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드라마 속 ‘골드미스터’에 대한 생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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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인기라지만 현실성은 없는 걸로~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 대에 1~2억원이 훌쩍 넘는 고급 외제차 ‘베티’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여자친구에게 수백만원이 넘는 구두도 거리낌 없이 사준다. 단짝 친구들과 VIP 술집에서 고급 위스키를 나누며 일상을 즐기고, 수억원이 넘는 여자친구의 빚도 조건 없이 갚아준다. 최근 외모, 경제력, 실력 등 성공의 조건을 골고루 갖춘 골드미스터의 사랑과 일상을 다룬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인기다. 그러나 이들은 ‘꽃중년 신드롬’을 낳으며 남성의 판타지를 한껏 자극한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현실성은 그다지 갖추지 않은 듯하다.

주말 밤만 되면 41살의 노총각 손모씨는 TV 앞자리가 불편하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하는 이른바 ‘꽃중년’들과 자신의 삶에 큰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

주인공 김도진(장동건), 임태산(김수로), 최윤(김민종), 이정록(이종혁)은 성공가도의 40대 초반 남자들로 직업 역시 잘나가는 건축사와 변호사, 카페 사장 등이다.

이들은 40대지만 20대 못지않은 로맨스를 즐기고 외모, 스타일, 재력 어디하나 빠지는 것 없이 독신생활을 맘껏 즐긴다. 한때 유행했던 ‘골드미스’의 남성버전인 셈.

환상 속 드라마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0~40대 남성 직장인들 대부분이 ‘골드미스터’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심지어 이런 드라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3040 미혼남성 직장인 355명을 대상으로 ‘골드미스터 여부’에 대해서 설문한 결과, 80.8%가 ‘골드미스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 골드미스터가 아니라서 스트레스를 받는 응답자는 46.3%나 됐다.

직장인 이모(36·남)씨는 “10년 전만해도 10년 후의 내 삶이 드라마에서 비추어지는 모습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겠다는 환상을 가졌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나이는 먹고, 꿈 많던 대학시절의 동경과 환상은 현실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5·남)씨도 “모든 40대 중년남자들이 저렇게 화려하고 부유하거나, 또는 하루하루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의 중심에서 살고 있진 않은데”라며 “왠지 이건 보는 사람들에게 40대 남자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진 않을까, 또는 지금 이미 40대 초반이지만 난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하게 될까 하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동차, 소유 자산 등을 비교할 때’(44.4%,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39.8%), ‘성공한 골드미스터 이야기를 들을 때’(31.6%),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29.3%), ‘사람들이 골드미스터로 착각하며 대할 때’(15%), ‘업무능력, 성과를 비교할 때’(14.3%), ‘이직을 결심했을 때’(14.3%), ‘시도 때도 없이 항상’(12.8%) 등이 있었다.

30~40대 남성 직장인…꽃 중년 아니라 스트레스
“자동차, 소유 자산 등을 비교할 때 제일 피곤해” 

직장인 기모(32·남)씨는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지만, 연봉은 뻔하고 부모님에게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 모두 욕심이 돼버리는 것 같다”며 “주변에 탄탄대로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만 하고 ‘난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자책하다 결국 술로 마무리하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으로는 ‘친지, 가족’(25.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외에도 ‘동호회 등 각종 모임’(19.5%), ‘친구’(17.3%), ‘직장 동료’(15.8%) 등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겪는 직장인은 74.4%였으며, ‘무기력증’(33.3%,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대인기피’(21.2%), ‘두통’(21.2%), ‘우울증’(19.2%), ‘체중증가’(15.2%), ‘위염’(10.1%), ‘탈모’(10.1%), ‘피부 트러블’(10.1%)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38.7%는 골드미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 노력으로 ‘자기계발을 한다’(25.2%)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업무 능력을 키운다’(20.7%), ‘재테크를 열심히 한다’(16.2%), ‘이직을 준비한다’(13.5%), ‘외모관리를 한다’(9.9%), ‘인맥을 쌓는다’(6.3%) ‘학업을 계속한다’(5.4%) 등의 응답이 있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

현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본인이 골드미스터가 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평균 ‘40%’가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아니라서 스트레스 받고 있지만 언젠간 ‘나도 가능성 있다’며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50%’(22.3%), ‘10%’(18.4%), ‘20%’(16.3%), ‘30%’(14.3%), ‘100%’(8.2%) 등의 순이었다.

직장인 박모(31·남)씨는 “아직은 가능성이 있고 발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물론 신사의 품격 드라마가 환상을 심어주는데 한 몫 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공감가고 현실적인 드라마들이 나와 미혼과 기혼자들의 마음의 불꽃을 타오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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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