼저 이름을 떨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각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와치맨은 단순히 갓갓의 하수인 내지는 매니저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와치맨은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에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인물이다.(순서로 따지자면)와치맨이 먼저고, 갓갓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 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이라는 수면 밑 세계로 끌어내린 일종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작성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각종 성 착취 영상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트위터 등 SNS로 옮겨갔다가, 더 은밀한 공간인 텔레그램으로 스며들었다. 텔레그램 비밀방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활성화를 시킨 것이 바로 전씨라는 설명이다.

전씨의 첫 번째 범행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씨는 지난 2016년 8월29일부터 2017년 5월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란물 공유
유사한 수법 이용해 동영상 제작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전씨는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음란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후계자 켈리

지난 2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음란물을 재판매해 2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켈리’인 신모(32)씨를 구속했다. 신모씨는 2018년 1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가운데 2590여개를 판 혐의를 받았다.

신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각 3년간의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신씨가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행위는 죄질이 중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최근 비판을 받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시초인 N번방을 운영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켈리라는 닉네임으로 N번방을 운영했다.

그동안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는 와치맨(전모씨)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신씨가 N번방을 물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신모씨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리대장태범

강원지방경찰청은 갓갓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아 10대 후반의 주범 등 4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후반인 주범의 닉네임은 ‘로리대장태범’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 이 중 일부 음란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중생 3명으로,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성 착취 영상을 찍은 뒤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로리대장태범이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조주빈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로리대장태범은 지난해 11월 갓갓이 잠적한 이후 N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성 착취 동영상 제작과 음란물 유포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중단됐다.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의 공범 의혹을 받는 현직 공무원은 경남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A(30)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A씨는 2016년 1월 임용된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A씨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여러 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애초 조주빈에게 돈을 주고 동영상을 받아보는 유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이후 회원 모집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거제시의 다른 공무원들은 “구속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 연루됐는지 몰랐다”며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이어서 무던하게 일을 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력자 공무원

지난 25일 거제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경 A씨가 서울에 경찰조사를 받으러 간 뒤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쯤 거제시 관계자가 A씨 부모에게 전화한 뒤 구속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거제시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A씨가 형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통보 받고 직위해제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11월 초에 서울서 형사 2명이 내려왔고, 며칠 뒤 A씨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구속되지 않고 다시 출근해 1월에 다시 경찰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우리는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감사실서 A씨와 관련한 경찰 문서를 보니 ‘동영상 관련’이라고 적혀 있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재판을 통해 A씨의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초 같은’ 음란물 성지 계보 
소라넷, AV스눕, 빨간방…

과거에도 N번방과 음란물 관련 범죄는 존재했다.

소라넷은 몰카, 보복성 불법 촬영물, 집단 성관계 영상 등 불법음란물을 공유하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다. 1999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회원 수만 100만여명. 2016년 6월6일 폐쇄되기 전까지 이곳은 17년간 음란물의 ‘성지’로 통했다. 이용자들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로, 소라넷 접속을 위한 IP주소가 공지된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인원은 10만명이 넘었다.

소라넷이 위기를 맞자 AV스눕이 제2의 소라넷으로 급부상했다. AV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를 뜻하는 이 사이트는 회원수가 121만명에 미성년자 촬영물을 포함, 게시 음란물만 46만건에 달했다.

소라넷이 사라지자 절정기를 맞았다가 결국 경찰의 적발로 2017년 폐쇄됐다.

꿀밤은 2013년 소라넷을 본떠 만든 사이트다. 소라넷 폐쇄 후 회원 수가 4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꿀밤 운영자는 회원들을 상대로 총 5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음란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 사진까지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다.

이후 카카오톡 단톡방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빨간방’이 생겼다. ‘평경장’으로 불리는 남성이 주도하는 빨간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평경장의 카카오톡 아이디에 말을 걸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빨간방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 경로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고, 화면 인증을 거친 후 여성의 경우 상체를 탈의한 사진을 보내야 한다. 

이후 인증 절차가 끝난 후 평경장은 성비와 대화방 참여인원수를 고려해 빨간방 오픈채팅방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준다. 또 입장과 동시에 갱뱅, 초대남 이벤트, 기프티콘 나눔, 프로젝트 등을 키워드 알람할 것을 지시한다. 

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여가부를 비롯해 수사기관이 N번방을 신종 범죄로 칭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골든타임을 여러 번 지나치고도 책임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라넷뿐 아니라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카카오톡 ‘빨간방’ 등의 사건이 끊임없었다”며 “정부는 그때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N번방 등장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N번방을 신종 디지털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10년 전에는 없었던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범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텔레그램 플랫폼 특성상 범죄자들의 범행 은폐·도주 속도가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비해 빨라졌다”며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들이 협업하겠다”고 해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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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